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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봇 인사이트: 전환의 순간, 선택의 전략(3)

도메인 허들을 낮춘 3가지 방법

by Carpe PM

차별화된 아이템 선정 이후 남은 숙제는 '유저 친화적 서비스'였다.

지난 몇 년 간 이어진 예능 프로그램 '도시어부'의 흥행이 무색하게 낚시는 여전히 즐기던 사람만 즐기는 매니악한 레저스포츠에 머물러 있었다. 잠재고객은 분명했지만, 실제 낚시 인구로의 전환율은 높지 않았다.


어떻게 잠재 고객을 낚시 인구로 전환하고, 나아가 서비스 이용까지 연결할 수 있을까?

골프에는 '머리를 올린다'라는 표현이 있다. 처음으로 직접 필드에 나가 골프를 친다는 의미이다.

이제 막 골프에 입문한 사람은 바로 필드에 나가지 않는다. 스크린골프장에서 흥미를 붙이고, 장비와 스윙을 익히다 보면 비로소 지인의 손에 이끌려 처음으로 필드에 나가게 된다.


골프에 흥미를 느껴 실제 필드까지 나가게 되는 것.
낚시라는 도메인에 흥미를 갖게 하여 낚시를 가게 하는 것.


즉, “머리를 올린다”는 것은 단순한 흥미 유발이 아니라, 초보자가 지속적으로 재미를 느끼며 결국 필드까지 나아가도록 이끄는 과정이다.

단순한 입문을 넘어 사용자가 점차 몰입하고, 실제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유도하는 흐름에서 중요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앱 서비스가 낚시의 ‘머리 올리는' 역할을 수행하며, 진입장벽이 높은 도메인을 보다 친숙하고 매력적인 경험으로 전환하는 것이 주요하였다.

이를 위해 세 가지 핵심 요소를 기획하였다.



첫째, 이용자들이 익숙한 방식으로 흥미요소 제공.


유저 친화적 서비스는 이용자가 서비스와 도메인을 친근하게 느끼는 것에서 시작된다. 아무리 매력적인 도메인이라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결국 유저는 이탈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용자가 쉽게 흥미를 느끼고, 익숙한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 판단했다.


출처 : 와이즈앱 리테일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숏폼 동영상 플랫폼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용자 수와 이용 빈도가 꾸준히 증가하며, 특정 세대에 국한되었던 활동이 점차 전 연령층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잠재 고객이 낚시에 쉽게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수단으로 접근성과 이탈이 용이한 ‘숏폼'을 우선 기획하였다. 누구나 가볍게 즐기며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첫 관문이기 때문이다.


이후, 흥미가 깊어진 이용자가 더 많은 정보를 탐색하고 싶어질 때,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매거진’을 함께 준비했다. 매거진은 숏폼이 담아내지 못하는 진중하고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여, 잠재 고객이 단순한 관심 단계에서 실제 활동으로 나아가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좌 : 숏폼 / 우 : 매거진


둘째, 직접적인 참여와 소속감을 통한 지속 이용 유도


앞선 숏폼과 매거진은 정보 소비를 통해 도메인과 서비스의 허들을 낮추는 목표를 가졌다.

다음 단계로는 관심도가 생긴 이용자를 서비스 내에 '홀딩'하는 단계이다.


서비스 내 홀딩 방안으로는 네이버 카페, 당근 모임 등과 같은 커뮤니케이션 공간을 제공하는 방식을 채택하였다. 유저는 커뮤니티를 통해 실제 이용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며 같은 관심사를 가진 이용자들과의 교류와 소속감, 성취 공유 등을 통하여 이용자의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장기적으로 높은 서비스 충성도를 보인다.

이러한 인사이트로부터 서비스 내에 '모임' 기능을 탑재하여 실제 낚시 경험을 공유하거나 질문하며 소속감 형성을 의도하였다. 초보자들은 사전적인 지식보다 실제 이용자들의 경험담과 조언에서 더 큰 신뢰를 느끼며, 이러한 교류는 자연스럽게 낚시에 대한 흥미와 동기 부여로 이어진다. 또한, 이 과정에서 초보자는 숙련자들의 경험담을 통해 심리적 허들을 낮추고, 서비스에 대한 친근감을 높여 자연스럽게 실제 낚시 활동과 장기적 서비스 이용으로의 전환을 유도하였다.


부가적으로, '모임' 기능은 리텐션 유발에도 큰 기여를 하였다.

피봇팅 이전의 커머스 서비스는 마케팅 비용이 제한적 이어 쿠폰발행이나 프로모션과 같은 이벤트를 진행하기 어려웠고, 이용자에게 직접적으로 서비스를 어필할 방안이 제한적이었다.

반면 모임 기반의 커뮤니케이션 활동은 이용자의 서비스 내 활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며, 이 활동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PUSH 알림을 발생시킬 수 있다. 그 결과 별도의 마케팅 비용 없이도 이용자들이 서비스와 꾸준히 연결되며, 리텐션을 자연스럽게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셋째, 이용자 루틴화 전략


경쟁 서비스들은 대부분 지역의 날씨나 조황을 확인하거나, 장비를 구입하고, 낚싯배를 예약하는 등의 '필요에 의한 사용'에 초점을 맞추어 서비스를 차별화하고 디벨롭하였다. 그러나 의도하였던 유저 친화적 서비스는 필요할 때만 찾는 '도구'가 아닌,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지속적인 방문을 목표로 하는 '일상'이었다.


이를 위해 이용자의 일상 속 루틴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실제로 삼쩜삼과 토스는 금융 상식 퀴즈를 데일리 콘텐츠로 제공하며 이 전략을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전송되는 푸시 메시지를 통해 이용자는 자연스럽게 서비스를 방문하고, 이는 지속적으로 DAU 상승과 이탈률 방어로 이어진다.


좌 : 삼쩜삼 / 우 : 토스


이와 같은 금융 서비스들의 데일리 퀴즈를 레퍼런스 하여, 낚시를 주제로 한 '낚시퀴즈'를 기획하였다. 퀴즈는 이용자가 매일 가볍게 참여하며 자연스럽게 낚시에 대한 흥미를 유지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는 특정 시간대에 지속적으로 PUSH메시지를 전송하여 이용자의 루틴화와 함께 리텐션 향상에도 큰 기여를 하였다.


추가적으로 퀴즈 참여 과정에서 모르는 용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관련 지식 학습을 위한 '낚시 사전'을 함께 기획하였다. 입문자가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복잡한 전문 용어와 각종 정제되지 않은 은어이다. 이는 '어렵다'는 첫인상을 심어주기 마련이다. 보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전문용어나 일본어에서 비롯된 표현, '느나느나', '넘커', '면꽝' 등의 도무지 뜻을 알 수 없는 은어들은 초심자에게 높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이용자는 퀴즈를 풀면서 궁금한 용어를 사전에서 즉시 확인하고 학습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낚시 관련 지식을 쌓고 서비스에 머무르는 시간도 늘어나도록 유도하였다.


좌 : 낚시퀴즈 / 우 : 낚시사전


이와 같은 일련의 기획은 낚시라는 허들이 높은 도메인을 보다 유저 친화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적 흐름이었다. 숏폼으로 가벼운 흥미를 유도하고, 매거진으로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며, 커뮤니티와 모임을 통해 이용자가 직접 참여하고 소속감을 느끼도록 했다. 여기에 데일리 퀴즈와 낚시 사전을 활용한 루틴화 전략까지 더해져, 이용자가 단순한 관심 단계에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서비스에 머물며 실제 낚시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피봇팅 한 서비스는 정식 출시 이전 베타테스트 단계부터 높은 관심을 끌었다.

초기 1만여 명의 이용자를 모집했으며, 피봇팅 이전 대비 DAU가 300% 이상 상승하는 등 주요 지표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기록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서비스는 이용자들이 낚시를 시작하고 성장하며, 서로 소통하는 커뮤니티의 중심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용자가 ‘낚시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성장하는 전 과정’을 함께하는 동반자가 되는 것, 그것이 서비스가 실제로 구현한 중요한 변화이자 가치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앞으로도 지속해서 해결해 나가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라. 그리고 그들이 필요로 하기 전에 그것을 제공하라.”

– 스티브 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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