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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나메나 Jun 20. 2020

'가난한 자들을 때려 눕히자!' 감상문

 어렵다는 생각을 할 여유도 없었다. 나름 문학에 애정을 가진다고 자부심을 느끼는 나로선 이 문학 작품이 나의 인지 수준 이상이라는 점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다. 결국 나에게 남은 건 오기였다. 단어, 용어들을 하나하나 찾아보며, 머리를 쥐어뜯으며 해석을 하고 나름의 견해를 세우려고 노력했다. 나는 이 산문시에 나오는 소크라테스의 다이몬, 바이야르제 박사, 스토아파의 소피스트 등을 차례로 검색해보고 (구글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렐뤼 박사에 대해 전혀 감이 안오는게 천추의 한이다.) 그를 바탕으로 나름의 정리와 소견을 만들어보았다.


 나는 자기계발서를 싫어한다. 아니 거의 혐오한다고 보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을 만만하게 살아온 나지만, 세상을 만만하게 보는 이런 류의 글들을 질색한다. 내 슬로건 중 하나가 “어떻게든 되겠지.”이다. 그렇지만 피상적으로 그와 비슷하게 보이는 “다 잘될거야.”는  위선이라 본다. 맞다, 웬만해서 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왕좌 찬탈이 가능하다는 후자의 문장은 우습기 짝이 없다. 세상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이런 사상은 계급간의 우열을 고착화시킨다. 계급간의 갈등을 미봉책으로 덮는 것 이상 이하도 아닌 것이다. 거짓된 희망, 약은 구슬림은 악이다. 이 시의 화자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듯 하다. 그는 이러한 책들을 읽고 자위하는 약자나 책을 쓰는 글쓴이를 동시에 혐오한다.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러 밖에 나가 선술집으로 들어가려는 와중에 그는 동냥을 청하는 거지를 만난다.


 거지를 만난 그의 머리에 섬광과 같은 생각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생각은 그가 방금 전 읽었던 책과는 전혀 다르다. 금지시키는 소크라테스의 다이몬과는 달리 행동시키는 화자의 다이몬은 그에게 신탁을, 아니 반인반신(半人半神)탁을 내려준다. “다른 사람과 평등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자만이 다른 사람과 평등할 수 있고, 자유를 쟁취할 수 있는 자만이 자유를 누려 마땅하다”고. 그는 곧장 거지에게 달려들어 폭력을 행사한다. 신탁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그리고 신탁을 전파하려는 것이다. 실감나는 묘사로 화자는 이 성전을 구체화시킨다. 곧, 신의 뜻은 실현된다. 거지가 반격을 시작한 것이다. 


 결국 화자의 뜻은 거지를 각성시키자는 것이다. 약자에게 스스로 힘을 얻을 수 있게 도와주자는 것이다. 이것은 그가 조금 전에 읽었던 책의 사상과 정반대이다. 그저 약자들에게 위안만 주는, 마치 길에 있는 거지에게 그저 몇 푼 안되는 동전만 주는 그런 행태는 서로 너무 다르다. 위안과 북돋음은 전혀 다른 것이다. 그리고 거지는 그런 화자의 친절에 주먹으로 멋지게 답한다. 이제 평등할 자격이 있는, 다른 사람과 평등하다는 것을 입증한 거지에게 그는 마땅한 보상인 금전을, 아니 평등과 자유를 준다. 그리고 거지는 그의 뜻을 이해하고, 맹세했다. 신탁은 전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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