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의 귀여움으로 버틴 40주년 헌사

[양미르의 영화영수증 #178] <슈퍼 마리오 갤럭시>

by 양미르 에디터
5259_6288_2217.jpg 사진 = 영화 '슈퍼 마리오 갤럭시' ⓒ 유니버설 픽쳐스

1985년 처음 등장한 빨간 모자의 배관공이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전 세계 게임 역사에서 '마리오'만큼 오랜 시간 현역으로 군림한 캐릭터는 드물다. 2023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전 세계 13억 달러를 돌파하며 게임 원작 영화 최초로 10억 달러를 넘겼을 때, 그 성공은 단순한 흥행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아직도 통하는가"라는 의구심에 대한 시원한 답변이었다. 그렇다면 속편 <슈퍼 마리오 갤럭시>는 그 다음 질문인 "더 잘할 수 있는가"에 어떻게 답했을까?


브루클린 출신의 배관공에서 '버섯 왕국'의 영웅으로 거듭난 '마리오'(크리스 프랫 목소리)와 '루이지'(찰리 데이 목소리) 형제는 이번에도 바쁘다. '모래 왕국'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중 두 사람은 길을 잃은 초록 공룡 '요시'(도널드 글로버 목소리)를 만나 새 동료로 받아들인다. 한편 은하계 저편, 별들의 수호자이자 '치코'들의 어머니인 '로젤리나'(브리 라슨 목소리)는 아기 별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던 중 '쿠파주니어'(베니 사프디 목소리)의 습격을 받아 납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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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 왕국'에 '미니 버섯'의 마법으로 손바닥만 하게 쪼그라든 채 붙잡혀 있는 아버지 '쿠파'(잭 블랙 목소리)를 구하고 가문의 명예를 되찾겠다는 것이 그의 속셈이다. '피치'(안야 테일러 조이 목소리)는 '치코'들의 요청을 받자마자 행동에 나선다. '마리오' 일행은 은하계로 뛰어들어 '로젤리나'를 구출하고 '쿠파주니어'의 계획을 막아야 한다. 여정 중에는 은하계를 누비는 용병 조종사 '폭스 맥클라우드'(글렌 파월 목소리)도 합류한다. 무대는 '버섯 왕국'을 훌쩍 넘어 중력이 뒤집힌 카지노 행성부터 거대 여왕벌이 지배하는 꽃의 세계까지 종횡무진 확장된다.

아론 호바스, 마이클 젤레닉 감독은 전편에서 닌텐도 세계관을 스크린에 옮기는 법을 이미 증명했다. 이번 편에서 두 감독이 택한 전략은 "더 많이"였다. 무대는 은하계로 넓어졌고, 캐릭터는 늘었으며, 이스터에그는 전작보다 촘촘하게 박혔다. '마리오'가 처음 등장한 '동키콩' 오리지널(1981년)을 재현한 장면, 초창기 8비트 그래픽으로 전환되는 연출, '스타폭스' 시리즈의 '폭스 맥클라우드' 합류까지, 게임을 오래 즐긴 관객에게는 반가움이 터질 순간들이 잘 배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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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풍성한 재료들이 영화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장면은 바뀌고 캐릭터는 등장하지만, 그 흐름이 하나의 이야기를 향해 수렴하는 느낌이 좀처럼 들지 않는다. <슈퍼 마리오 갤럭시>를 보는 경험은 컨트롤러 없이 게임을 구경하는 것과 묘하게 닮았다. 한 행성이 끝나면 다음 행성으로, 한 위기가 해결되면 곧바로 새 위기가 등장한다. 각 공간은 시각적으로 매혹적이지만, 관객이 그 안에 머물며 무언가를 느낄 틈은 주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슈퍼 마리오 갤럭시>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무엇인가? 답은 분명하다. '요시'다. 도널드 글로버가 목소리를 맡은 '요시'는 오직 자신의 이름 "요시!"만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캐릭터인데, 이것이 오히려 탁월한 선택이 됐다. 첫 등장부터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요시'는 '마리오' 형제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예측 불가한 신체 능력으로 상황을 뒤집으며 영화 내내 생기를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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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넣은 것은 무엇이든 알로 변환해 발사하는 능력, 긴 혀로 적을 제압하는 장면들은 마치 진짜 게임을 플레이하는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도널드 글로버는 목소리 연기 기회 자체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음색과 뉘앙스만으로 '요시'의 순수함과 에너지를 완벽하게 구현했다. '요시'의 존재가 특별한 이유는 귀여움 그 이상에 있다. 전편의 '마리오'-'루이지' 형제 케미, '마리오'-'피치'의 로맨스 라인이 이번 편에서도 반복되는 와중에, '요시'는 서사의 새로운 에너지원 역할을 해낸다.

'쿠파주니어'는 흥미로운 빌런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아버지의 인정을 갈망하며 은하계를 무대로 야심을 펼치는 이 캐릭터는 정복 욕망과 부자 관계라는 이중의 드라마를 동시에 짊어진다. '쿠파' 역시 마왕으로서의 정체성과 아버지로서의 새로운 감정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습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아쉬운 건 이 부자 관계의 드라마가 결정적인 순간마다 유야무야 처리된다는 점이다. 변화하려는 '쿠파'의 고민은 '쿠파주니어'의 등장과 함께 곧바로 소멸하고, 두 사람의 재회도 충분한 감정을 쌓지 못한 채 서둘러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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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리나'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강력한 능력을 지닌 은하계의 수호자로 소개되지만, 납치 이후 영화 대부분에서 사실상 맥거핀에 머문다. '피치'는 전편보다 역동적인 액션을 선보이며 서사의 한 축을 담당하지만, 자신의 과거와 마주한다는 내면의 이야기는 충분히 파고들어지지 않는다. "공주들은 왜 항상 납치당하는 거야"라는 대사는 이 영화가 자기 자신을 얼마나 의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40년을 반복해온 서사를 스스로 비웃는 이 한 마디는 분명 영리하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자기 인식과 실제 행동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데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물론, <슈퍼 마리오 갤럭시>는 자신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 화려한 비주얼, 쉼 없는 속도감, 닌텐도 팬들을 위한 팬서비스. 중력이 뒤집힌 카지노 행성에서 '피치'가 벌이는 액션 시퀀스는 이 영화의 가장 빛나는 장면 중 하나다. 2D 픽셀 아트와 3D 애니메이션을 오가는 연출도 기술적으로 인상적이며, 게임 테마곡의 오케스트라 편곡은 극장 공간에서 귀를 즐겁게 한다. '마리오' 시리즈 4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으로서, 이 영화는 그 역사의 폭을 최대한 담아내려 했다. ★★★

2026/04/15 CGV 용산아이파크몰 스크린X


※ 영화 리뷰
- 제목 : <슈퍼 마리오 갤럭시> (The Super Mario Galaxy Movie, 2026)
- 개봉일 : 2026. 04. 29.
- 제작국 : 미국
- 러닝타임 : 98분
- 장르 : 다큐멘터리
- 등급 : 전체 관람가
- 감독 : 아론 호바스, 마이클 젤레닉
- 목소리 출연 : 크리스 프랫, 안야 테일러 조이, 잭 블랙, 찰리 데이, 브리 라슨 등
- 화면비율 : 2.39:1
- 엔드크레딧 쿠키영상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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