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
언제 녹을지 모르는 빙판 위에 서 있는 내 얼굴 위로 아슬아슬하게 햇살 한 줄기가 떨어졌다. 잠이 덜컥 깼다. 나는 나이고 싶었다. 내가 나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때가 제일 괴롭고 미치겠는 순간이었다.
-2017.12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두 눈을 꼭 감으면 구름이 있었다. 떠다니는 구름 위에 걸터앉아 온 의식을 맡기면 나는 완연히 다른 공간에 있었다. 그리고서 눈을 다시 뜨면 뾰족하게 곤두 선 신경이 온몸에 전율을 탔다. 딱딱하고 차가웠다. 그래서 다시 눈을 감았다. 구름이 보였다. 살짝 건드리려 하니 모든 게 사라졌다.
-2017.09
잠을 잘 잤다 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은 그나마 오감이 다른 때 보다 덜 깨어있는 조용한 꿈을 꾸는 날이다. 꿈은 나를 괴롭힌다. 눈에 보이고, 귓속에 들리고, 어떤 때는 냄새가 맡아지고, 손끝에 만져지면 신경이 바싹 곤두선다. 다음날 일어나면 온갖 감정이 소모되어 육신을 일으키기가 쉽지 않다. 매일 밤 감당이 안될 때가 많다. 그래서 복잡한 머릿속을 진정시키려면 오늘도 그려야만 했다.
-201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