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화정을 보며 생각해 본 '꾸준함'에 대하여
홈쇼핑을 즐겨 보지 않는다. 지금까지 홈쇼핑을 통해 어떤 물건을 구매해 본 적도 없다. 하지만 가끔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멈추게 되는 홈쇼핑에서 매번 눈길을 사로잡는 이가 있었다. 바로 배우 최화정이다. 특유의 경쾌하고 밝은 목소리와 분위기 덕분일까. 그녀가 파는 화장품, 미용기기, 식품 등에는 관심이 없더라도 방송하는 모습만은 넋을 놓고 바라보곤 했다.
이런 그녀와 관련해 얼마 전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접하게 되었다. 무려 27년 넘게 진행해 온 라디오 <최화정의 파워타임>에서 하차한다는 내용이었다. 매일 낮 12시에 한다는 최화정의 파워타임. 운전을 하지 않는 탓에 어떤 라디오든지 간에 진득이 들어본 적이 없다. 그녀가 어떤 라디오를 진행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그 DJ 역할을 무려 1996년부터 한 지는 몰랐다. 그것도 27년 6개월이란 세월 동안 높은 청취율을 유지하면서 말이다.
나도 모르게 경의가 느껴졌다. 그리고 라디오 DJ가 얼마나 힘든지 토로해 온 수많은 연예인들의 말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매일 같은 시간에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라디오의 특성상 시간과 컨디션 관리 때문에 평소 느끼는 압박감이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그 부담감 때문에 방송 시간에 지각을 하는 등의 악몽을 꾸는 일도 잦다고. 얼핏 생각해도 백번 공감이 되는 이야기였다.
그런 라디오 방송을 그녀는 어떻게 그렇게 오래 할 수 있었을까. 라디오에 대한,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과연 가능했을까. 나는 이것이 진정한 프로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열정과 더 잘하고자 하는 애정, 그리고 어떠한 변수에도 흔들림 없는 끈기가 없다면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면에서 나는 그녀를 새삼 다시 보게 되었다. 평소 배우 최화정 하면 자기 관리의 끝판왕, 언제 봐도 밝은 긍정적인 에너지가 생각나곤 했다. 하지만 이제 그녀를 떠올리면 다른 키워드가 떠오른다. 자신의 일을 진정으로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해 내고 마는 전문가 말이다.
요즘 나는 어떤 사람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꾸준히 하는 사람'이라는 답변을 떠올리곤 한다. 오랜 시간 동안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정말이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무언가를 시작할 수는 있지만, 대다수가 그것을 오래 지속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한 분야에서 성공하는 이가 소수인 건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그만큼 무언가를 오랫동안 꾸준히 한다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해 본다. 나 역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잘하고 싶어 하는 일을 30년 이상 꾸준히 할 수 있을까? 지금 하고 있는 글쓰기는 어떨까? 이 마음 이 의욕 그대로 30년을 지속할 수 있을까? 문득 궁금해지는 한편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