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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혁재 Jan 07. 2017

3. 회사가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다.

창업을 말리는 진짜 이유들...


< 회사가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다. 미생 중에서 >


전쟁터는 그래도 함께 싸울 전우들과 총 한 자루는 쥐어 주지 않는가? 


한국은 인터넷 열풍 이후로 다시 10년 만에 찾아온 창업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정부의 수많은 지원들이 하루가 멀게 쏟아져 나오고 있고, 다양한 행사와 수많은 투자사들... 성공담 이야기들이 기사로 나오고 있다. 수백, 수천억을 벌었던 창업자들을 이야기는 이제는 너무나도 흔해졌다.


그래서일까? 남들도 다 하는데... 나도 창업을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긍정적인 사회현상이고 더 많아져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하지만 창업을 하게 되면 그 뒤에서 바로 입을 벌리고 있을 지옥은 직장 생활만 하다가 창업을 시작한 나에게 그 누구도 자세하게 설명해주지 않았다. 창업 후 내가 겪었던 그리고 겪어가고 있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이다.


1. 돈
각오는 했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냉정하고 잔인하게 다가왔다. 어느 정도의 각오는 했었고 돈이 들어가는 모든 것들을 줄여야만 했다. "10년 차 대기업 선임연구원" 꽤 괜찮은 연봉과 대우를 받았었다. 그나마 직장생활 동안 모아 놓았던 돈(정확히 말해서는 장가가려고 모았던 돈)이 있었기에 그 돈을 종잣돈 삼아 창업을 시작하며 쏟아부었고, 이것도 모자라 투자를 받기도 했다. 2억이라는 돈을 처음 투자받았고 서비스를 확장하였지만 여전히 손익분기점은 넘기지 못했다. 그래서 더 아껴야만 했다. 투자금은 사업의 성장을 위해 쓰이는 자금이지 내 개인의 돈이 절대 아니다. 대표의 급여 또한 회사에서 지출해야만 하는 비용이라 내 급여 역시 줄여야 했고 어쩔 때는 급여를 못 받기도 했다.


돈은 못 버는데 일은 더 바빠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사무실에서 숙식을 하기 시작했고, 힘든 직장 생활에서 유일한 휴식이었던 스노보드라는 취미생활을 접었고, 차도 팔았다. 이러면 어느 정도 해결 줄 알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돈이 들어가야 하는 곳은 더 빠르게 늘어갔다. 가입해 놨던 모든 보험들을 해지하고 마이너스 통장 생활과 말로만 들었던 카드 돌려 막기라는 것도 처음 해보게 된다. 


당연히 친구들을 만나는 횟수 또한 줄어 들어갔다. 우와! 이제 대표님이네. 부럽다. 나도 회사 관두고 너처럼 대표하고 싶은데. 부럽다 짜샤! 기사 보니 넌 투자도 받았던데 오늘은 한턱 쏘라며 내 속도 모르고 무심코 던지는 이야기들은  안 그래도 타들어가는 내 까만 속을 더 뒤집어 놓았다. 경조사 참석 역시 줄였고, 정말 힘든 시기에는 결혼을 하는 친구 녀석의 축의금조차 보내지 못했다.


여자 친구와 만날 때면 쓰던 데이트 비용에서 내 몫은 점점 줄어들어갔고, 심지어 바빠져서 챙겨줄 시간까지 없어졌다. 결혼 적령기의 여자와 그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보이는 현실은 난 더 이상 대기업 직원이 아닌 노점상이었다.  여자 친구는 항상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면서 내 입에서는 헤어지자는 소리가 점점 자주 나오기 시작한다. 그렇게 나 때문에 서로가 지쳐 가기 시작했다. 난 그 친구를 떠나보내 주기로 작정하고 점점 못되게 굴기 시작했고 결국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지금까지 잘 만났어도 지금의 내현 실상 결혼을 못 했을 거다. 그 뒤로 그 친구는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는 착한 남자를 만나 결혼은 하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으니 어찌 보면 그때의 내 선택이 잘한 것 같기도 하다. 


대표님 왜 결혼 안 하세요? 아직도 사석에서 가장 자주 듣는 이이기 중에 하나이다. 모아놓은 이미 수년 전에 다 썼고 상황이 조금은 나아진 지금 역시도 그리 넉넉한 급여를 받지 못한다. 창업 후의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를 이해해주는 여자를 만나 연애를 하기도 했지만 항상 결론은 같았다. 결혼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다. 30대 후반의 남자가 결혼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준치는 내가 생각하는 기준치보다도 훨씬 높고, 하물며 그 낮은 기준치인 서울 변두리에 작은 전셋집을 구할 돈조차도 아직도 없다. 그렇다고 집이 부자도 아니고 심지어 지금은 창업 이후 생긴 큰 액수의 빚까지 있다. 대강의 사정을 아는 팀원들은 그래서 우리가 열심히 해야 회사가 잘되고 그래야 대표님 장가보내 드릴 수 있다고 농담을 하기도 한다.


창업하기 전까지는 이런 일들을 내가 겪게 될지는 몰랐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담담해졌고 현실을 받아들인 지 오래이다. 창업자마다 경우가 틀리고 회사의 성장세마다 틀리지만 창업을 하게 되면 "돈"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는 가장 처음 다가오는 힘든 문제이자 계속 따라다니는 문제이다.


2. 경력 
보통은 학교를 졸업하고 창업을 하는 경우, 직장생활을 하다가 창업을 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난 후자의 경우 중에서도 늦은 나이에 창업을 시작한 경우에 속한다. 2005년 입사한 첫 회사인 비에네스소프트 라는 곳에서 개발자로의 실무를 시작해 코딩 실력 늘려 가며 업무 프로세스를 배웠고, 두 번째 회사인 아이스테이션에서 MP3이 후 한국 IT의 혁신을 이끌어 가던 하드웨어인 PMP의 주요 모델 개발에 참여하면서 좋은 경력을 쌓았다. 제품의 기획, 개발, 판매, 마케팅, AS까지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간 적 접으로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도 가졌었다. 마지막으로 근무한 대기업인 LG전자에서는 말로만 듣던 글로벌 프로젝트 즉 해외를 대상으로 하는 수많은 스마트폰 프로젝트에 일원으로 참여해 수백 명의 개발자들과 협업을 했었고,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방식과 조직관리, 외부업체 관리같이 개발 외적으로 수많은 것들을 경험하기도 했다.

흔히들 우리들은 회사가 전쟁터라고 비유한다. 맞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고 직장에 다니는 한 회사가 주는 급여에 맞는 실적을 내야 한다. 회사는 시장에서 경쟁해서 살아남아야 한다. 구성원들은 총칼이 아닌 본인의 업무라는 스킬을 무기로 성과를 내야만 한다. 회사라는 전쟁터는 그래도 함께 싸울 전우들과 총 한 자루는 쥐어 주지 않는가? 그 전쟁터에서 동료들과 함께 싸워 승리하고 이루어 낸 것들은 나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경험이 되었고 나에게 평생 따라다니는 경력이 되었다. 힘들지만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노력을 했었고, 그렇게 10년간을 버티고 살아남아 객관적으로 볼 때 꽤나 좋은 경력을 가진 된 10년 차 개발자가 되어 있었다. 몸값도 많이 올랐고 LG전자보다 더 좋은 회사에서 오퍼가 들어오기도 했었고 그렇게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고 지냈었다. 

하지만 이건 내가 개발자라는 신분으로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 있을 때의 이야기이다. 

마치 군대의 중대, 연대, 사단, 군단의 크기와 규모가 다르듯 회사 규모와 크기에 맞게 함께 싸울 수 있는 많은 전우들이 있었고, 그 병력에 일원으로 속해 있던 나에게는 그 병력의 규모에 맞는 많은 인적, 물적 지원이 있었다. 퇴사를 하는 순간부터는 이런 모든 것들이 사라졌다. 정말이지 맨몸으로 사지에 홀로 던져졌다. 회사의 고마움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고, 그때 그 돈을 받고 내가 왜 더 열심히 일하지 않았을까 후회도 들었다. 팀장님이나 대표님들의 고민과 업무 스트레스가 어떤지를 알게 되었다. 

창업 후 이전 경력이 도움이 되지 않느냐 반문하겠지만? 그건 창업 초기 어디 가서 발표할 때나 투자사들을 만날 때 창업자가 어떤 사람이구나 판단을 도와주는 보조적인 역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물론 지금도 서비스를 만들어 가면서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업무를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에서 적용될 뿐 진짜 상상도 못 할 수많은 문제들이 펼쳐진다. 가끔씩 현실에 대한 문제로 창업 전에 하던 본인의 직업으로 돌아갈 수 있는 직군에 종사했던 창업자들도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IT 트렌드와 그로 인해 새로운 기술들을 접하고 배워야 하는 개발자의 특성상 실무를 떠난 나는 이제 더 이상 개발자가 아니다. 그래서 이제 개발자라는 직업으로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3. 대인관계


내가 이번에 바닥을 치면서 기분 참 더러울 때가 많았는데 한 가지 좋은 점이 딱 있다.
사람이 딱 걸러져 진짜 내 편과 내 편을 가장한 적.
인생에서 가끔 시련이 오거든 한 번씩 진짜와 가짜를 걸러내라는 
하느님이 주신 큰 기회가 아닌가 싶다. 
< 별에서 온 그대 중에서 >

< 진짜와 가짜를 걸러내라는 하느님이 주신 큰 기회가 아닌가 싶다. 별에서 온 그대 중에서 >

이런저런 이유로 내가 스스로 선택한 창업의 현실은 바닥부터 다시 모든 것을 시작하는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바닥부터 시작했고 아직도 열심히 바닥을 올라가려 노력하고 있다. 바닥을 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과 만나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가족, 친구, 연인, 직장동료들과 자연스레 멀어지고 소홀해졌다. 여기까지는 버틸 수 있었지만 창업 전에는 내 편이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아녔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나도 힘들었다. 다른 사람을 통해서 내 귀로 들어오기도 하고 가끔 만나는 자리에서 눈빛이나 말투를 봐도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 모진 말을 눈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던지며 가슴에 큰 상처를 안겨준 사람도 있었다. 난 그 사람들이 진짜라고  믿었기에 내 상황과 조건이 바뀌었을 뿐 계속 내 편이고 내 사람이라 생각했다. 정말 빠르게 내가 진짜로 믿었던 사람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가짜로 드러나고 하나둘씩 떨어져 나갔다. 천 송이처럼 울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수십수백 번을 울었던 것 같다. 아직도 머릿속에 아니 가슴속에 생생하게 그 상처들이 남겨져 있고 그래서 꼭 성공해야만 한다고 스스로를 자극한다.


그래서인지 할 거 다 하고 놀 거 다 놀고 재미로? 경력으로? 창업을 선택한 사람들과 돌아갈 뒤가 있는 창업자들을 보면 크게 공감을 하지 못 한다. 그리고 그런 팀들로 인해서 스타트업 바닥에서 정말 고생하고 노력하는 팀들이 함께 평가될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은 서로를 바로 알아보고 공감한다. 다른 스타트업들로부터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고 받고 있다. 그리고 반대로 그런 팀들에게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있을 때면 발 벗고 나서기도 한다.


스타트업마다 상황은 틀리지만 많은 사람들이 창업을 하거나 창업팀에 들어가는 선택한 이후로 바닥을 치게 되고 수많은 것들을 견디어야 하는 현실이란 지옥을 맛보게 된다. 그 지옥의 고통 차이는 대표나 구성원에게 이르기까지 크기의 차이일 뿐이다. 심지어는 나보다 그리고 우리 팀원들보다 더한 고생을 하는 스타트업들도 많이 봤다.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크기로 정말 쿤 시련들이 닥쳐오고 그걸 이겨내는 과정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기 때문에 아직도 여전히 창업을 절대 하지 말라고 권유하고 다닌다.  


그래도 정말 이 길 나의 길이고 선택을 했다면...


"입에 칼을 물고 죽을 각오로 살아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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