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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선생님 Jan 28. 2021

공책을 선물하다.

아이들에게 '나의 것'을 만들어 주다.

선물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가끔 부담스러운 선물이 있거나 불순한 의도가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선물이 있을 수는 있지만. 특히나 아이들에게 선물은 그냥 '선물'이다. 이 사람이 나에게 어떠한 의도로 이것을 주었는지, 그래서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선물을 받는 순간만큼은 그러한 것 같다.


작년 말, 초등학교 1학년 친구에게 깍두기공책을 선물해주었다. "선생님이 이 노트 OO이 위해서 직접 사 왔어! 어때?" 말은 이렇게 자신감 있게 했지만 나의 속마음은 걱정이 앞섰다. '분명 내가 숙제 내 줄 공책이라는 걸 느낄 텐데.' 미안함도 앞섰다. '선물'이라는 포장지로 의무감과 압박감을 주는 것만 같아서.

 

하지만 나의 우려와는 다르게 아이는 매주 그 노트에 성실하게 숙제를 해오고 있다. 진전을 점검하기도 더 수월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것'이 생겼다는 느낌만으로도 만족감을 크게 느끼는 것 같다. 이전에도 늘 종합장으로 숙제 노트를 만들어주곤 했지만 '공책'은 또 다르게 느껴지는 듯했다. 종합장은 7살 때와 크게 차이가 없었지만 공책은 '이제 나는 언니, 오빠, 형이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도구가 될 수 있으니까.




쓰기 과제를 할 때는 무엇보다 숲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아이도 가르치는 사람도 숲을 보고 나아가야 한다. 글자 하나, 맞춤법 규칙 하나에 집중하다 보면 내가 이 과제를 왜 하고 있는지 잊어버린다. 무엇보다 아이의 일상을 자주 물어보고 특히 요즘 가장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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