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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그리고 시작

헤비의 첫번째 프레이밍 마지막 포구

by 헤비

프레이밍. 스트라이크 존 바깥으로 온 공을 포수가 포구동작을 통해 재빨리 안으로 밀어넣어 심판의 눈을 속이는 기술을 말합니다. 프레이밍이 워낙 포수의 기본기로 강조되어서 그런지 바운드 공도 존 안으로 밀어넣는 움짤들은 개그 소재로도 활용되곤 하죠.

프레이밍.gif

그러나 ABS가 도입된 후 KBO리그에서 프레이밍은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기계는 포수의 동작과는 상관없이 존과 공만 보고 판정을 내리죠.


개인적으로 프레이밍이 사라진 것은 그다지 아쉽지는 않습니다. 심지어 전 ABS예찬론자입니다. 안그래도 야구를 보면서 내 팀의 플레이만으로도 열이 받아 뚜껑이 열리기 직전인데 심판들의 말도 안되는 스트라이크 판정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이중으로 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은 이제 통하지 않습니다. 오심을 없앨 수 있다면 최대한 없애야죠. 그게 정상적인 방향입니다.


그러나 프레이밍이 살아있던 시절은 또 그 시절 나름대로의 낭만이 있었습니다. 프레이밍이 있어도 야구, 없어도 야구입니다. 프레이밍은 사라졌을 지라도 '심판의 뒤틀린 눈이 오늘은 내게 손해를 주지만 내일은 이득을 줄 지도 모르지.'하고 넘어가는 태도만큼은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싶기도 합니다. 인생에서는 그런 태도가 필요할 때가 꽤 많으니까요.


어떤 글을 쓸 땐 제목 짓는 일이 늘 난감합니다. '프레이밍'이란 제목도 솔직히 끼워맞춘 기분이 꽤나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어놓고 난 이후에 익숙해지다보면 '나쁘지 않네' 싶은 순간이 찾아오게 마련이죠. 제가 그랬습니다. 특히나 이 '프레이밍' 브런치북에 올렸던 글이 조회수 1만을 넘겼을 때는 많이 설레기도 했습니다. 조회수가 가장 많이 나온 글은 3만뷰가 넘어갔는데, 개인적으로는 부끄러워지더라고요. 더 열심히 썼어야 했는데 부족한 부분만 자꾸 눈에 띄더군요.


이제 다음주면 새로운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됩니다. 다시 야구팬으로 돌아가 야구를 즐겨보려고 합니다.


대신 새로운 시즌에는 노트를 끼고 야구를 봐야겠어요.


3월 21일부터 '헤비의 타이거즈 다이어리'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계속 감사할 수 있도록 새로운 야구 연재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많이 아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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