brunch

매거진 오늘의 책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콴 Jun 15. 2019

퍼센트(%)를 말할 때 알아야 할 두 가지

퍼센트 포인트, 자연 빈도에 대하여

 이 브런치는 닫아야만 마땅하다! 숫자를 다루는 브런치인데도 통계 표기를 여태 잘못 쓰고 있어서다. '아.. 망했다..' 외치며 자책하고 있을 때 즈음 의외의 곳에서 위로를 얻었다. FIFA U-20 일본전을 보는데 방송사에서도 마찬가지로 잘못 쓰고 있었고, 신문사 기사에서도 잘못 사용하고 있었다. 다들 잘못하고 있어서 나만 잘못한 것 같지 않아서... 위로를 얻었고, 쓸만한 글감을 발견한 것 같아 힘이 났다. (이전 글들은 순차적으로 수정할 예정입니다..헤헤)


1. 백분율 간에 산술적 표현은 퍼센트포인트(%p)를 사용한다


토요일에 비올 확률은
어제 예보를 확인했을 때 50%였고, 오늘 확인했을 때는 60%야!
어제보다 10%나 올라갔어!

  박스에 있는 계산은 과연 맞을까? 노농! 백분율로 나타낸 수치가 이전 수치에 비해 증가하거나 감소한 양을 표현할 때는 퍼센트가 아니라 퍼센트포인트(%p)로 써야 한다. 그러므로 "어제보다 10퍼센트(%)가 아니라 10퍼센트포인트(%p) 올라갔어!"로 말해야 한다.


 사망률, 생존율, 실업률, 성장률, 성공률, 점유율, 비율 같이 백분율로 산술적 차이를 말하고자 한다면 말이다. 꼭, 굳이... 퍼센트로 이야기하고 싶다면 "20퍼센트(%)나 올라갔어"라고 말해야 한다.

60% - 50% = 10%p (현재 퍼센트 - 이전 퍼센트 = 퍼센트포인트)

{(60-50) / 50}*100 =20% (50%에서 10% 늘어났으니 비율을 뜻하는 백분율은 20%이다!)

 퍼센트포인트(%p)는 생활에서 무심코 지나치기 쉽다. 듣는 사람들도 그냥 굳이 지적하지 않고 넘어가는 편이다. 퍼센트포인트(%p)를 퍼센트(%)로 잘못 사용하더라도 숫자나 그래프를 보고 퍼센트포인트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잘못된 건 잘못된 건 확실히 잘못된 거다. 웬만하면 의미가 통한다고, '얼른 낫다'를 '얼른 낳다'로 알고 있으면 언젠가는 봉변을 당하는 일이 온다! 바로 알고 가자! 퍼센트(%) 간의 산술적 차이는 퍼센트포인트(%p)로 표기한다!


2. 분모, 분자를 꼭 밝혀야 한다!

'내일 비올 확률 30%'는 어떤 의미일까?

1번. 내일 하루 중 30% 해당하는 시간 동안 비가 온다
2번. 내일 해당 도시 중 30% 해당하는 지역에 비가 온다
3번. 기상학자 30%가 해당 지역에 비가 온다고 예보한다
4번. 내일과 같은 기상 상태 보였던 과거의 날들 중 30%의 해당하는 날에서 비가 온다

 어렸을 때부터 보기가 길면 답이거나 오답의 확률 높다는 걸 체득하고 있어 정답은 쉽게 보일 수 있다. 정답은 예감한 대로 4번이다.


 이 문제는 저명한 심리학자 게르트 기거렌처의 책 <지금 생각이 답이다(Risk Savvy)>의 챕터 1에 나오는 내용이다. 기거렌처 박사는 의사결정, 직관과 위험 판단력을 연구하는 세계적 석학 중 한 명이다. 책에서는 베를린과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 사람들을 대상으로 '내일 비올 확률 30%'의 의미를 물었을 때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고 한다.


 '내일 비올 확률 30%'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유는 분모와 분자가 없어서다. 퍼센트 사용은 일상생활에서 친숙하고,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지만 정확하게 분모와 분자를 모를 때는 왜곡된 해석을 불러온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연 빈도(Natural Frequency)로 표기해 숫자에 속거나 속이는 오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자연 빈도는 백분율을 분자와 분모로 풀어쓴 형태이다. 예를 들어, 백분율로 표기할 때는 '우리 회사 남성 직원 비율은 50%'라고 표기한다. 자연 빈도는 '우리 회사 전체 직원 100명 중에 남성은 50명'이라고 표기한다.


 사실 퍼센트나 자연 빈도나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이 차이는 미디어나 정치, 의료계 등에서 대중을 숫자로 현혹하는 도구로 자주 사용하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다. 

유방촬영술을 받은 환자는 받지 않은 환자보다 사망할 위험을 25% 감소시킨다.

위 문구만 보면 조기에 유방촬영술을 받아야 할 것만 같지만 퍼센트가 아니라 실제 분자와 분모를 보면 마음이 좀 바뀔 수 있다!

유방촬영술을 받지 않고 사망한 환자 수는 1,000명당 4명 꼴이고,
유방촬영술을 받고 사망한 환자수는 1,000명당 3명 꼴이다.
1,000명당 4명에서 3명으로 사망자가 1명 감소했으니, 25%로 감소한 것이다.

 25%의 효과와 1000명 중 1명을 살릴 수 있는 효과는 심리적으로 명백히 다르다. 이렇게 통계를 조작하지 않고도 퍼센트를 사용하는 것 만으로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문장을 만들 수 있다. 


 위 자료는 1990년대 연구된 리얼 데이터이고, 게르트 기거렌처 저서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 Chapter 5. 유방암 건진에서 발췌했다.


 게르트 기거렌처 저서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25%를 '상대 위험도'라고 정의하고, 1000명 중 1명 '절대 위험도'라고 정의한다. 또, 절대 위험도를 보지 못하는 상태를 계산맹(盲; 눈멀 맹)이라고 하고, 기거렌처 교수는 개안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기회에 계산맹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자!



게러트 기거렌처 저서 <지금생각이답이다>,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


*이 글은 게르트 기거렌처 저서 <지금생각이답이다>,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를 참고, 발췌하였습니다.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을 옮기신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황승식 교수님과 트레바리 넘버스로 독서모임을 하고 쓰인 글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평균의 종말? 진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