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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나메나 Jun 20. 2020

힙스터를 미워하지 마세요

 힙스터 : 전형적인 힙스터는 20,30 대의 독립적인 생각과, 반주류문화, 그리고 진보적인 정치적 성향, 자연친화,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과 예술, 지식 그리고 위트를 가치있게 여기는 사람들을 뜻한다. 힙스터 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는 쫄청바지, 무기어 자전거, 담배, 질좋은 차와 커피, 인디 음악, 독립 영화 등이 있고, 아는 척하기, 아닌 척하기, 주류에서 벗어난 대안 문화, 괜한 냉소, 실없음, 그리고 쿨해지기 등의 특징이 있다.


 인터넷 상에는 아주 저명한 아포리즘이 있다. “힙스터가 칼을 들고 쫓아오면 카페 베네로 도망치세요.” 힙스터는 주류 중의 주류인 카페 베네를 싫어하여 쫓아 들어오지도 못한다는 얘기인데, 요즘 넷 상에는 ‘힙스터 까기’ 열풍이 거세다. 외국에는 DieHipster라는 유명 사이트가 있을 정도. 이들이 주로 비난의 원인이 되는 이유는, 그들이 쿨한척 하고 자신이 대안인 척 하지만 오히려 그들이 가장 쿨하지 못하고 모순 덩어리란 점에 있다. 나쁜 의미의 힙스터는 ‘의도적’으로 주류를 배척하며 (like mainstream because hating mainstream is too mainstream 이라는 말 까지 있을 정도다.) 자신이 우월한 대안인 듯 굴기 때문인데 이러한 행태가 타인들의 심기를 어지럽혔던 것이다. 막상 그들의 ‘나는 다르다.’ 식의 마인드도 허점이 있는 것이 대부분의 힙스터들은 상당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다름을 추구하다 같음의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서로를 싫어하는 특성이 있다. 


 “그들은 변했어요.”


 필자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웨스 앤더슨 작)을 감명 깊게 보지 않았지만 재밌게 봤다. 이는 대표적 힙스터 영화였는데, ‘남과 다름’을 중시하는 힙스터들에게는 에스 앤더슨의 남과 다른 미장센, 주류 영화를 벗어난 영화 기법들이 끌렸던 것이다. 아니 그보다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남들이 모르는’ 명작이기에 좋아한다는 말이 더 맞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인디 영화 산업에 혁명이라 불릴 만큼 흥행을 하게 된다. 자연히 힙스터들은 그랜드 부다페스트를 평가절하 하기 시작했다. 이는 그들의 ‘인디 문화에 대한 소유욕’ 때문인데, 좋아하던 인디 밴드가 메인스트림으로 올라가게 되면 그들을 변했다고 조롱하는, 어떻게 보면 우리들도 흔히 자행하는 옹졸한 마인드가 적용된 사례이다.


 하지만 과연 힙스터가 세상들의 이야기대로 나쁘기만 한 존재인가? 필자 자신도 힙스터란 미명 아래 자유로울 수 없다. 위에 적힌 담배, 커피, 인디 문화 모든 것에 각별한 애정이 있고, 필자는 ‘의도적’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남과 다름’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는 사람이니 말이다. 여기 또 다른 힙스터가 있다. 영화 프란시스 하(우연의 일치이겠지만, 프란시스 하의 제작진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그것과 같다.)의 프란시스이다. 그녀는 심지어 힙스터의 성지 뉴욕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에 산다. 남과 다른 것을 신조로 삼고, 담배를 태우며 데이빗 보위를 듣고 무용 세계에 몸담고 싶어 하는 그녀는 전형적인 뉴욕의 힙스터 젊은이이다. 하지만 그녀가 부닥치는 세상의 벽은 만만치 않다. 힙스터의 딜레마인 바로 ‘남과 다르고 싶지만 다르지 않다.’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중이다. 그녀는 무용에 재능이 없고 일선에서 물러나 사무직을 맡기 시작한다. 여기서 필자는 힙스터들에게 연민을 느낀다. ‘남과 다름’을 지향하는 그들에게서 어딘가 결핍과 자존감 부족의 향기를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힙스터들이 음악과 영화, 예술 산업에 종사하고 싶어하지만 대부분이 재능의 부족을 실감하며 무너지고 방황하는 것이 현실이다.


 어쩌면 힙스터는 젊은이의 치기를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그들은 나름의 성장통을 앓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 잡지를 집어들고 필자의 미천한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은 어떠신가. 아마 자신이 남과 같다라고 생각하시지는 않을 것이다. 특별하고 싶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그렇다. 젊은이의 꿈, 꿈을 펼치기는커녕 간직하기도 힘든 세상이다. 나는 힙스터를 미워하지 않는다. 아니 응원한다. 더 나아가, 꿈을 위해 노력하는 우리 모두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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