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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나메나 May 24. 2020

지하철 연가

 여자친구를 기다리고 있다. 아무래도 내가 시간이 널널하고 지원이가 바쁘니 나는 기다리는 일이 잦다. 가끔은 조금 싫고 힘들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것은 설레는 일 중 하나다. 제출 기한을 맞춰서, 나를 신경 쓰면서 조바심을 낼 지원이를 생각하니 맘이 아프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생각한다. 일단 안심 시키고 천천히 오라고 말해 둔다. 하지만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테다. 그렇다면, 글을 쓰겠다. 일을 마치고 종종 걸음을 칠 지원이는 초조할 것이다. 내 눈치도 보이고 내가 빨리 보고싶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하철에서 나를 만나게 해줘야지. 내가 괜찮다는 것을 알려야지. 내가 사랑한다는 것을 알려야지.


 서두에 의도를 말하고 보니 무슨 달콤한 말을 써야하나 싶다. 사실 저 서두만 보고도 지원이가 좋아할것을 안다. 하하. 그렇지만 더 이쁜 본론으로 기쁨을 주고 싶다. 요즘 글마다 이 말을 하는 것만 같다. 잘 쓰고 싶다고. 예쁘고 섬세한 글을 써 지원이가 기분이 좋게 하고 싶다고. 나는 그렇다. 예쁘고 달콤하고만 싶다. 선물을 하나 준비했다.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예쁘다. 지원이가 보고 좋아했으면 좋겠다. 여자친구를 많이 고생시키는 나다. 그렇다면 달콤하기라도 해야지. 써놓고 보니 내가 불량식품인가 싶다. 하지만 요즘은 지원이가 무해한, 사랑 가득한 사료만 주다보니 몸에도 점점 좋은 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아직까지도 달콤하지 않은 내 글이 지원이에게 어떻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다만 지원이가 있는 곳에 내가 있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 나는 지금 지원이 옆에 있다. 지하철에서 부디 조바심 내며 내 걱정하지 말기를...




PS. 사랑하는 내 지원이에게


 지원아,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것은 그다지 힘들지 않답니다. 나는 지원이가 오히려 더 걱정이에요. 지원이와 만나서 짧은 시간이나마 좋은 하루를 보내고 싶어요. 아침부터, 지원이에게 이쁘게 보이기 위해 오늘 아침부터 이것저것 준비도 하고 머리도 자르고 왔답니다. 아직 지원이를 보진 못했지만 나는 지원이 곁에 있어요.

 

 나는 창문가에서 동대문 길거리를 바라보며 글을 쓰고 있답니다. 지원이가 이 글을 보고 좋아했으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나는 오히려 지원이가 늦은 것을 좋아할지도 몰라~. 사랑하는 지원아, 이 방에는 꾀꼬리 소리 같은 노래가 흐르고 있답니다. 우리가 프렌즈를 볼 TV도 있답니다. 우리가 축배를 들 샴페인도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내 가슴 속의 크나 큰 사랑이 있답니다.


 천천히 오라고 했지만, 얼른 와요. 얼른 와서 우리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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