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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lly Mar 30. 2018

민시, 2018년 3월

-사냥-


-사냥-



어제까지 마음에 들지 않았을 정도로 쓰기 어려웠던 시였습니다. 모쪼록 이 시를 통해,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가 얼마나 무거운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건전한 사회 운동을 본인의 잇속 챙기기에 이용하려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관심 받고 싶은 마음에서 촉발된 온라인 마녀사냥이 얼마나 위험한지, 우리는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인과 연예인의 잘못이 온라인에서 공론화되면 셀 수 없이 달려듭니다. 제 주변에 그렇게 많은 공격자가 있었는지 생각해보게 될 정도입니다. 반성하도록 따끔히 혼내주려다 그만, 어느새 폭력이 되고 맙니다. 가담한 그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에 무섭습니다. 그냥 그렇게 변하고 선을 넘어, 폭력에 취해 물어뜯는 것을 멈출 수가 없게 됩니다. 취하지 않고 절제하는 사람은 소수입니다. 좌중을 말리려는 진지하고 학식 있는 사람은 곧 다른 피해자로 전락합니다.


분노는 잔혹하며, 남는 것은 갈가리 찢긴 사체뿐입니다. 말 한마디 덧댄다는 게 그만, 셀 수 없게 돼버리면 숨이 막혀 죽습니다. 하나로 뭉쳐 인터넷에서 조직 폭력을 한다고 해서 한민족이라고 하는 건지. 이토록 강한 우리의 전투력이 '일상에서', '서로에게' 쓰인다는 게 매우 안타깝습니다. 공격성은 얼마나 많이 내재해 있는 걸까요.

두들겨 패야 할 것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현실을 지배하는 불합리와,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사회구조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본 교육기관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가르쳐주기보다,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 가르칩니다. 그 때문에 우리는 주체적인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기 힘들었고, 그다음엔 여유와 행복이 결여된 경쟁 사회로 곧바로 투입됩니다.


이 얼마나 지배하기 쉬운 사회구조인지 모르겠습니다. 점점 알아서 악순환이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항상 마주하는 불합리와 고단한 삶에서 쌓인 공격성은 이성을 마비시키고 더 공격적인 사회로 만드는 데 일조합니다. 그렇게 길러진 공격성을 어쩔 수 없이 풀어야한다면, 그것들을 만드는 사람들을 공격했으면 합니다. 물론 우리가 서로 다툴 수도 있겠죠. 안 맞아서요. 그렇지만 굳이 왜 절대적인 피해자들끼리 검투사처럼 죽일듯이 싸우고, 그동안 누군가는 지배구조를 공고히 해서 콜로세움의 벽을 우주까지 높이는 공사를 하느냔 말입니다. 관객 없는 투기장에서 지금도, 셀 수 없는 검투사만 죽어납니다. 


우리는 극단적일 필요가 없으며, 분노가 여러 명에게서 나오면, 대상자는 사망합니다. 사회적으로든 물리적으로든요. 그 분노를 조절하기 위해 이해해야 하는 간단한 진행 과정이 있습니다. 


[일반인이 잘못함 -> 공론화되고 집단 공세(1)를 받음 -> 상황 설명하며 대처함 -> 자기방어 일색에, 사과가 충분히 내 맘에 안 듦 -> 공세(2)를 이어감 -> 극단적 결과]


위 진행 과정을 보고, 우리 함께 공세(2)까지 가지 맙시다. 보통 공론화된 당사자가 반성하는 글을 올리면, 대부분 자기방어를 할 수밖에 없고, 받은 뭇매에 억울한 마음이 깔려있다는 것을 아시잖아요. 애초에 바로 잘못을 직시하고 합리적인 대처방안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공론화될 만큼 사건이 커지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우리 같은 제삼자와 당사자와는 온도 차가 다르기까지 하죠.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우리만큼, 잘못한 사람은 냉정하게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당장 때려 맞고 있으니까요. 저는 이런 관점으로 공론화된 분노가 제게 많이 미치지 않도록 조절합니다.


그 분노 조절로, 우리끼리는 어느정도 선을 지키고 싶습니다. 반드시 그 사람이 우리 밑에 무릎 꿇고 기어야 반성일까요. 내가 그 복종을 받고 나면 삶이 나아질까요. 혹은 우리가 왠지 권력자들 밑에 그러고 있는 것 같아서, 동조화가 일어나는 게 아닐까. 반증이 아닐까. 쭉 무서운 상상으로 이어집니다. 이런 점을 인지만 하고 있어도, 마녀사냥 할 때는 공격성을 조금만 쓸 수 있습니다. 남은 것으로 지배층의 성채를 공격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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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은 시를, 모든 사냥꾼에게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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