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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를 내다.

변화

by JinSim


함께 글쓰기를 한다는 것은 타인의 글을 읽을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내 머릿속 세상이 얼마나 작고 보잘것없는지를 지리멸렬하게 깨닫는 시간.


글을 읽고 그들의 삶을 잠시 엿보고 나면,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나는 어떤 삶을 살았지?

나는 나의 삶 속에서 무엇을 사유하고 무엇을 알게 되었나?


명랑

밝음

보기 좋게 포장된 가면을 쓰고

좋게 말해 해맑음이지...

적당히 보기 싫은 건 외면하며 살아온 걸까?

부정적인 표현에 어려움이 있는 나.







"너는 참 팔자 편안 년이야~"


"선비인 척 좀 하지 마라~ 역겹다"


가끔, 모진 말을 뱉는 이들이 있다.

그건 시샘일 수도, 답답함일 수도 있겠지...

그들 스스로 나에게 찾은 불편감이겠지만 그들에게 느껴지는 나의 부정적 모습일 수도 있겠지...

이런 소리를 듣고 나면

'니들이 나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그렇게 말하지?'

화가 나고 못마땅하다. 그리고는 그들과 거리를 둔다. 거리를 둔다는 것도 회피의 일종이려나?



내게도 분명 힘듦이 어려움이 두려움이 있었고,

아직도 극복하지 못하는 수많은 감정이 있지만,

그것들을 그저 내 몸속 어딘가 한편에 묻어두고, 쌓아두고 외면하고 있다.

내가 외면하는 것들을 그들이 어찌 알 수 있을까... 모르는 것이 당연하지... 나조차도 선명하게 알지 못하는 것이니...



직면하는 것.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 것인지,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

하지만 직면을 통해 통찰하고 변화되어야 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배웠다.


어쩌면 그 두려움을 알기에 나는 언제나 용기를 내지 못한다.


자기를 돌아보며 치열하게 한 걸음씩 내딛는 그들을 보며 오늘도 머뭇거리는 나를 마주한다.








타인의 글을 읽으며 잠시 머무르게 되는 곳은 빛이 아니라 어둠이다. 그들의 어둠 앞에서 나도 멈추고 그 어둠을 간접적으로 느껴본다. 곁에서 맴돌다 빨려들 듯 한 발짝 들였다가 이내 내 것이 아닌 양 화들짝 놀라서는 뒷걸음질 친다.


깜깜한 방에 들어서면,

처음엔 통제되어 버린 시각에 당황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어떤 위험물. 불확실성에 대한 염려와 불안으로 얼어붙어 버린다.

한참을 기다려야 서서히 다른 감각들이 깨어나며 안구도 조리개를 조절해 어스름하게나마 주변을 볼 수 있게 해 준다. 느낄 수 있게 해 준다가 맞겠다. 시간만 있다면 어둠에 적응할 수 있을 텐데 아직 나는 시간을 견딜 수가 없나 보다.


알아차리면 불확실성이 줄어든다.

그래, 깜깜한 어둠도 시간이 지나면 감각으로 느낄 수 있어.

완전히 매몰되지는 말자.

서서히 어둠에도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해.



오늘 나는 한걸음 어둠 속으로 발을 디뎌보려 한다.

그릇을 키우는데 급급해 그릇밖에 드리운 그림자가 더 짙고 넓어지는 걸 잊고 있었다.

그림자 속 어두운 나도 다정히 품어줄 용기를 내어본다.



나의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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