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속 캐나다에서 품게 된 두가지 의문
중국에서 일어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접할 때만해도 솔직히 강 건너의 일로 바라보았었다. 아 요즘처럼 물질문명과 과학이 삐까번쩍한 세상에 전염병이라니... 정도로. 그러다가 한국에서도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오기 시작할 때 내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시선에 우려가 실리기 시작했다. 평상시 구독해온 온라인 일간지 상단에 표시된 '코로나 현황'을 주시하면서. 그러는동안 내가 사는 이곳 캐나다는 위험도가 낮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주, 장을 보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 사람이 왜 이렇게 많지? 꼭 명절 앞둔 이마트 같네? 카트를 끌고 필요한 이것저것들을 주워담으며 돌다가 한가지 특이점을 발견했다. 파스타와 두루마리 휴지가 있는 선반이 텅 비어있던 것. 응? 이건 뭐지? 나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오늘 무슨 일인가 하는 의아심을 표현하기도 한 것이 바로 지난 주 후반 때의 일이었다.
마침 시작되는 초중고 March break (1주일간의 3월 단기방학) 기간에 더해 아해들에게 있어 뜻밖의 '개꿀'같은 2주 연장 소식, 이어 대학까지 학교 문을 닫는다는 소식, 최근 수염을 기르고 있는 저스틴 트뤼도 총리가 코로나로 인해 타격을 받을 민생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풀기로 했다고 발표하더니 곧이어 미국과의 국경을 폐쇄한다는 소식 등등. 정신 못차리게 급박하게 일이 결정되고 발표, 시행되는, 전혀 '캐나다스럽지' 않은 이색적인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는 비로소 '사태'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다.
엊그제 볼 일을 보러 외출했다가 와이파이가 필요해서 커피숍에 들렀다. 거리가 한산한 것은 그렇다쳐도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눈에 들어온 그림은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소싯적, 늦은 시간 왁자한 '호프집'에 어느 순간 울려퍼지던 노래 '지금은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빠빠빠 빠빠빠~'하는 리듬에 맞춰 피로한 모습의 종업원들이 의자를 테이블에 엎어놓는 모습이 떠오르는 형상. 사연인즉, 'social distancing'의 지침 아래 모든 레스토랑 등의 매장에서는 테이크 아웃이나 배달 -평소와 달리 배달료가 없어서 누군가에겐 오히려 '개꿀'같은 혜택과 함께- 이 권고되는 상황이었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코로나 관련된 소식을 이미 자주 접했던 나는 이제 본격적인 캐나다의 '코로나 사태'속에서 두 가지 의문을 품게 된다. 하나는, 캐나다에서는 왜 마스크 쓰란 말을 하지 않는가이다. 한국에서는 마스크가 코로나 예방에 필수품으로 여겨 물량부족으로 인해 갈등도 생겨나고 동시에 미담도 생겨나는 모습을 지켜본 터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관련 당국에서 알리는 일종의 '국민 방역 지침 요령' 같은 것에 마스크 착용 이야기는 없다는 거다. 20초간 비누로 빡빡 자주 씻을 것, 얼굴 만지지 말 것, 나라 밖으로 여행 다녀온 사람은 2주간 자가 격리할 것, 아프면 집에 있을 것, 사람많은 곳에 되도록 가지 말고 사람과 너무 가까이 접촉하지 말 것. 이것이 다다. 최근엔 이곳에서도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구입할 수조차 없지만 어디서건 실제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은 안쓴 사람보다 적다.
다른 한 가지 의문은, 왜 한국에서는 '사재기' 현상이 없느냐이다. 한국에서 이 마스크가 얼마나 귀한지 누군가는 '사재기'를 해서 값을 올려 시중에 풀려 했다가 지탄을 받기도 하는 등의 소식을 접했을 뿐 식료품이나 생필품이 동났다는 소식을 접하지 못했다. 나를 비롯한 장년층 이상 한국인들은 '사재기'란 말에 거부감과 일종의 수치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는 오래 전부터 북한 관련돼 무슨 소식이 있기만 하면 즉각적인 이 '사재기' 현상이 나타났고 이는 곧바로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기억이 있다. '자기만 살고 보겠다는 이기심의 발로'라는 명분을 근거로.
그런데 여기서 보니 개인들이 바깥 출입을 자제하면서 한번에 사 두려는 준비로서거나 물류 조달의 차질로 재고가 부족하게 될 것에 대비하는 것 정도로 바라보는 것 같다. 업주측에서 한 개인당 구입 갯 수를 제한하는 정도와 생필품 물량이 동나게 하지 않을 것이니 염려말라는 당국의 당부가 있을 뿐. 그런데도 내 안에는 스스로 '사재기' 행위를 한다는 것에 대한 반감이 깊어서 그저 평상시와 다름없는 일상적인 쇼핑을 하느라 정작 집안에 화장실 두루마리 휴지가 |떨어졌는데도 사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곽티슈 세통을 사올 수밖에 없었다. 다음번 장을 보러 갔을 때 여전히 두루마리 휴지를 살 수 없다면 'facial tissue'라고 알려진 곽티슈를 화장실에서 쓰는 사치를 누릴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