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예상하고 시작했겠는가

2년간 달려온 창업, 계속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묻다

by 밀이

누가 실패를 예상하고 시작했겠는가


첫 아이템이 실패라는 걸 느꼈을 당시 나 자신이 너무 미웠다. 왜 좀 더 창업을 공부하고 신중하게 기획을 못했을까, 왜 중요한 피봇팅을 해야 할 때 팀원들에게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했을까. 온 열정을 퍼부어도 실패한 내가 안쓰럽기도 했다.


맨땅에 헤딩. 내가 처음으로 창업을 시작한 방법이다. 노션, 디스코드, 피그마, 깃허브 등 아무 협업 툴도 모르고 시작했다. 앱 화면 하나하나를 손으로 그려서 디자인팀에게 넘겼다.

창업동아리 팀원들이 팀장이 너무 모르니깐 꼽도 받았으면서 시작한 창업 1년.


그래도 좋았다. 대학교 들어온 이후 5년-6년 만에 내가 처음으로 열정을 느끼는 것을 찾았기 때문에.

첫 해, 작년 매주 비대면 회의하고 운 적이 많다. 회의를 마치고 나면 ‘내가 팀을 잘 이끌고 있는 걸까?’ 란 생각과 걱정을 했다. 또 나를 무시하는 듯한 말투들이 속상했다. 아무 따뜻한 인사 없는 냉랭한 회의였다. 회의를 시작하면 분위기가 싸했고 그 순간들이 너무 긴장되었다. 그래도 난 배우겠다는 의지로 모르면 물어봤다.

’ 톡으로 연속해서 보내지 말고 디스코드 파세요 ‘라고 들으면 디스코드가 뭔지 배웠다.

‘피그마에 그린 기획 프로토타입 올려주세요’하면 피그마 쓰는 방법을 배웠다.

진짜 0부터 시작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어쩌면 단순하다.

적어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노력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동시에 실패에 대한 변명을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돌아보면 모든 말이 변명처럼 느껴진다.


창업을 하는 대표는 보통 ‘경영학과’, ‘시각디자인학과’, ’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학과‘ 학생들이다.

그중에 과에 적응을 못한 ‘화학공학과‘ 출신.


ADHD라서 아이디어는 폭발하지만, 가끔 ADHD라서 힘들 때도 많은 걸 인정한다.


기획을 시작했던 2023년에는 ADHD앱이 앱스토어에 영어로만 있었다. ADHD시장은 미국이 가장 크고, 그렇기에 수많은 투자사 파트너, 심사위원들은 국내 ADHD 시장성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ADHD는 아동기 때 발병하여 전 세계 인구 중 약 8~9%가 겪고, 반 정도 성인기로 이어진다. 즉 성인 ADHD는 인구의 4%이다.


2019년 약 7.2만 명, 2023년 약 20만 명으로 대한민국은 ADHD환자수가 5년 만에 2.8배 증가하였다.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진료통계, 2023)


그중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정신과 진료율이 12.1%로 평균 33% 대비 한국은 최하위 이용률이다.(OECD Health Statistics, OECD Health at a Glance (2021~2023))


이 숫자들은 한국의 정신건강 시장이 아직 매우 제한적이라는 걸 보여준다.


창업 지도 교수님이 이런 말을 했는데

‘너 앱은 외국에서 성공한 후 국내로 도입하는 게 더 나을 거야.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라고 하지만 아직 먹고살기 바빠’



그 무렵, 난 미군인 남편이 내년에 해외로 발령을 받아 가게 되었다. 어쩌면 새로운 기회일지도 모른다. 독일을 가게 되었고, 독일의 정신건강시장은 열려있기 때문이다. 가는 곳이 시골이지만, 가장 근처인 맨하임 창업지원센터에 콜드메일을 보냈다. 독어를 못하기에 영어로 줌을 했다. 한 시간가량 얘기를 했다. 근처 대학교랑 연계해서 우리나라처럼 창업 지원이 있지만, 독어로 진행한다고 한다. 독어를 이제 듀오링고로 배우고 있는 나에겐 큰 벽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나가는 창업경진대회마다 순위에 들지 못하였다.

어느 순간 ‘툭’ 끊어졌다. 그냥 그만두고 싶었다.



행복하지 않았다.


나 자신에게 ‘행복하고 싶으면 뭘 하면 좋을까’라고 물었을 때

바로 나온 대답은 ‘당장 그만두고 싶어 ‘였다.


그리고 난 팀원들과의 약속을 했기에 내년 2년까지 하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