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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술관옆산책로 Sep 06. 2024

"누구의 계산서가 길 것인가?"
민희진-하이브 사태

Note
이슈 초기 타 플랫폼에 발행했던 글이며, 매거진에 아카이빙하기 위해 브런치에도 발행해 둡니다. 
(24.4.29) 



민희진의 기자회견을 보고 조금 당황했다. 그녀의 예상을 뛰어넘는 기자회견 솜씨(?) 때문이 아니라 좀 더 정확하게는 여론이 바뀌고 있는 것이 당황스러웠다.


저런 내용을 저런 육두문자를 시원하게 뱉어가며 저 태도로 기자회견을 한 것을 보고 어느 부분에서 여론이 동정과 속시원하다로 흘러가는지 의아했다. 


사건의 발단은 비교적 간단하다. 


민희진계의 어도어 경영권탈취 의도 및 정황이 포착되 하이브가 감사를 진행하고 소명을 하라고 한 것이다. 



보통의 시나리오면 기업 대 개인의 이슈이니 개인의 KO패로 맥아리없이 끝날 것이다. 기업 대 개인의 분쟁은 대부분 '돈'이 본질이며 돈을 벌고 보호하는데 개인보다 훨씬 전문화된 기업이 개인보다 많이 유리하다. 


이번 건은 민희진입장에서 잘 끝나봐야 계약기간까지는 현재의 CEO직을 최소 권한하에 유지하는 것이고, 나쁘게 끝나면 불명예스럽게 회사를 나가며 현 상황에 대한 법적 판결에 줄줄이 따라오는 주가하락 및 기업이미지 실추 등 갖가지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당할 것이다. 


나는 그 중간 어딘가 그러나 후자쪽에 훨씬 가깝게 결론이 나리라 예상했다. 법은 그러할 것이며 내가 몸담고 있는 사회는 그러했기 때문에 


그런데 사태가 심상치 않게 흘렀다. 민대표가 뛰어난 생존본능과 민첩성을 발휘하여 이제 막 여론이 뜨거워 지는 시점에 기자회견을 열어버린 것이다. 


그것도 기존에 없던 문법으로 


대중은 힙하다고 열광했고, 그녀의 말 그대로를 가져다 쓰자면 '개저씨들' 사이에 고군분투하는 능력있는 여성임원의 몸부림으로 동정했다. 


기자들 사이에 "나훈아 기자회견 직접 봤어?" 로 짬이 나뉜다는데 앞으로 "민희진 기자회견 때 있었어?" 로 그 계보가 이어질 것이란다. 그녀는 해당 기자회견을 통해 기업 대표로서 본인의 부적절한 행위는 저 뒤로 밀어버리고 대중들의 말초적인 감성에 어필하여 표면적으로는 여론 엎어치기에 성공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주말이 지나고 있다. 


그렇게 힙했던 그녀의 기자회견은 각종 짤로 밈으로 인스타와 쇼츠에 둥둥 떠다니고 있지만 그 파괴력과 흥미성은 뚝뚝 떨어지는 느낌이다. 대신 무슨 일인지 상황을 파악해 가는 기자들과 전문가들이 민대표와 하이브 간에 벌어진 팩트를 찬찬히 따지는 기사와 의견들을 내고 있다. 


하루짜리 광기가 지나간 후 사람들은 평온한 주말을 맞고 있어 민희진에 시간을 내줄 여력이 없어 보인다. 


그러니 대중은 힙한 스포츠가 필요한 것이었다. 


얼마나 재미지나

기자들 입장에선 상대를 향해 육두문자를 써가며 소위 기사 야마를 쭉쭉 뽑아주고 있고, 


직장인들에겐 본인의 사회생활에선 민희진같은 사람이 위로 오면 죽을 맛이고 아래로 오면 환장할 노릇인거 알면서도 그녀를 응원함으로 쿨하다고 자기 만족 중이며,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희대의 개싸움에 댓글과 좋아요로 참전하면 그 뿐인데


그런데 아미이자 주주인 나는 그렇지 못했다. 


방탄이들이 피땀눈물로 일궈 놓은 물적 인적 토대를 어마어마하게 누리면서 내 것은 내 것, 남의 것도 내 것이라는 식의 자의식 과잉의 덜 성숙한 그녀의 모습이 못내 씁쓸했고, 오래도록 하락세를 멈추지 못했지만 오로지 방탄과 함께 하기 위해 그 긴 기간을 버텨온 하이브 주식이 최근의 반등세를 모두 반납하고 매다 꽂힌 상황에 화가났다. 


주식이야 노이즈가 사라지고 상황이 정리되면 오를 것이나 방탄의 열매를 따먹는 자의 태도가 저러하니 이 어이없는 마음은 주말이 다 지나도록 가시지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결산의 날은 올것이고 그래서 전 국민에게 대단한 도파민폭발과 재밌거리 또는 혐오감을 남겨준 이 2시간짜리 이벤트에 대한 계산서는 누가 얼마만큼 지불 할까?


예측컨데 그 무게를 달자면 민희진에게 훨씬 긴 계산서가 배달될 것이다. 


그녀는 육두 문자로 또는 울음으로 감정적 물타기를 하려 했지만 법에는 감정이 없으며 법인과 개인이 대립할 때 기울어진 운동장 위쪽에 서는 것은 거의 대부분 법인이다.  


민희진이 이번 사태에서 그나마 잘했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사태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대단히 기민하게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점(기자에게는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쓸거리가 먼저 쥐어져야 한다), 그 회견에서 그녀만의 대단한 기백(?)을 보여줬다는 점, 그 두 부분이다. 


그리고 그녀가 잘못한 부분은 


그렇게 얻은 기회에서 업계의 공식과 문법을 무시한 채 별 준비없이 몇개의 카톡과 거친 자기 주장만을 펼쳐 실제 이 사태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각자 그녀의 편에 서서 싸워줄 무기를 들려주지 못한 점


뉴진스가 한편(이건 민희진의 주장이고 뉴진스와 직접 확인되지 않았다)인  듯한 뉘앙스로 발언을 해 그녀들의 무궁무진한 앞길에 크나큰 오점을 남긴 점 


그리고 시작도 제대로 못한 아일릿에게 짝퉁그룹의 오물을 뒤집어 씌운 점이다. 


그녀가 뉴진스의 맘이고 그렇게 애정했으면 뉴진스의 이름은 들먹이면 안되는 것이었다. 철저하게 어른의 싸움으로 규정하고 사각의 링을 만들어 뉴진스건 아일릿이건 그 어린 아이들은 빼고 "하이브만 올라와"라고 또 그녀의 워딩대로 '맞다이'를 떴어야 했다. 그래야 그녀의 뉴진스에 대한 마음 만큼은 진정성이 있었다고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진정성이라는 것도 법다툼으로 가면 참작만 될 뿐 상대를 벨 날카로운 칼이 되주진 못할 것이지만 말이다. 


지금은 그녀 스스로가 언급한 솔로몬 재판의 나쁜 엄마가 되어 아이를 너무 사랑해서 '반으로 잘라달라'고 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원만한 합의는 물건거 간 듯하고 이제 법정에서 긴 다툼을 할 것인데 앞으로 민희진편이 가져올 패는 경영권찬탈 시도에 대한 엉성한 감정팔이가 아니라 상대 변호사들의 공격에 대비한 확실한 방어논리 뿐이다. 


법싸움이 아닌 여론전으로 가고자 하면 1차전의 피로도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더 뛰어난 쇼를 가져와야 할 것인데 그녀가 적어도 1000억원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대단한 크리에이터라고 하니 그 자질로 잘 돌파해 나가길 바란다. 


하이브에 대해서도 이번 사태에  책임을 묻고 싶은 부분은 


왜 수준이 안되는 CEO를 앉혀 이 사달을 만들었으며 왜 이토록 수준이 안되는 사람에게 과하게 보상과 지원을 해 그녀의 자기객관화 실패에 원인을 제공했느냐이다. 


주주로서, 아미로서 이건 두고 두고 따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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