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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수 Sep 08. 2019

자녀에게 접근하는 <언어>의 속임수

순진한 자녀에게 접근하는 <비열한 언어>에 대해서

"언어는 만물의 척도다."
"말 할 수 없는 것에는 침묵하라."


내가 평소 언어를 대할 때 어찌 해야하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해주는 <말>이다. 천재 철학자이자 언어학자인 '루트비히 요제프 요한 비트겐 슈타인'Ludwig Josef Johann Wittgenstein 의 말이다.


자녀를 둘러싸고 있는 언어의 세계를 이해하게 되면 최소한 자녀의 세계를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 일단은 어른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자녀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구분되어 있다. 언어는 일종의 권력이라는 위치를 가지고 있어서 계층이 사용하는데 있어서도 쉽게 구별된다. 일종의 언어가 가지고 있는 <힘>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다.


이 장에서 자녀들의 <언어>를 다루게 된 이유는 생각보다 자녀가 접하는 언어를 통해 쉽게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무슨 말이냐면, 우리 자녀를 노리는 비열한 속임수와 거래들이 <언어>를 통해 시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또한 우리 자녀가 생활하고 있는 <사이버 공간>의 주요 특징이기도 하다.


조금 전 어느 학생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페이스땡 이라는 SNS사이트에서 우연히 <무료 나눔>이라는 게시물을 보게 됐는데 일종의 기부 선물을 받을 수 있는 글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눔>을 신청했고 이후 게시자가 메신저로 기부를 받으려면 페이스땡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있어야 한다고 해서 의심도 하지 않고 정보를 건네주었다는 것이다. 결국 건네 준 정보로 해킹이 되어 학생의 페이스땡은 자신조차 들어갈 수 없게 되었고, 혹시라도 페이스땡 친구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내게 연락한 것이었다. 올해만 벌써 이와 유사한 사례로 4건이나 상담을 했었다. 


이처럼 최근 청소년들에게 접근하는 속임수는 <언어>다. 지금까지 4명 모두가 속을 수 밖에 없었던 건 <나눔>이라는 선량한 단어에서 시작되었다. 만일 <당신의 정보를 빌려주면 선물을 드립니다.>라고 글을 올렸다면 과연 청소년들이 접근 조차 했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자녀들을 접근하는 비열한 언어들의 사례는  생각보다 많다.


<사채>를 빌려준다고 하면 자녀들은 돈을 빌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채>는 <대리 입금>이라는 언어로 자녀에게 접근한다. <연체 이자>라고 하면 자녀들은 겁이나서 돈 거래를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연체 이자>는 자녀들에게 <지각비>로 접근한다. 또 사이버 도박에 있어서도 <포커>, <바카라>, <블랙잭> 같은 언어로 접근하면 자녀들은 도박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이버도박은 자녀들에게 <사다리>, <달팽이>, <타조>와 같은 언어로 접근한다. <랜덤채팅>이 위험하다는 것을 모든 자녀들은 알고 있지만 그러한 랜덩채팅은 <돛*배>와 <*톡>과 같은 자녀에게 친숙한 언어로 접근하여 자기들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애스크>와 <오픈채팅> 같은 단어도 사실은 랜덤채팅이지만 자녀들은 정작 힘들 때 하소연 할 수 있는 비상구라고 받아들인다. 그리고서 성희롱을 당하거나 그루밍 수법에 넘어가 영혼마저 상처를 입게 되면 그건 전적으로 자녀 혼자만의 몫이 된다. 결국, 멀쩡하고 정상적인 자녀를 위험에 빠트리기 위해 가장 손쉬운 방법은 그럴듯한 <언어>로 접근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학교폭력>이 대한민국 역사에서 사회적 용어로 인정받기에는 불과 20여년 밖에 되지 않았다. 한 고등학생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공분을 사면서 정작 고인의 부모들이 들고 일어나서야 <학교폭력>이 사회적 용어로 인정 받을 수 있었다. 그 전까지 국가의 횡포로 인해 대한민국은 학교에 폭력이 있다는 상징적 언어를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학교폭력은 <학원폭력>, <학생깡패>, <불량학생>이라는 우회적 표현을 사용해 왔었다. 결국 언어의 올바르지 못한 선택이 그간의 청소년들의 위험을 숨기며 외면했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든 언어는 시대를 반영하고 전체를 가장 쉽고 빠르게 이해시키는 <이미지>의 역할이 컸던게 사실이다. 언어를 통해 전체를 이해할 수 있듯 다르게 말하면 언어에 기교를 부리면 희생자와 피해자가 속출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언어>는 자녀에게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자녀들이 살고 있는 이 시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언어가 춤을 춘다'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이를테면 언어의 선택에 있어서 너무 자율적이고 나몰라라식이다 보니 결국 피해를 보는건 자녀들이다. 내용물보다는 <제목>과 <단어>에 의존하는 자녀들에게는 잘못된 판단을 하는데 더 없이 좋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지금의 자녀를 둘러싼 언어는 우리 부모의 시대처럼 <배려>는 보이지 않는다. 그 흔했던 <포스터>도 <표어>도 우리 주변에 공익적인 언어는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하물며 자녀들이 접하는 각종 콘텐츠에도 언어에 대한 정성스런 해석은 달지 않고 있다. 지극히 상업적이고 지극히 지엽적이다. 더 안타까운건 자녀들이 접하는 언어에 도덕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무례하기 짝이 없다. 거기에 어떤 단어가 하나 히트라도 치면 연신 패러디한 단어를 생산해 내기 바쁘다. 한편으로 보면 <언어사용 중재 위원회>라도 있었으면 쉽다.


지금, 자녀 세계에서는 자녀를 유혹하는 비정상적인 콘텐츠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봇물 터져 나오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유투땡>이나 <페이스땡>, <게임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언어는 말할 것도 없고, <도박사이트>와 <야동사이트>, <성매매사이트> 같은 자녀에게 접근조차 해서는 안되는 불법사이트 마저도 버젓이 <개미**>, <파일**>, <**방송>, <***톡>같은 자녀에게 친숙한 단어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위 사례처럼 SNS 페이지에서 올라오는 수많은 게시물 문장들은 지극히 순화적이고 부드러운 단어로 자녀들을 꼬이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해법을 내놓아야 하는데 간략하고 손쉬운 해답을 원하는 부모들에게 이를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이건 전적으로 부모의 몫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몫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을 해보자. 적어도 우리 부모는 이러한 비열한 언어 사례들을 알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닐까? 그리고 자녀와의 티타임때 이러한 사례를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은 최소한 필요하지 않을까? 물론 쉽지 않을것이다. 자녀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갑자기?" 하며 멀뚱멀뚱 쳐다볼수 있다.


무엇보다 자녀에게 심어주고자 하는 것은 <비판적 사고>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의심>이 나쁜것이 아니라 실체적 진실을 가려내는 <합리적인 도구>라는 인식을 심어 주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 <비판적 사고> 는 앞으로 사이버 공간에서의 자녀 대책을 위해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단어를 부모들에게 지겹도록 강조해서라도 그 중요성을 각인시켜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자녀 안전에 있어서 <비판적 사고> 만큼 최고의 효자 종목은 없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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