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 죽이기
마음이 헛헛해서가 아니라,
마음이 헛헛해질까 바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열심히 읽고 쓰다 보면
마음속이 촘촘해져서
어느 한구석에도
헛헛함이 빛처럼 스며들지 못하리라
염원하면서 말이다.
아이들 셋이
지난 십 년을 막아 줬듯이
지금부터 이십 년은
활자와 자판이 날 지켜주어야 한다고.
오늘도 알라딘 신의 제단에
이백 불어치 공양미를 바치며
심봉사 눈뜨임 소망을 비는데,
부질없는 바람에
암막커튼이 휘날리더라.
빛이 아니라 바람이었나..
세상도 구원 못한 책 따위가
나를..
마음을..
무슨 재주로 막아주겠는가.
그래도,
평생을 별로라고 생각하던 하루키를
오늘 장바구니에 넣은 나의 용기에 박수를..
후졌던 건,
하루키가 아니라,
하루키를 사랑한다던
무척이나 구렸던
내 젊은 날의 등장인물들이었음을
이제야 눈치챘다.
어여 오길.
내 읽어 주리.
헛한 날들을 핫하게 데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