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부쩍 더워졌습니다.
6월에 벌써 이렇게 31도를 웃도는 기온을 보이는 건 오랜만인 것 같은데요. 물론 매년 ‘최고의 여름 날씨’를 기록하는 중이기 때문에 매년 새삼스럽고 새롭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여름은 참 다채로워요.
우선 향기가 그렇죠. 아침에는 일찍 떠오른 해에 살짝 달궈져 달콤한 향을 내지만 차츰 시간이 지날수록 해는 더 강렬해지고 아스팔트와 식물들이 그 빛에 달궈지는 소란스러운 향기가 나곤 합니다. 사실 그 시간이 되면 사람들도 모두 실내에 들어가 창문을 닫고 문을 걸어 바깥 세상과의 단절을 선언하는지라 그때의 향기는 소란스럽지만 코에도 귀에도 닿지 못하고 무겁게 공기 중 어딘가를 둥실 떠다닐 뿐입니다. 그리고 비로소 해가 지평선 너머로 질 때가 되면 세상도 차츰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하루 종일 얼마나 해에게 시달렸는지 하루 일과를 서로 이야기하려고 아우성이예요. 그 아우성은 여름이 짙어져 점차 중심으로 갈수록 더 커집니다. 그렇게 해가 떠난 자리에서도 온통 해와 관련된 이야기들만 가득 늘어 놓다 보면 밤은 짧고 다시 해가 찾아올 시간이 되곤 합니다. 그렇게 식지 못한 마음들에 다시, 해가 내리 쬐며 여름은 깊어져 가는 것 같습니다.
5월부터 조금씩 날씨가 더워졌지만 사실 저녁 즈음이 되면 노을을 바라보며 시원하다 못해 차가운 바람을 쉽게 느낄 수 있었어요. 낮엔 푸른 하늘과 달콤하게 성장하는 조잘거림이 한가득 있던 시간에서 밤은 어린이들은 일찍 자야 한다는 엄마의 따스한 말을 잘 듣는 착한 어린이들처럼 조잘거림은 사라지고 고요히 좁게 불을 밝힌 어른들의 식탁 같았거든요.
일을 마치고 집에 온 어른들은 아이들이 잠들고 그들의 수면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좁은 곳에 불을 켜고 조용히 이야기를 나눕니다. 서로의 공백이 있던 시간을 말로 가득 채우곤 하죠. 그래서 어른들의 대화는 늦봄 밤공기처럼 달콤하지만 차갑고 마음을 한가득 채울만큼 행복하지만 짧죠. 그 시간을 모두 즐기기엔 어른들에게도 밤은 짧거든요.
그렇게 5월을 하루하루 밟아 나가다 보면 차츰 그 시원함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하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열어둔 아파트 베란다 문으로 들어오는 향을 느끼기만 해도, 퇴근길에 주차장에 세워진 차에 타기 전까지 걸을 때에도, 그렇게 우린 여름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는 걸 밤에 많이 알게 됩니다.
그렇게 밤이 되고, 다시 아침이 밝을 때 우린 하루가 시작되고 또 주어진 삶을 살아 내야 합니다.
깊어진 여름에 주어진 삶을 살아내는 일이 괜찮으신가요?
저는 여름이 깊어질수록 버티는 마음이 2배, 3배로 더 힘들지만, 그래도 버텨 나가도록 해보겠습니다. 포기만으로 이루기엔 삶은 길고 여름은 짧으니까요. 깊어지는 여름의 초입에서, 이 글을 읽는 모두가 마음에 향긋한 5월의 바람이 불기를. 너무 뜨겁지 않게, 시원하고 달콤하게 흘러가기를 시험을 앞둔 밤, 갈피를 잡지 못하는 마음을 오늘따라 쏜살같이 지나가는 커서 뒤에 남겨두며. 2024.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