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김민우 Mar 01. 2020

퍼블리, '창작자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2)

조직의 관성 극복에 들어간 노력들

지난번 글 <퍼블리, '창작자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1)>에서 퍼블리의 2017년 고객 조사 및 구독 모델로의 변경 등을 다루며, 퍼블리가 어떻게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사업에 반영하는지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2017년에는 아직 퍼블리의 핵심 상품인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데는 이런 리서치가 거의 영향을 끼치지 못했습니다. 당시 퍼블리는 콘텐츠팀과 제품팀으로 조직이 구분되어 있었는데, 고객 조사는 제품팀에서만 시행하고 콘텐츠팀은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콘텐츠팀은 '우리 고객은 누구인가, 그들의 문제는 무엇인가'를 고민하기보다는 '어떤 저자와 어떤 글을 쓸 것인가'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랬던 콘텐츠 조직어떻게 점차 고객 중심 사고의 중요성을 인지하게 되었는지 다루겠습니다. 


들어가기 전에 말씀드리면, 이 글의 스토리라인은 매끄럽지 않습니다. 이 변화가 '준비, 시작!' 해서 한두 달 만에 끝난 것이 아니라, 1년 이상 긴 기간에 걸쳐서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어느 조직에서든 기존의 관성에서 벗어나서 변화를 만드는 일에는 큰 노력과 시간이 들어갑니다. 아무리 몇몇 사람이 변화를 외치더라도 주요 의사결정권자가 변화를 지지하지 않으면 무위로 돌아가기도 합니다. 


퍼블리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015년 창업 이후로 몇 년 동안 이어진 관성을 바꾸는 데는 많은 노력이 들어갔습니다. 주요 의사결정권자가 바뀌고 조직 차원에서 커다란 실패를 겪는 등 몇 가지 단절적 사건도 필요했습니다. 이 모든 일을 설명하다가는 글이 너무 복잡해질까 봐 중간중간 생략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런 점을 감안하고 읽어 주시길 바랍니다.


기존 콘텐츠 기획 방식: 저자 중심, 소재 중심

기존 콘텐츠 기획은 퍼블리 고객이 누구인지, 그들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하지 않았고, 저자가 어떤 소재로 글을 쓰고 싶어 하는지에서 시작했습니다. 이런 기조는 콘텐츠 기획서에도 드러납니다. 


아래 이미지는 2018년에 퍼블리가 사용한 콘텐츠 기획서 템플릿입니다. (이 기획서는 퍼블리 프로젝트 매니저와 저자가 함께 작성하는 문서입니다.) 고객에 대한 정의보다는, 저자가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기획서 템플릿 첫 페이지. 고객보다는 '저자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두 번째 페이지. '대상 독자' 항목에서도 '누가 이 콘텐츠를 읽었으면 하는지'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고객'보다는 '저자가 쓰고자 하는 콘텐츠'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이 템플릿을 기반으로 실제로 작성된 콘텐츠 기획서를 보더라도, 고객에 대한 고려보다는 공급자로서의 생각이 앞서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 기획서에서는 고객에 대한 정의는 생략되고, 성공적으로 판매하고자 하는 프로젝트 매니저(PM)의 바람이 더 강조되었습니다.


대상 독자 정의 역시, '이런 사람들이 콘텐츠를 읽을 것이다' 하는 막연한 정의에 그쳤습니다.


사업 모델 변화: 개별 콘텐츠 판매에서 구독으로

퍼블리 사업 모델이 지금처럼 정기구독(subscription) 방식이 아니라 개별 콘텐츠 판매였을 때는 이렇게 고객이 아니라 저자와 소재 중심으로 콘텐츠를 기획해도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퍼블리는 2017년 7월에 정기 구독 멤버십을 도입했는데, 기존의 개별 콘텐츠 판매 방식도 2019년 4월까지 병행했습니다.) 모든 콘텐츠가 '잘 팔릴' 필요가 없었고, 일부 콘텐츠만 흥행에 성공하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구독 방식의 사업에서는 이런 기획 방식이 점점 유효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구독 모델의 기본 전제는 고객들에게 지속적으로 가치를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구독 모델이 유지되려면 구독자들이 멤버십 서비스를 한 달만 이용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이용해야 합니다. 즉, 구독은 고객 리텐션(customer retention)이 중요한 사업 모델입니다


고객이 오랜 기간 서비스를 이용하게 만들려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콘텐츠, 고객이 관심을 가질 만한 콘텐츠를 계속해서 공급해야 합니다. 그래서 퍼블리 고객이 누구인지 파악하고, 이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서 가치를 주는 콘텐츠를 계속해서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2019년 상반기 이탈 고객 조사

고객 중심 사고의 중요성은 2019년 상반기에 진행한 이탈 고객 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멤버십을 시작한 지 1년 반이 지나 2019년 상반기에 접어들면서, 고객 이탈이 증가하며 리텐션 지표가 악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고객들이 왜 이탈하는지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는 판단 하에, 퍼블리 제품팀은 이탈 고객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조사는 당시 그로스 매니저였고 지금은 멤버십 프로덕트 매니저를 맡고 있는 김광종 님의 주도로 진행했습니다. 


2019년 상반기 이탈 고객 조사 계획안


이탈 고객을 크게 두 개 세그먼트(2개월 이하로 단기간 이용하고 이탈한 고객 / 4개월 이상 장기간 이용한 뒤에 이탈한 고객)로 나누어, 설문조사와 1대 1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두 세그먼트 모두 주요 이탈 원인이 '내가 보고 싶은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알아냈습니다. 


2개월 이하 단기간 이용 후 이탈한 고객 조사 결과


4개월 이상 장기간 이용후 이탈한 고객 조사 결과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고객들에게 가치를 주는 콘텐츠를 계속해서 제공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러려면 우리 고객은 누구인지 정의하고, 이들이 읽고자 하는 콘텐츠를 기획해야 했습니다.


고객 조사 결과, 앞으로의 액션 아이템 제언


콘텐츠 기획: 고객에서 시작하기

제품팀이 이탈 고객 조사가 한참 진행 중이던 2019년 상반기, 콘텐츠팀에서도 한 가지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콘텐츠 기획안을 만들 때, 반드시 고객에 대한 정의에서부터 시작하도록 한 것입니다. 애시 모리아(Ash Maurya)의 린 캔버스(Lean Canvas)에서 힌트를 얻어, 다음과 같은 항목을 기획안에 포함시켰습니다.

- 우리가 타깃 하는 고객은 어떤 사람인가
- 그들은 어떤 모티베이션을 가지고 있는가

- 그들은 그 모티베이션을 어떻게 충족시키고 있는가

- 그들의 모티베이션 중 Existing Alternatives로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기획서 템플릿입니다. 프로젝트 매니저(PM)는 이 템플릿에 맞춰 고객을 정의하고, 이 고객 정의를 바탕으로 저자와 콘텐츠 기획 및 집필을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콘텐츠 기획서 중 고객 정의 템플릿


템플릿에 맞춰 완성한 '2019 Culture Summit' 콘텐츠 고객 정의.


템플릿에 맞춰 완성한 '마케팅 교과서 깨기' 콘텐츠 고객 정의.


동시에, 퍼블리 멤버십 주요 고객은 어떤 사람들인지, 고객 세그먼트를 정의하는 작업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들', '일 잘하고 싶은 직장인' 같은 식으로 정의했습니다. (현재 퍼블리가 갖고 있는 고객 정의는 이보다 훨씬 발전했습니다.)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들' 고객 세그먼트 정의 


'일 잘하는 직장인' 고객 세그먼트 정의


한계: 고객 없는 고객 정의

고객을 콘텐츠 기획에서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실제 고객 데이터에 기반을 두지 않고, 팀의 추측에 기반해서 고객을 정의했다는 점입니다. 아직 1차 조사(직접 리서치)든 2차 조사(문헌 조사)든, 퍼블리 고객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그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조사하는 것까지는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변화의 계기: 조직적 실패  

그러던 중, 2019년 4월에 발행한 한 콘텐츠에 '기대에 전혀 못 미치는, 혹은 기대와 전혀 다른 콘텐츠가 나왔다'라는 고객들의 부정적인 평가가 쏟아졌습니다. 퍼블리 팀은 이 문제가 저자와 퍼블리의 평판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판단했고, 콘텐츠 제공을 중단하고 구매자들에게는 환불 조치를 했습니다. 


기획, 집필, 편집, 발행에 이르기까지 몇 단계를 거치는 동안 이 정도로 부정적인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은 명백히 조직이 일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퍼블리 팀은 판단했습니다. 다시 말해 이 실패는 특정 개인의 실패가 아닌, 조직적 실패였던 것입니다. 


퍼블리 팀은 콘텐츠 기획과 발행 관련 주요 관계자들이 참여해서 포스트모템(postmortem, 실패 원인을 되짚어보는 사후 분석)을 실시했습니다. 포스트모템을 위해서는 고객 반응을 더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었고, 이를 위해 콘텐츠팀은 4년 만에 처음으로 고객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콘텐츠팀은 자체적으로 고객 조사를 진행해 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그동안 고객 조사를 도맡아 했던 제품팀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두 차례 워크샵을 진행하며, 고객 조사는 어떻게 하는지, 인터뷰 질문은 어떻게 구성하는지 등을 교육했습니다.


첫 번째 워크샵에서는 고객 조사 방법을 교육했습니다. 당시 워크샵 내용을 정리한 노트. 


두 번째 워크샵에서는 Business Question, Research Question, Interview Question을 정의했습니다. 당시에 사용한 스프레드시트.

워크샵을 마치고, 콘텐츠팀은 고객들을 인터뷰했습니다. 콘텐츠팀이 처음으로 구조화된(structured) 방식으로 진행한 고객 조사였습니다. 

고객 인터뷰 결과를 정리한 스프레드시트

이 일을 계기로 콘텐츠팀은 고객들의 목소리를 듣고, 고객 관점에서 콘텐츠를 바라보는 것의 중요성을 더 강하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시점에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들이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여전히 콘텐츠 기획 단계에서 실제 고객 데이터보다는 추측에 기반해서 고객을 정의하고 있었고, 저자와 소재에서 시작하는 기획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몇 년 동안 쌓인 조직적 관성은 한두 달 만에 극복하기 어려운 법이니까요.


그래서 2019년 하반기, 퍼블리는 미해결 과제를 풀기 위해 콘텐츠팀과 제품팀이 참여하는 TF(Task Force)를 만들고, 고객 100명을 인터뷰하는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퍼블리가 어떻게 실제 고객 데이터에 기반해서 고객 세그먼트를 정의했는지, 이로 인해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아직 현재 진행형인 이야기를) 다루고자 합니다. 



*** 퍼블리는 프로젝트 매니저(PM) 채용중 ***

퍼블리에서 프로젝트 매니저(PM)를 채용합니다! (클릭: 채용 정보 보기)


퍼블리 프로젝트 매니저는 콘텐츠를 제품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프로덕트 매니저(참고 아티클: 프로덕트 매니저란?)입니다. 고객의 문제와 니즈를 발견하고 이걸 해결해 줄 수 있는 솔루션인 콘텐츠를 기획하고 저자, 에디터와 함께 발전시켜나갑니다. 


퍼블리 프로젝트 매니저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만족감을 주는 콘텐츠를 통한 타깃 고객의 인게이지먼트 향상'이며, 이를 위해 개별 콘텐츠의 기획 및 제작에서 끝나지 않고 데이터 분석, 마케팅 메시지 도출, 고객 조사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합니다. 


현재 퍼블리 프로젝트 매니저들은 홍보회사 AE, 기업 컨설턴트, 금융기관 종사 등 콘텐츠 업과는 무관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객 중심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 문제 중심의 사고와 해결 능력, 논리적이고 명료한 커뮤니케이션을 하실 수 있는 분이라면 어떤 경력이든 환영합니다. 


▶ 고객 중심으로 일하고 싶다면, 퍼블리 팀에 합류하세요! (클릭)



매거진의 이전글 방향키를 잡고 판을 까는 사람, 퍼블리 PM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브런치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