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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KBO리그 시범경기 일정 및 변화

헤비의 프레이밍 27

by 헤비

2025년 3월 8일, 드디어 야구가 돌아온다. 메이저리그 LA다저스의 명장이었던 토미 라소다 감독은 "일 년 중 가장 슬픈 날은 야구가 끝나는 날이다."라는 말을 남겼는데, 그에 비춰 생각하면 야구가 돌아오는 날은 일 년 중 가장 기쁜 날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야구가 돌아온다는 건 야구팬으로서는 기쁘면서도 가장 긴장되는 일이다. 이깟 공놀이가 또 얼마나 내 속을 끓일지, 내 기분을 들었다 놓을지, 내 시간을 잡아먹을지 도통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발표된 KBO리그 시범경기 일정을 먼저 살펴보자.

누가 시범경기까지 챙겨보겠나 싶지만 이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열린 연습경기 시청자만 해도 유튜브 동시 접속자가 얼추 2~3만에서 4만이 넘는 경우도 보였다. 물론 연습경기고 시범경기고 너무 과몰입 할 필요는 없다. 연습경기는 연습경기일 뿐이고, 시범경기도 시범경기일 뿐이다. 시범경기 1등한다고 패넌트레이스에서 1승 더 챙겨주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시범경기는 몇몇 포인트들에서 주목해볼 지점이 있다. 그 내용들을 살펴보자.




1. 피치클락


이번 시범경기부터 2025시즌에 적용될 새로운 규정, 규칙이 전부 적용된다. (단, 연장전이 실시되지 않기에 연장전이 11회로 줄어든 부분은 정식경기에 들어가서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변화된 규정 중 가장 먼저 눈길을 끌 것은 단언코 피치클락이다.


KBO리그에서 적용되는 피치클락 세부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타석간 간격 33초

② 투수의 투구간격 <주자 없을 시> 20초

③ 투수의 투구간격 <주자 있을 시> 25초

④ 타석당 타자의 타임아웃 횟수 2회까지

⑤ 투수의 투수판 이탈 제한 없음


개인적으로 평가하자면 큰 변화이기는 하지만 솔직히 너무 약하다. 피치클락을 도입하는 이유라고 하면 경기시간 단축과 국제대회에서의 피치클락 적용이 확대된다는 것일 텐데 너무 느슨한 룰이 적용되다보니 과연 목적에 부합하는 내용이 만들어질지는 의문이다. 일단 적용한다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어야 하나 싶다.




2. ABS존 소폭 아래로 이동


KBO에 따르면 2025시즌에는 2024시즌에 적용되었던 ABS존 대비 약 0.6%정도 존을 아래로 이동시켜 적용할 것이라고 한다. 신장이 180cm인 선수를 예로 들면 약 1cm가 아래로 내려가는 셈이다.


ABS는 2024시즌 KBO리그가 만든 최대의 히트상품이었다. 더는 ABS가 없는 야구를 상상할 수가 없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후 이어진 프리미어12에서 KBO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ABS금단증상에 시달렸다. 그만큼 ABS는 야구팬들의 쓸데없는 스트레스를 줄여준 효자였다.


대신 높은 쪽 코너 스트라이크의 경우에는 타자가 도저히 칠 매커니즘이 나오지 않기에 이게 정녕 '스트라이크'가 맞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왔다. 또한 언더, 사이드암 계통의 투수들이 2024시즌 전반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한 것도 존을 아래로 이동시키는 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지난 2024시즌 타고투저 현상의 원인으로 공인구의 반발력과 함께 ABS의 도입으로 인해 타자들이 자신만의 존을 그리기가 용이해졌다는 점을 꼽기도 한다는 것이다. ABS존이 아래로 내려가게 되면 하이패스트볼과 더불어 공이 살짝 풀려서 플루크로 존 상단을 훑고 들어가 스트라이크를 얻어냈던 부분마저도 사라질 수 있다. 타고투저를 감안했다면 미세하게라도 존을 키워주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싶다.




3. 3피트 라인 규정 변화


3피트 관련 문제는 매년 논란을 불러오는 부분이다. 개정도 수차례 이뤄졌다. 일단 변화된 규정은 기존 주루에서 약간 더 넓은 지역까지 달릴 수 있게 허용하는 게 주요 골자다. 기존에는 주자들이 1루에 접근하게 되면 그라운드 안에 그려져 있던 3피트 레인 안쪽으로 달리도록 강제되어 있었지만 이제는 페어지역 안쪽의 흙까지 달릴 수 있다. 대신 주로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모든 구장의 파울라인 안쪽 구간의 너비를 동일하게 맞추도록 조정했다.


특히 우타자가 1루로 달릴 때 내야 잔디를 밟고 달릴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도 무조건 아웃이 아니며, 심판원이 수비를 방해했다고 판단했을 경우에만 아웃처리 하기로 했다. 사실 많은 팬들이 내심 불안해하고 있는 지점이 여기일테다. 이 '판단'에서 늘 '오심'이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이미 비디오판독도 들어와 있고 ABS도 적용하는 리그인데 외부에서 기계를 가지고 여러 각도에서 상황을 지켜볼 수 있는 심판원들의 재량을 늘려주는 방향으로 전반적인 제도개선이 이뤄질 수는 없을까? 그라운드 내부심판과 외부심판이 헤드셋으로 실시간 소통하면서 경기를 진행하면 판정도 정확해지고 진행도 빨라질 것 같은데 이건 나만의 무리한 상상일까?




그럼 시범경기에서 주목해 볼만한 매치업들을 살펴 보기로 하자.


1차(3월 8-9일)


사직 KIA타이거즈-롯데자이언츠 "사라진 성담장"


일단 KIA타이거즈 팬으로서 지난 2024시즌 롯데자이언츠에게 너무 당해서 이 경기를 꼽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밝힌다. 이 매치업을 꼽은 이유는 사라진 성담장 때문이다. 과연 롯데자이언츠의 기대대로 담장을 낮춘 것이 홈런 갯수의 증가로 나타날 것인지 시범경기를 보면서 대략적인 윤곽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창원 키움히어로즈-NC다이노스 "현실적인 문제"


많은 전문가들이 올 시즌 이 두 팀을 약팀으로 꼽았다. 난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미 NC다이노스를 예상순위 9위에, 키움히어로즈는 10위에 꼽은 바 있다. 특히 이 두 팀의 문제는 공통적으로 선발로테이션이 밑그림조차 그려지지 않은 채로 시즌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이 두 팀이 시범경기 내내 어떤 투수들로 어떤 선발로테이션을 가져가는 지에 대한 부분은 단순한 감각 끌어올리기가 아니라 실제로 쓸 옥석가리기일 가능성이 높아서 더욱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2차(3월 10-11일)


사직 LG트윈스-롯데자이언츠 "언제나 짜릿한 엘롯라시코"


명불허전이란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저 두 팀이 만나면 괜히 가슴이 웅장해진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앞에서 난 분명 '시범경기는 시범경기일 뿐'이라고 썼지만, 연습경기라도 한일전이 벌어지면 괜히 관심이 가고,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가 만나면 나 같은 축알못도 괜히 눈길이 가는 법이다.


3차(3월 13-14일)


대구 LG트윈스-삼성라이온즈 "다시 만난 플레이오프"


이 두 팀은 2024시즌 플레이오프에서 만나 삼성라이온즈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바 있다. 2025시즌에도 많은 전문가들이나 시뮬레이션 결과에 의해 3강으로 꼽히는 팀들의 격돌이다. 단순한 시범경기 이상의, 일종의 기선제압용 게임이 될 가능성도 높다.


사직 한화이글스-롯데자이언츠 "닮은 듯 너무나 다른 조류동맹"


이 두 팀은 지난 10년간 포스트시즌에 한 번만 진출한 리그 내 유이한 팀이다. 2024시즌에도 '조류동맹'으로 불리며 마지막까지 라이벌이자 이웃처럼 지냈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정 반대의 팀걸러를 지니고 있다. 한화이글스는 강력한 선발과 준수한 불펜진을 갖추고 있지만 타선의 약점을 안고 있고, 반대로 롯데자이언츠는 삐걱거리는 선발진과 불안한 불펜진을 가지고도 막강한 화력을 앞세워 상대와 승부를 벌인다. 심지어 한화이글스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고, 롯데자이언츠는 내부 FA단속을 하고 트레이드 한 번을 한 다음부터는 감감무소식으로 지냈다. 성적은 닮았지만 성격은 너무나 다른 두 팀이 어떤 모습으로 격돌하게 될까.


4차(3월 15-16일)


광주 삼성라이온즈-KIA타이거즈 "다시 만난 한국시리즈"


지난 2024시즌 한국시리즈 매치업이 다시 광주에서 펼쳐진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할까 싶지만 막상 시즌 상성만 따지고보면 절대적인 KIA타이거즈의 강세였다. 이는 두 팀의 구성에 따른 차이로 보인다. 삼성라이온즈는 불펜에 약점을 가지고 있다. 정확하게는 KIA타이거즈의 화력을 누를 수 있는 강력한 구위형 투수가 없다. 심지어 그나마 있던 김무신까지 이탈한 상황에서 눈길은 모두 신인 배찬승에게 쏠려있다. 기대만큼 활약하면 스타가 되고, 기대에 짓눌리면 평범한 신인1이 된다.


5차(3월 17-18일)


대전 삼성라이온즈-한화이글스 "안녕, 대전한화생명볼파크"


일정표에 대전이라고 표기되어 있지만 3월 8-9일에 벌어지는 두산베어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는 청주구장에서 벌어진다. 실질적으로 대전한화생명볼파크가 선을 보이게 되는 건 이 시범경기가 처음인 셈이다. 대전의 그린몬스터가 과연 어떤 변수를 일으키게 될지, 과연 이 구장은 타자친화일지 투수친화일지 모든 것이 궁금증으로 가득하다. 심지어 진짜 수영을 하며 야구를 볼 수 있다니, 그건 대체 어떤 풍경을 만들어내려나.




드디어 야구다. 야구가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KIA타이거즈 팬이 야구를 보는 야구 일기를 써볼 생각이다. 물론 모든 경기를 다 지켜볼 수는 없다. (이렇게 말해놓고 전경기 다 보는 걸 들킬지도 모른다.) 상황에 따라서는 뾰족한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른다. 입장이 다르니 어쩔 수가 없을 경우도 생길지 모른다. 그러나 잊지 말기로 하자. 우리는 즐거우려고 야구를 보는 것이고, 야구는 공놀이 일 뿐 진짜 인생은 아니며, 삶은 그라운드 바깥에 있고, 난 팀을 응원하는 것이지 팀의 성적이 내 인생의 성적인 것도 아니다.


'겨울이 녹아 봄이 되듯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하나둘 변하는 시간이다. 변한다는 게 늘 좋은 일은 아니겠으나, 변하지 않는다면 기대할 구석도 없다. 응원팀이 그리고 타팀이 어떻게 변해있을지, 그게 좋은 변화일지 실망스러운 변화일지는 이제 오래 지나지 않아 확인할 수 있다. 아아, 차분해야지 되뇌지만 진짜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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