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안녕합니다.

SNS를 끊고난 후

by 민트비

*극히 개인적 경험 주의


IT 기획자로서, 그리고 남보다 유독 새로운 걸 좋아하는 사람으로서(얼리어답터라고 합리화하기에는 찔려서 그냥 이렇게 표현하고자 한다) 페이스북도 인스타그램도, 심지어 X까지도 나는 다른 이보다 먼저 시작했다. 다른 이들의 말로 전해듣기보다 내가 직접 사용하고 보고 듣고 경험하고 나서야 직성이 풀렸는데- 심지어 남편과는 지금은 사라진 과거의 잔재, 미투데이에서 만났으니 말 다했다. 그래서 인스타를 마치 genZ 젊은이들의 소셜 네트워크인 양 말하는 게 조금 웃기기도 하다.

한때 열심히 매달릴 때는 한시간에도 몇번이나 들어가 확인해야 직성이 풀렸다. 하트는 몇 개가 찍혔는지, 댓글은 누가 썼고 어떤 내용인지 확인하고 대댓글을 바로 남기곤 했다. 그 모습은 코인에 투자한 사람과 유사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다 문득 현타가 찾아왔다. 나의 실제 모습과 SNS속 나와의 괴리감, 내 삶의 뒷면과 저 사람의 가장 빛나는 면을 비교하면서 얻는 자격지심 같은 것들이 나를 추하고 작게 만들고 있음을 알아버렸다. 그리고 나는 가지고 있던 SNS 계정을 모조리 닫아버렸다. 가까운 이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인스타의 경우 안부용으로 새로 계정을 만들기는 했지만. 자랑스레 열어둔 피드 속 다 구겨져서 꼬깃거리는 걸 억지로 펴낸 것 같은 내 자존감이 부끄러웠다. 나는 다른 사람의 인정은 바라면서 정작 내 스스로에게 인정을 못받고 있었던 거다.


어렸을 때는 그랬다. 100점짜리 내 시험지에는 심드렁하면서 70점짜리 내 동생 시험지에는 칭찬을 아끼지 않던 엄마가 야속했다. 사실 공부는 재미있었고 엄마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서, 잘하고 싶은 욕심에 하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 때는 그래도 됐다. 나는 어렸고 내 동생은 더 어렸으며, 그 때의 엄마 또한 지금의 나보다 어리니까.

다행인 것은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주지 않더라도 나는 내 자신이 잘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나는 어른이 되었고, 더 이상 다른 이의 칭찬의 말이 나의 자존감을 채워줄 수는 없음을 알았다. 나를 생각해서 고심하며 댓글을 달았을 지인들에게 미안해서라도 계정을 더 이상 유지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놓을 수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안부용으로 놓아둔 계정으로 접속해서 친구들과 가족, 친지의 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곤 한다. 내 응원과 칭찬의 글이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테니까. 그게 도움이 된다면 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든지 반응을 해줄 생각이다. 하지만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해봤다면 소셜네트워크를 멀리하는 시도를 해보는 게 어떨지 제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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