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나의 것'을 만들어 주다.
선물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가끔 부담스러운 선물이 있거나 불순한 의도가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선물이 있을 수는 있지만. 특히나 아이들에게 선물은 그냥 '선물'이다. 이 사람이 나에게 어떠한 의도로 이것을 주었는지, 그래서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선물을 받는 순간만큼은 그러한 것 같다.
작년 말, 초등학교 1학년 친구에게 깍두기공책을 선물해주었다. "선생님이 이 노트 OO이 위해서 직접 사 왔어! 어때?" 말은 이렇게 자신감 있게 했지만 나의 속마음은 걱정이 앞섰다. '분명 내가 숙제 내 줄 공책이라는 걸 느낄 텐데.' 미안함도 앞섰다. '선물'이라는 포장지로 의무감과 압박감을 주는 것만 같아서.
하지만 나의 우려와는 다르게 아이는 매주 그 노트에 성실하게 숙제를 해오고 있다. 진전을 점검하기도 더 수월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것'이 생겼다는 느낌만으로도 만족감을 크게 느끼는 것 같다. 이전에도 늘 종합장으로 숙제 노트를 만들어주곤 했지만 '공책'은 또 다르게 느껴지는 듯했다. 종합장은 7살 때와 크게 차이가 없었지만 공책은 '이제 나는 언니, 오빠, 형이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도구가 될 수 있으니까.
쓰기 과제를 할 때는 무엇보다 숲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아이도 가르치는 사람도 숲을 보고 나아가야 한다. 글자 하나, 맞춤법 규칙 하나에 집중하다 보면 내가 이 과제를 왜 하고 있는지 잊어버린다. 무엇보다 아이의 일상을 자주 물어보고 특히 요즘 가장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