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비의 프레이밍 25
팔은 안으로 굽는다. 그리고 나는 (이미 몇번이나 밝혔다시피) KIA타이거즈의 팬이다. KIA타이거즈 팬이 스토브리그에서 타이거즈의 새로운 시즌을 예상하면서 망할 거라고 초를 치는 건 팔이 밖으로 굽는 것처럼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팬이라면 이 시점에서는 자팀의 모든 것이 핑크빛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아무리 '객관적'이라는 말을 동원한다 하더라도, 내게는 '객관'이 없다. 아무리 애를 써도 내 눈은 내 몸뚱아리에 달린 채 내 자리에서 보이는 내 생각을 투영할 따름이다.
감사하게도 이 부족한 '2025 KBO리그 프리뷰' 글을 따라와주신 분이라면 '예상순위'의 빈자리에 단 한 자리만 남아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계실 테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지만, 솔직히 잘 만들어졌다. 사실 팬 입장에서는 이상하기도 하다. 2022, 2023시즌에는 빈틈 투성이였는데 갑자기 이럴 수 있을까 싶을 지경이다. 많은 이들의 노력 때문일 수도 있고, 리그 전체의 뎁스가 얇은 탓일 수도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이 팀을 응원하는 팬으로서는 행복한 일이다.
아담 올러는 선수 쪽에서 너무 일찍 영입 사실을 터뜨려서 당황스러운 케이스였다. 그 시점에서 KIA타이거즈 외국인 영입의 우선 순위는 네일 쪽에 있었으므로, 혹여나 네일 잔류 협상에 영향을 줄까 싶어 모두 노심초사 할 수 밖에 없었다. 결론적으로 KIA타이거즈는 네일도 잔류시키는 데 성공했고, 올러를 영입함으로서 비슷한 스타일의 외국인 투수 원투펀치를 완성할 수 있었다.
2025시즌 KBO리그에 새로 선을 보이게 된 외국인 선수들 중 투타를 통틀어 가장 좋은 MLB커리어를 가지고 있는 건 KIA타이거즈의 새로운 내야수 패트릭 위즈덤이 아닐까 싶다. 시옷댄스 응원가로 많은 인기를 누렸던 소크라테스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찾는 건 솔직히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소크라테스는 심지어 우승 시즌의 주전 외야수였다. 소크라테스의 단점이 많았다고 한들, 안정적인 선택은 역시 소크라테스였다.
하지만 KIA타이거즈는 더 나은 타선 구축을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가져갔다. 개인적으로 위즈덤이 NC다이노스의 데이비슨과 함께 홈런왕 경쟁을 펼치게 될지 아닐지는 결국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은 팀이 안정적인 선택보다는 도전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혹여 위즈덤이 적응문제를 보인다고 해도 KIA타이거즈의 타선은 외국인 야수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는 뎁스를 이미 갖추고 있다. 만약 위즈덤에게 적응기간이 필요없게 된다면 KIA타이거즈는 2024시즌보다 더 좋은 타선을 갖게 될 것이다. 이건 해볼만한 도전이다.
FA 선수들이 행선지를 결정한 후 스토브리그의 열기가 식어갈 무렵 갑작스럽게 KIA타이거즈와 키움히어로즈의 트레이드 소식이 들려왔다. KIA타이거즈는 2026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4라운드 픽에 현금 10억을 내어주고 키움히어로즈로부터 조상우를 받아왔다.
2024시즌 중반 마무리 정해영의 갑작스런 부상 이탈로 인해 비상이 걸린 KIA타이거즈는 조상우 트레이드를 타진했다. 그러나 키움히어로즈 측의 신인지명권과 유망주 요구에 태도를 결정하지 못한 채 시간이 지체되었고, 결국 조상우마저 부상을 호소하며 이탈함으로서 논의가 수면 아래로 사라진 일이 있었다. 그러나 FA를 통해 불펜 마당쇠인 장현식이 LG트윈스로 떠나버리자 이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서는 다시 KIA타이거즈가 움직였다.
2024시즌 중반에 트레이드를 성사했으면 전체 5순위 신인지명권을 내줘야 할 상황이었으나, 시즌을 마치고 나니 이제는 같은 1라운드라고 해도 전체로 보면 열 번째 선수인 셈이라 KIA타이거즈 팬덤에서도 '잘 한 결정'이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건강하다고만 하면 조상우는 대한민국에서 한 손에 꼽을 수 있는 불펜투수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상위권 경쟁팀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라이온즈, LG트윈스가 FA를 통해 전력보강을 한 상황에서 KIA타이거즈는 트레이드를 통해 전력을 유지한 채로 시즌을 맞게 되었다.
야구가 야수놀음인지 투수놀음인지를 두고 많은 말이 오간다. 예전에는 투수놀음이라고 했지만 요즘에는 아무래도 매일 나오는 야수들의 비중을 더 높게 쳐주는 경향이 있다. MLB보다 더 타고투저 리그인 KBO에서는 더더욱 야수 놀음처럼 보인다. 심지어 2024시즌에는 김도영이라는 뛰어난 야수 한 명이 팀을 얼마만큼 바꿀 수 있는지 이미 두 눈으로 확인했다. 경기력 측면에서만 아니라 마케팅 측면에서도 데일리플레이어인 야수가 스타성을 보일 때의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2024시즌 결과는 아직까지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듯 하다. 아무리 타고투저였다 한들 상위권에 올라온 팀은 대부분 투수 전력이 안정적이었다. 반대로 타선 경쟁력은 갖췄어도 투수력에 결격사항이 노출된 팀은 상위권에 올라오지 못했다. 삼성라이온즈의 경우 득점력이 약한 팀이었지만 강력한 선발진이 있어서 2위를 차지할 수 있었고, 두산베어스는 선발이 거의 붕괴직전이었지만 리그 최강의 불펜전력으로 이를 극복해냈다. KIA타이거즈 역시 타격이 막강한 팀이었으나 결론적으로 준수한 선발진과 두터운 불펜진이 아니었다면 우승까진 하지 못했을 것이다.
2024시즌까지 선발진의 중심에는 양현종이 있었으나 2025시즌부터는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코칭스태프는 양현종의 소화 이닝을 줄일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연차에 따른 에너지레벨 저하는 필연적인 일이라 양현종으로서도 이제 170이닝씩 던지는 일은 그만둬야 할 것이다. 양현종으로부터 빠져나올 20-30이닝을 이젠 다른 선수들이 책임져야 한다.
불행중 다행인 것은 2024시즌 선발진이 줄부상을 당하며 대체 선발로 뛰어봤던 선수들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현재 KIA타이거즈에서 선발진으로 들어갈 수 있는 국내 선수는 양현종, 윤영철, 황동하, 김도현 정도다. 2군에 있는 김현수가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이범호 감독은 신인 투수인 김태형에게도 어느정도 기회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작년에 토미존 수술을 받은 좌완 파이어볼러 이의리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선발투수 후보군이 적어도 다섯에서 일곱까지는 확보된 셈이다.
강력한 스위퍼를 앞세워서 타자들의 방망이를 헛돌게 만들었던 네일을 잔류시켰다는 점이 KIA타이거즈로서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잘 한 일로 꼽히지 않을까 싶다. 이닝 소화능력에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다시 한 번 스프링캠프를 소화하며 이를 보완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강력한 KIA타이거즈의 불펜진을 생각하면 솔직히 네일이 7-8이닝 씩 던질 이유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냉정하게 선발투수진에 대한 평가는 중간과 중상위권을 오락가락한다고 하겠으나, 불펜투수진만큼은 확실히 양적 측면과 질적 측면에서 국내 최강이라고 할 수 있다. 우완에는 마무리 정해영을 필두로 새로 영입한 조상우, 원래 불펜 에이스 역할을 해주던 전상현이 있고 바뀐 투구폼으로 팬들의 이목을 끌었던 '유마모토' 유승철이 있다. 여기에 내부 FA로 잔류를 하며 절치부심하고 있을 사이드암 임기영이 롱릴리프 역할을 다시 맡아줄 것으로 보인다.
KIA타이거즈 투수진의 최고 자랑거리는 역시 좌완 불펜이다. 프리미어 12에서 동반 국대 유니폼을 입은 곽도규, 최지민이 있고 좌완 롱릴리프 역할을 맡아줄 수 있는 김기훈과 원포인트로 활용도가 높은 이준영, 김대유까지. 좌완임에도 천편일률적이지 않고 강속구 유형과 컨트롤 유형이 섞여있고, 심지어 좌완사이드암만 두 명을 보유하고 있는 게 현재 KIA타이거즈 불펜진이다.
농반진반으로 팬들 사이에서는 KIA타이거즈 불펜진의 가장 큰 문제가 '추격조, 패전조가 없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물론 워낙 연차가 얼마 되지 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한 불펜진이라 한두 해는 더 꾸준히 활약하는 모습을 확인해야 한다는 과제는 안고 있다.
2024시즌 팀 타율 0.301로 1위, 팀 OPS 0.828로 1위, 팀득점 858점으로 1위, 팀 삼진율 15.7%로 낮은 순위에서 1위, 팀 wRC+ 114.1로 1위를 차지했던, 역대급 타격능력을 보여준 팀이었다. 우승 이후 이어진 선수들 인터뷰를 보면 2024시즌 KIA타이거즈의 타격보다 2017시즌 KIA타이거즈의 타격이 더 강했다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짜임새나 파괴력 면에서 2024시즌도 충분히 강력했다고 본다.
앞서 스토브리그 이슈에서도 다뤘지만 KIA타이거즈는 외야수 소크라테스를 내보내고 1루에 위즈덤을 영입했는데, 개인적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치지 않을까 예상한다. 워낙 메이저리그 커리어도 좋은 선수지만, 그보다도 인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게 긍정적이다. 인성이 좋다는 건 KBO리그 특유의 문화를 존중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으로 연결되고 그게 바로 적응력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24시즌 최고의 스타는 단언코 김도영이었다. 그 점은 2025시즌 KIA타이거즈에 역설적인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제 고작 4년차에 들어가는 선수인데 그는 40-40을 해야 본전치기 하는 선수 취급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압박감을 이겨내면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진짜 슈퍼스타가 될 것이다. 그가 2024시즌에 보여준 것처럼 스스로를 어디까지 증명해낼 수 있을 것인지 팬으로서 기대와 응원을 보낸다.(도영아, 새해에도 니 땀시 살어야!)
투수진에서 양현종의 이닝 감소라는 변화가 있다면 타선에서는 최형우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점점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최형우가 은퇴 의사를 밝힌 바도 없고, 동료 야수인 김선빈은 인터뷰에서 '밥만 주면 형우형(최형우)은 50까지도 야구할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나이는 정말 속일 수가 없다. 언제 기량하락이 찾아와도 이상하지 않고, 기량하락이 없어도 출장경기수 관리가 필수적인 상태가 될 가능성은 정말 높다.
그나마 이 부분에서 희망적인 것은 2024시즌 나성범이 제 몫을 다해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2024시즌 나성범은 준수한 야수 1인분 정도의 활약을 해줬다. 그러나 나성범은 1인분만 해서는 안되는 선수다. 2023시즌 부상을 당해서 그렇지, 출전했던 그 짧은 기간동안 보여준 나성범의 파괴력은 2024시즌 김도영이 보여준 수준과 비슷하거나 어쩌면 그 이상이었다. 나성범이 중심타선에서 팬들의 기대만큼만 활약하면 KIA타이거즈 팬들은 정말 누워서 하품을 해가며 야구를 봐도 될 것이다.
이우성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스스로의 기량에 대한 믿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조심스럽고 소심한 성격이 기량을 억누르고 있는 느낌이다. FA 시즌을 맞는 최원준과 박찬호가 어떤 활약을 펼칠지도 관심사항이다. 한준수는 포수로서나 타자로서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여기에 '안 아픈 윤도현'이 1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여부가 가장 기대가 된다. KIA타이거즈는 워낙 주전 선수들의 자리가 공고한 팀인데 윤도현 같은 선수가 일종의 메기 역할을 해줘야만 타선 전체가 긴장감을 갖고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를 하는 선수는 윤도현이다. 희망회로에 '윤도현이 대활약을 펼쳐서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세 번째로 신인왕을 수상한다.'를 넣을까도 고민했다. 하지만 그렇다 한들 타이거즈 전체에 큰 변화를 이끌어내진 못할 것이다. 윤도현이 주전이나 준주전으로 뛰었다는 건 김선빈이나 박찬호에게 뭔가 이상이 생겼다는 뜻이며 그걸 윤도현이 메운들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다. 팀으로서는 의미가 없다.
김도영은 다르다. 김도영은 이제 어쩔 수 없이 고공행진을 해야만 한다. 계속 높은 천상계를 떠돌다 그대로 MLB에 진출할 선수여야 한다. 아무리 팀의 야수 뎁스가 두껍다 해도 김도영 만큼은 대안이 없다. (사실 아예 없진 않겠으나 대안을 생각하고 싶지 않다.) 난 이미 김도영 10-10 기념 유니폼을 샀고, 올해도 이거 입고 광주 챔피언스 필드에 갈 것이다. 김도영은 그냥 무조건 잘해야 한다.
천재지변급의 변수만 나타나지 않는다면 이 팀이 1위를 못하는 게 더 이상한 일이다. 1군 선수를 반으로 쪼개서 하루에 한 팀씩 돌아가며 내보내도 얼추 경기를 치를 수 있을 정도의 선수 뎁스를 갖추고 있다. 징글징글할 정도로 부상 악령에 시달리던 팀이라 그런지 이젠 반대로 부상을 당해도 당해도 그 빈 자리를 채울 수 있는 선수 층을 만들어버렸다.
그래도 부디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한 시즌을 무사히 치르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렇다면 적어도 패넌트레이스만큼은 무난하게 가장 앞서서 골인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야구 외적 이슈를 언급하고 넘어가자. 2024시즌 후반 내야 백업으로 괜찮은 활약을 펼치던 홍 모 선수가 지역 폄하 논란에 휩싸여서 2군으로 내려간 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 미국 스프링캠프에 그 선수가 회장님이 제공하는 비지니스석을 타고 참여하게 되었다. 또한 1군 코치진에 새로 들어온 윤 모 코치는 선수시절 광주지역비하를 일삼는 사이트와 관련된 문제로 3개월 중징계를 받은 이력이 있다. 여기에 또 한 코치는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은 경력도 있다.
야구 선수도, 코치도 하나의 직업이다. 어떤 잘못을 했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밥줄을 아예 끊자는 건 너무 과한 처사다. 하지만 난 이 '헤비의 프레이밍'이라는 브런치북의 첫 글에서 광주에서 야구는 다른 곳의 야구와는 조금 다른 의미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 울분과 아픔이 많이 사라진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 다행이라고는 했지만, 아예 잊혀지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누군가는 기억하고 있고, 또 기억해야만 한다. 그래서 난 이들이 적어도 새 시즌이 시작하기 전 사과라도 했으면 좋겠다. 그 이상을 바라는 게 아니다. 맘껏 응원하게 해달라는 것 뿐이다. 그러면 다 같이 웃고 떠들며 '그깟 공놀이'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2024시즌 최고의 수훈이 누구에게 있는가 하면 당연히 김도영이다. 그러면 두번째는? 난 프런트라고 생각한다. 우승을 향한 프런트의 의지가 무엇보다도 강력하게 드러났던 한 해였다. 그렇다면 이 일 잘하는 프런트가 광주 팬들이 과연 어떤 사람들인지도 이제는 조금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나는 지금 내가 바라보고 있는 작은 노트북 모니터보다 더 작은 브라운관 TV를 통해 타이거즈 선수들이 열악한 무등경기장에서 온 몸을 내던지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광주에는 무등산이 있으니 무등경기장이겠거니 하고만 살아오다가 작년에야 그 '무등'이 한자로 '없을 무無, 등급 등等'을 쓴다는 사실을 알았다.
무등無等. 불교 용어라고 한다. 우리는 흔히 평등平等을 자유와 함께 인간사회가 추구해야 할 하나의 가치로 여기지만, 무등은 평등이 넓고 크게 이루어져서 아예 '등급'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진 경지를 말한다. 등급이란 개념 자체가 우리 안에 없다면 자연스럽게 그 아무도 상대를 깔보지 않고, 무시하거나 상처주지 않고, 지는 것도 이기는 없도 없는, 완벽한 평화의 세상이 될 것이다. 처절한 승부로 가득했던 야구장 이름이 '무등'이라니, 어쩌면 진짜 광주라는 도시에 잘 어울리는 야구장 작명이 아니었을까?
세상은 여전히 시끄럽고, 무등도 평등도 아닌 차별의 생각만이 넘쳐난다. 이제 타이거즈도 챔피언스필드에서 뛰며 최다우승을 자랑하지만, 난 제발 이 멋진 무등無等야구장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야구장은 야구라는 스포츠를 즐기러 오는 곳일 뿐 누군가를 짓밟고, 억누르고, 차별하고, 상처주려고 오는 검투장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을 폭력과 증오의 검투장으로 바꾸려 하지만, 모두 이 '무등無等'을 조그만 곱씹어본다면 잠깐이라도 세상이 평화로워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