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진짜 갱신해야 해."
오늘은 운전면허갱신을 하러 간다. 넉넉한 여유기간을 핑계삼은 귀찮음으로 12월까지 와버렸다. 해맑고 따뜻한 날 다 버리고 춥고 비 내리는 아침 집 밖을 나서게 됐다. 더 방치했다가는 아까운 과태료를 내야 하니 어쩔 수 없다. 그사이 건강검진 내역의 인정기간도 지나버려 병원에 들러야 하는 번거로움이 이자로 붙었다.
강릉아산병원에서 적성검사라 불리는 시력검사를 했다. 안경을 껴서 교정시력을 검사하는데, 시력에 문제가 있어 부적격 판정을 받는 망상을 한다. 오늘따라 숫자가 잘 안 보이는 기분이 든다. 3분. 나는 적격 판정을 받고 운전면허시험장으로 향했다. 최근 사진을 제출하고 면허 갱신 신청을 했다. 이번엔 사진 속 얼굴이 나와 달라 문제가 되는 망상을 한다. '본인 맞으시냐' '사진 다시 찍어 오세요' 따위의 귀찮은 일을.
"면허증 나왔습니다."
5분. 새로운 사진이 박힌 깨끗한 면허증이 나왔다. 일 년 묵은 귀찮음이 한 꺼풀 벗겨지니 가벼운 마음이다. 갱신은 '기존의 것을 고쳐 새롭게 한다'는 뜻이다. 한자는 다르지만, 갱신의 또 다른 뜻은 '몸을 움직임'이다. 1년을 귀찮아했던 10분의 움직임으로 새로운 10년의 운전자격을 보장받았다. 몸을 움직이면 고쳐 새롭게 된다. 귀찮은 나야. 밖으로 나가자. 글을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