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각 #2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이란 김연수의 소설이 있다.
어느 날인가 갑자기 불면증이 와서 잠을 못 자는 날들이 반복됐다.
아플 때마다 찾아가던 동네 의원의 의사가 말한다.
운동하라고. 당장 운동을 시작하기 어렵다면 ‘산책’이라도 해야 산다고.
의사도 나도 같은 동네 주민으로 나이 들어가면서,
진료실 창문 블라인드 사이로 비쳐 드는 햇살만큼의 연민을 주고받았다.
고맙게 느껴졌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산책이다.
아침이나 저녁에 하루 한 번은 무조건 나갔다.
집 앞 공원으로, 산책로를 한 바퀴 도는데 20분 걸린다.
세 바퀴를 돌기로 했다.
어느 날은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어느 날은 화장까지 하고,
또 어떤 날은 외출하기 전에, 어떤 날은 그냥, 그렇게 나가기 시작했다.
처음 바람이 좋은 걸 알았다.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
이 시가 생각나는 이유, ‘산책이라도 해야 살아요’
살아 움직이는 바람이 좋을 수밖에.
그리고 산책하면서 생긴 습관이 있다.
혼잣말.
산책을 하면 자기 생각에 빠진다.
산책하는 이들이 가끔 내뱉는 혼잣말이 들릴 때가 있다.
혼잣말은 대체로 자기 상념에 깊이 빠져 있는 경우에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말이다.
“하 참”, “내가 미쳤어!”, “왜 그랬을까….”
나도 그랬다. 곱씹지는 말자.라고 하면서도 다시 생각하곤 했다.
그렇게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물면서 가다 보면, 혼잣말이 나온다.
"바보."
그러다 늘 같은 자리에 있는 나무나 꽃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네가 눈에 들어왔다. 마지막 세 바퀴째에는 그네를 탔다.
그네를 타면서 꽃과 나무를 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도 그렇다. 나도 사랑스러운 사람이다.
빙그레 웃는다.
'무조건' 산책하면서 알게 된 비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