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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인의 번아웃 극복기

by 말선생님

'번아웃'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이상) 쯤은 겪어보았을 만한 경험이다. 콘텐츠가 범람하는 세상 속에서 무언가를 '해야만 할 것' 같은 압박감이 지속되면 번아웃을 마주하게 된다. 머릿속은 해내고 싶은데 몸은 따라주지 않는다. 어느 순간, 생각 조차도 해야한다는 의지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결국,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고, 그저 쉬고만 싶어지는데, 여기에 우울감이 더해지면 점점 더 자신만의 동굴 안에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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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요즘 번아웃인 것 같아요."

"그럼 좀 쉬세요."

"어떻게 쉬어야 할까요? 잠도 요즘 많이 자는 편인데. 그래도 번아웃 같아요."


이런 대화가 오고 가는 상황이라면, 어떤 해결 방안을 제시해줄 수 있을까? 내가 속한 직군, 또는 다른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 안에 번아웃은 늘 한번 쯤은 등장하는 단어였다. 해야 할 것만 같은 압박감에서 벗어나는게 쉬운 일인가. 누군가에게는 쉬는게 가장 어려울 수도 있는데.



내가 선택한 방법 중 효과를 가장 크게 보았던 해결책은

- sns 쉬기

- 잠들기 전에 영상 보지 않기

- 나와의 시간을 하루에 10분이라도 갖기

- 온전히 나를 위해 글을 써보기

- 내가 좋아하는 일을 시작해보기(취미생활이라도, 직업과 무관하게)


이렇게 다섯 가지가 있었다. sns를 쉬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았는데, 관심을 갖고 있던 것들로부터의 스위치를 하나둘씩 끄는 작업 과정을 가졌다. 게시글 숨김을 지정하거나 스토리를 숨기기도 했고, 막바지에는 sns 앱을 삭제했다. '세상 돌아가는 일을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책을 쓰고 콘텐츠를 만들지?' 이러한 고민이 있었지만, 적어도 sns 창을 열지 않았던 6개월만큼은 쏠쏠한 충전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외부로부터, 주변 사람이, 내가 팔로우한 누군가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사는지 아는 지식이 나의 콘텐츠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다음으로 나의 전공이나 직업과는 전혀 무관한 무언가를 시작했다. 라탄 배우기, 캘리그라피 배우기, 숏폼 제작과정 배우기 수업은 숨쉴 구멍이 되어주었다. 함께 모인 사람들과 배우는 과정 안에서 삶을 나누기도 하고, 고민을 주고 받기도 했다. 나만 겪는 시간이 아니구나, 나만 이렇게 지친게 아니구나, 나만 막막함을 느끼는게 아니구나, 서로를 통해 크고 작은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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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글을 썼다. 브런치 스토리에, 블로그에, 나만의 작은 노트에 글을 썼다. 좋은 글귀를 필사하고, 나의 생각 여정을 한 조각씩 기록해보았다. 생각보다 상처가 깊지 않은 일도, 생각보다 오래 기억되는 일도 있었다. sns에 글을 쓸 때는 누군가를 의식할 수밖에 없었는데 나만의 기록을 할 때는 내가 나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갖게 해주었다.


나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누가 나를 귀하게 여겨줄까?

쓰는 과정은 남과의 비교가 의미를 갖지 않는다.

글쓰기에는 분명 나 스스로를 사랑하고 돌보고, 안아줄 힘이 숨어있다.



번아웃은 꼭 일로만 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돌보는 중에도, 아무런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그 기간에도 누구나 마주할 수 있다. 내향인이라고 번아웃이 더 많이 오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외향인이라고 번아웃을 더 자주 마주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이 일을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번아웃이 왔구나.'


글로써 치유하는 시간을 갖기를 권해본다. 그동안 잘 해왔다고, 노력을 알고 있다고, 꼭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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