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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나메나 Jun 20. 2020

 나는 어느샌가부터 친구와의 대화 속에서나 문장에서 처음 ‘꿈’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때 말 그대로 잠을 잘 때 꾸는 꿈으로 해석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고상한 책 애호가나 몽상가 천지인 내 친구들이 말하는 꿈은 대개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이 될 경우가 많았고 나는 “아 그 꿈 말이군.” 하기 일쑤였다. 그러다보니 책을 읽다 서사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혼란이 와 처음부터 돌아오는 일이 많았다. 친구와도 마찬가지다. “아, 너가 영화감독인 꿈을 꿨다고?” 이런 식인 것이다. 사실 친구는 영화감독이 ‘미래의’ 꿈이다. 라고 말하는 것인데.


 나는 마땅한 꿈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말했듯이 이는 ‘어느샌가부터’인데, 그 동안 나는 꿈과 더 멀어진 것인가? 그렇지도 않은 것이, 나는 며칠 전 내가 가지고 있는 조그마한 꿈의 없어서는 안될 조력자로 생각하고 있는 친구를 만나 술을 마시며 꿈을 논했기 때문이다. 마땅히 노력하는 것은 없지만, 나는 나름의 꿈을 가지고 있고 그 때를 상상하면 나름 즐거워진다. 물론 이런 문제는 있다. 나는 내 꿈이 진실로 실현될 수 있는지에 상당한 의심을 품고 있다. 그리고 말했듯이 그다지 노력하고 있는 것도 없다. 어쩌면 내 꿈은 감당 못할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피처라는 생각도 가끔은 든다. 그리고 내가 가진 꿈이 나의 물욕을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도 있기 때문에 나는 꿈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이다. 이런 사실들이 어쩌면 내가 ‘되고 싶은’ 꿈보다 ‘자면서 꾸는’ 꿈을 더 쉽게 인지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 요즘 자면서 별로 꿈을 꾸지도 않는다. 최근에 몇 번 악몽을 꾸긴 했지만, 꿈을 자주 꾸는 시기는 아닌 것 같다. 꿈을 많이 꾸는 시기도 있었다. 보통 내가 불안했던 시기인 것 같다. 그 때는 꿈을 자주 꿔, 현실과 꿈이 혼동이 되는 상태가 될 정도였다. 그 시기에 나는 꿈이 싫었다. 지금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 때는 더 싫었던 것 같다. 악몽의 비율도 높았고 일단 착란이 일어나니까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은데, 갑자기 미래의 꿈에 대해서 멀어진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그냥 단순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사실 이 문제의식은 어느 산문집의 (미래에 대한) 꿈을 언급한 장에서 떠오른 것인데, 그 장은 꿈이 없는 것은 죄가 없다고 말한다. 나도 동의한다. 나는 인생의 대부분을 꿈 없이 자랐고, 근 몇 년 정도부터 들었던 꿈도 말했듯이 내 공상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기 때문이다. 꿈이 없는 것은 죄가 아니다. 꿈이 공상에서 머무르는 것도 죄는 아니다. 실현을 시키지 못하는 것도 더더욱 죄는 아니다. 아, 어쩌면 내가 말한 친구와의 꿈에 대한 대화가 꿈을 더 신경 쓰이게 만든 것은 아닐까. 아니면 나는 (자면서 꾸는) 꿈을 도피처로 생각해서는 아닐까. 최근에 다시 불안해지는 증상이 늘고, 나는 보통 잠으로 그 상태를 도피하기 때문이다.


 꿈에 대한 생각은 이미 많이 해왔다. 정해진 꿈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하기 보단 “내가 꿈을 가질 수 있을까? 이제 내 나이라면 꿈이 하나쯤은 있어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내 나이가 된지 한참 전부터 내 머리를 지배했다. 그런데 나는 왜 갑자기 이런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을까, 그렇게 꿈을 많이 생각해왔으니 나는 상당한 문제의식을 느끼는 것이라 말할 수 있겠다.


 하긴 그렇다. 어떤 것에 대한 변화는 또 다른 어떤 것에 대한 변화로 인해 생기기 마련이다. 나도 어쩌면  ‘또 다른 어떤 것’에 의해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닐까. 떠오르는 구절이 하나 있기는 하다. “나 없이는 꿈도 꿈이 아니다.” 라는 말을 최근 어디선가 들은 것 같다. 그 문장을 듣고 나는 상당한 위안을 받았다. 누군가 나타나서, 꿈이 불투명한 나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 후 나의 이고는 더욱 상승했고 (사실 더 상승할 만큼 없을 정도로 이미 높았지만) 꿈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을 했던 날이 요즘 있으니, 이 생각들이 나에게 양 꿈에 대한 태도 변화를 바꾸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 장래희망 같은 꿈을 더 쉽게 인지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닌가. 내 짐작으로는, 꿈에 대한 생각들이 결국 나에게 염세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미래의 꿈이라는 단어에서 나를 멀어지게 한 것이지 않을까 한 것이다. 어쩌면 꿈이라는 것에 대해 내가 나이를 먹을수록 부담으로 다가와서 일지도 모른다. 난 부담이 주는 무게감을 매우 싫어하고, 항상 멀리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강해진 이고는 어떤 사람에게는 미래의 꿈을 더 부추기는 효과가 나지만. 나는 내 이고의 늪에 빠져서 나의 몽상가적 기질을 더 고양시키고 현실에서 멀어지게 하기 때문이다.


 꿈에 대해서라면, 나는 어쩌면 이루고 싶은 꿈이 세속적인 것 보다는, 꿈이 이 미친 세상 속 약간의 도피처라고 생각을 해왔던 나이기에, 내 꿈은 변변치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업자가 되고 싶은 친구와는 열정적으로 대화를 나눈 때가 최근이다. 점점 그 꿈은 구체적이 되고 있다. 하지만, 그러면서 더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혹자는 자는 상태를, 코를 골면서 꿈을 꾸는 상태가 인간의 최고의 행복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라 말했다. 조금은 동의하는 것의 이유는, 난 그 최고의 행복이 끝난 아침을 스트레스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 스트레스는 학업이라는, 인간관계라는, 그 외에도 다양한 곳에서 받는다. 그리고 위에 나열한 것들은 아무래도 미래에 이루고 싶은 꿈과 가까우니까. 그리고 아침의 스트레스가 시작되기 전 잠을 자고 꿈을 꾸는 나는, 스트레스와는 멀어지기 때문에 더 자면서 꾸는 꿈을 가까이 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이리라.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꿈을 찾아야하고, 꿈이 없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다고. 그렇다면 나는 죽기 직전의 병을 가진 상태에서 투병을 하는 상황이나 다름이 없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꿈이 없이도 행복히 살 수 있고, 희망 없이도 만족할 수 있다는 것도 나는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착란을 일으키는 것을 나쁘게 보지는 않는다. 단순히 나의 변화가 신기하고 글을 씀으로서 이 현상을 좀 더 파악하고 싶었다.


 20살 때 회계사가 되는 준비를 하며 회계사가 꿈이라고 말하는 친구도 있고, 누군가 보기에는 힘들고 소박한 일, 아니면 반대로 불가능에 가까운 것들이 꿈이라고 말하는 친구도 있다. 나는 전자 타입의 사람을 싫어하고 후자들인 사람들을 좋아한다. 내 나이 27살, 어리지만 이제 미래를 고민해야할 시기이다. 아니 어쩌면 더 늦었을지도. 나는 미래에서, 꿈에서 그리고 현실에서 도피를 시작한 것은 아닐까, 그래서 매일 밤 몸을 뉘었을 때 편안한 그 기분을 더 느끼는 것은 아닐까, 그것이 이어져 나는 그냥 동음이의어를 헷갈리고 다닌다는 별 것 아닌 것에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하늘 위에, 현실이란 땅 보다 높은 곳에 돗자리를 펴놓고 술이나 마시는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그런 이상향을 꿈꾸지만, 그것이 되고 싶은, 이루고 싶은 꿈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참으로 묘하다. 거칠게 말하면 나는 꿈이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두 꿈의 정의에서 미래의 꿈을 후순위에 둘 정도로 지쳤다. 땅까진 아니지만, 어느 정도 현실에 조금 더 가까워 진 것이 나를 피곤하게 만든다. 앞으로 내가 더 하고 싶은 꿈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냥 편히 누워 꿈을 꾸려한다. 아직은 현실에 발을 붙일 준비가 안됐다. 필연적인 숙명이겠지만, 최대한 미루고 싶다. 물론 그 전에 나의 진정한 꿈을 발견하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 사실 아무래도 생각 없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 


 애초에 나는 미래를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 아니다. 그냥 과거를 씻고 미래를 두려워하며 머릿속에서 밀어내려는 사람이다. 전사랑이 가끔 꿈에 나오듯 나는 꿈에서 과거를 씻고, 내 이고 속 디스토피아를 꾸며 미래를 두려워한다. 이러다 보니 나에게 더 가까운 꿈이란 단어는 역시 잠을 자며 미래를 잊는 하룻밤의 꿈이 더 맞나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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