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가 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요리 실력이 늘고 있다기보다는 요리하는 꾀가 늘고 있다. 다 요즘 내가 잘 쓰고 있는 유용템들 덕분이다.
그 중 하나가 코인 육수로, 아마 요리하시는 분들은 많이 알고 계신 아이템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 이 코인의 존재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그전까지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티비를 볼 때면 광고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육수를 낼 때 꼭 동전만 한 이 코인을 간편히 쏙쏙 빠트리는 모습이 종종 비춰졌다. 신기하기는 했지만 '그래봤자 다시다의 고체버전 아니겠어' 하는 마음이었다. 다시다를 들이붓는 거나 코인이나 뭐가 다를까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또 그게 아닌가 보다. 요즘 코인만 넣으면 맛이 두어 단계 레벨업하는 신기함을 맛보고 있다. 노골적인 MSG 맛이 아니라 조금 더 풍성한 맛이 느껴진달까.(기분 탓인가..?) 덕분에 내가 할 수 있는 요리가 많이 늘었다. 예전에는 감히 꿈도 못 꿨던 잔치국수를 비롯해 계란국과 같은 탕류까지 도전해보고 있다. 솔직히 파는 것처럼 엄청 맛있지는 않지만 얼추 비슷하게 따라 할 수준까지는 된 것 같다.
두 번째 아이템은 참치액이다. 까나리액, 참치액, 멸치액 등등 종류도 다양한 액젓. 그전까지 나에게 액젓류는 멀고도 생소하기만 한 양념이었다. 한 번도 쓴 적이 없었던 것은 물론이다. 왠지 액젓 하니까 비릴 것만 같았다. 액젓은 김치할 때나 넣는 거 아니야? 하는 단순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써보니 그게 아니었다. 탕부터 무침, 볶음까지 액젓이 여러 요리에 두루두루 활용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 요즘 나에게 참치액은 만능템이다. 떡볶이, 국수, 계란말이는 물론 토스트까지 아주 넣을 수 있는 데는 다 넣고 있다. 그냥 무슨 요리든 양념을 할 때 한 숟갈을 기본으로 넣고 보는 거다. 그러면 감칠맛이 확 살아나며 균형감을 상실했던 간이 제자리를 찾는 느낌이 든다. 어떤 참치액은 훈제향이 심하게 나는 것도 있다던데 내가 쓰는 참치액은 딱히 그런 것 같지 않다. 사기 전에 여러 맘카페를 돌아다니며 가장 많이 추천하는 제품을 따라 샀는데 잘한 것 같다.
그전에는 뭘 만들든 간에 어딘지 모르게 맹숭맹숭한 맛이 늘 있었는데 감칠맛이 돈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감초 같은 요리 아이템 덕분에 요리에 대한 자신감도 조금 붙은 느낌이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자꾸만 시판용 소스에 욕심이 생긴다는 점이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유용템이 뭐가 더 있을까. 소스코너에 부쩍 관심을 쏟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그 시간에 요리책을 한번 더 보면 좋으련만. 요리는 정성이라는데 어째 갈수록 잔꾀만 느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