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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나메나 Jun 11. 2020

서사무엘 - D I A L


 "서사무엘과 담배 핀 시절 얘기 하네."



 마! 내가 정말! 옛날엔! 서사무엘과! 담배도! 피고! 담소도! 나누고! 



 지금 여자친구가 잘 믿지는 않지만 서사무엘이 나보고 옷 잘입는다는 칭찬도 했더랬다. 나보다는 한살 동생인데, 약간 무명이라고 부를 수 있는 시절 내가 공연을 찾아다녀 나에게 형 형 했던 기억이 난다. 


 서사무엘의 1집을 처음 듣고 나는 환호했다. New Dress Girl이라는 노래를 처음 들었는데, 이지한 팝 알앤비 넘버였지만 재능이 눈에 선했다. 앨범을 찾아 들으니, 너무나 좋은게 아닌가! 후에 나온 2, 3집 같은 완벽한 매무새는 갖추고 있지 않았지만 곡 하나 하나의 힘과, 비트와 멜로디를 타는 보컬 전개 능력이 너무 대단했다. 그러면서도 카멜레온 같은 변화무쌍함을 놓치지 않는다. 이상히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이유에게서도 이런 재능을 읽었던 바 있는데, 아이유가 서사무엘 같은 뮤지션으로 거듭나길 바랄 뿐이다. 어쨌든, 서사무엘은 내가 가장 "빠"라고 칭할 수 있는 뮤지션이지 않을까, 뭔가 무명일 때부터 보아왔기도 하고, 솔직히 너무 잘하니 말이다.


 앨범이란 것의 의미가 퇴색된 이 시기에 가장 활발한 앨범 아티스트가 서사무엘이다. 다작을 하되, 그것을 하나의 구조 하에 꾸려나가기를 멈추지 않는다. 이렇게 다작을 하는 것이 힘들 만도 하다. 하지만, 그가 비트를 탈 때는 정말 "이렇게 편하게 유영할 수 있나." 싶은 생각이다. 그 결과물들도 너무나 뛰어나다. 커리어 내내 너무나 편하게 노래를 부르는 서사무엘의 3집은 원초적이고, 2집은 타이트하며 1집은 이와 또 다르게 거칠다. 재밌게도, 1집이 가장 거칠지만 이지하다. 2집은 타이트하지만 세련됐다. 3집은 가장 원초적이지만, 그야말로 가장 실키하다.


 반면, 서사무엘이 하는 다른 사람과의 콜라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김아일과의 Elbow, 이번 D I A L, Kafka, cliche 등등.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 합을 맞출 때, 서사무엘은 말그대로 압도적 퍼포먼스를 이뤄낸다. 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보여주고, 내가 사랑하는 그의 능력은 퍼포먼스가 아니라 '폰트'였다. 서사무엘의 앨범과 노래는 굳이 다운받아 워드 창에 있는 고전인 고딕, 굴림, 견조 대신 써도 될만 했다. 앨범 아티스트들의 무덤인 '담습' 또한 그는 능수능란하게 피해갔다. 그것은 명백히 그가 자신의 선을 가지고 있어서 가능했다. 그의 앨범들은 하나의 주제 아래 마치 다른 작가들이 써내려 간 옴니버스 같다. 그들이 써 낸 워드에는 언제나 '서사무엘'이란 폰트가 적용되어있을 것이다. 다음 작가가 기대 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른 폰트가 기대 될 필요가 없다.


 물론 다른 가수들도 각자의 폰트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명반들을 연거푸 낸 서사무엘이 다른 폰트와 같이 '놀려고' 하면 조금 아쉬울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백예린과의 이번 노래인 개나리가 솔직히 많이 아쉬운데, 둘의 개성이 너무나 물과 기름처럼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둘 다 엄청난 실력과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씩 다가가려는 노력이 오히려 서로를 더 멀어지게 한 듯한 모양새다. 분명 좋다. 좋은 노래지. 서사무엘이 낸 것만 아니었어도.


 반면 담예와의 콜라보레이션은 상당히 마음에 든다. 그것은 담예가, 적극적으로 보조의 역할을 취하기 때문이다. 담예가 못한다는 것이 아니다. 서사무엘의 앨범인데도 불구하고 둘의 분량도 비슷하지만 주도권은 서사무엘이 쥐고 있다. '개나리'와의 차이가 뭘까? 그것은 아마, DYE가 서사무엘의 집에 초대된 담예와의 놀이라면, 개나리는 백예린과 근사한데서 약간 소개팅 식으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느낌 이기 때문일 것이다.


 담예 얘기를 좀 더 하자면, 담예가 서사무엘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 경우 역시 있고 멋지다. 바로 담예의 싱글 '아사랑에빠지고싶'인데, 서사무엘이 조금 눈치 없게 잘하는 듯하다는 생각이 들다가, 적당히 퇴장한다. 담예 미안해, 담예 짱짱예.


 그다지 앨범 리뷰를 한 것은 아닌데 그렇게 된 것 같아 제목을 이렇게 한다. 나는 결혼을 하면, 서사무엘을 섭외해서 이 노래를 부르게 하고 싶더랬다. 아직도 그렇다. 서사무엘 보고 있나? 연락달라! 내가 너를 이렇게 아낀다!



https://www.youtube.com/watch?v=PnR19INlXV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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