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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코알라 May 11. 2024

제모받으러 갔다가 뭉클해진 이유 - 상


약 2년 전, 레이저 제모를 받으러 피부과로 향했다. 한 달도 전에 미리 예약해 둔 피부과였다. 집에서 1시간 가까이 떨어져 있는 거리였지만 전반적인 평이 좋았다. 가격은 다른 곳에 비해 약간 더 비싼 편이긴 했지만 이왕 하는 거 효과 좋은 곳에서 받자는 생각에 수 십만 원을 일시불로 긁었다.


토요일이어서 더 그랬을까. 이른 시간임에도 피부과는 이미 대기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나 역시 몇십 분을 기다린 끝에야 마취크림을 바를 수 있었고, 그 후로도 몇 분을 더 기다려 드디어 시술하는 순간이 다가왔다.


"시작하겠습니다." 부드러운 원장님의 목소리와 달리 피부에 와닿는 레이저는 가차 없이 따끔했다. '내가 마취크림을 바른 게 맞아?!' 뜨거움을 달래기 위해 간호사님이 아이스팩을 수시로 대주며 찜질해 주긴 했지만 소용없었다.


"많이 아프죠?" 선생님은 눈을 질끈 감고 있는 나를 살피시곤 치료 중간중간 계속해서 아이스팩으로 열을 식힐 수 있도록 해주셨다. 아프긴 했지만 다리 위에 분필 같은 걸로 행/열 표까지 그려 촘촘하게 레이저를 해주시는 것을 보고, 그 꼼꼼함에 감동하고 있던 찰나였다. 


그런데 여기는 왜 이렇게 된 거예요?



당시 레이저 치료 때문에 두 눈이 가려져 있었지만 어디를 말씀하시는 건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오른쪽 다리에 흉터를 보셨구나...' 굵기는 2cm지만 길이가 5~6cm가량 되는 꽤 넓은 부위의 검은빛 흉터였다.


"아, 예전에 찜질팩을 다리 쪽에 두고 잠들었다가 화상을 입어서요..." 뭔가 부끄러운 마음에 말하는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어갔다. 몇 년 전, 수족냉증으로 차가워진 다리 위에 찜질팩을 데고 깜빡 잠이 든 게 화근이었다. 자고 일어나니 오른쪽 종아리가 미친 듯이 화끈거렸다. 깜짝 놀라 살펴보니 찜질팩이 닿았던 부위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때만 해도 잠깐 그러다 말겠지 싶었다. 그런데 그다음 날 보니 상태가 더 심각해져 있었다. 달아올랐던 부위엔 오백 원 동전 크기로 커다랗게 물집이 잡혀 있었다. 그때라도 제대로 치료를 받았어야 했는데, 화상에 대해 완전히 무지했다.


그냥 일회용 밴드만 붙여 놓으면 자연스레 나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물집이 아문 자리에는 시커멓게 변색된 피부가 남았다. 화상의 흉터는 일반 상처와 달라 초기에 잘 치료해야 한다는 걸 그때는 미처 몰랐다.



-계속-



*사진출처 : Photo by Farhad Ibrahimzad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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