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샤넬백이 싫다.
내 인생의 기준점은 내가 세우기로 했다.
나는 샤넬백이 싫다.
아니 왜 싫으냐? 그냥 가장 과시와 허영을 보여주는 대표 브랜드 같아서이다. 내가 싫어하는 누구누구가 자주 매서이다. 오픈런, 가격을 올려도 꼭 사고 싶어 하는, 결혼 예물로까지 하는 백. 그냥 싫은 이유는 100가지도 넘다. 물론 이러고 나서 내가 샤넬백을 산다면 나는 이런 싫은 이유에도 불구하고 예쁜 명품을 갖고 싶은 나약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지금은 샤넬백을 사고 싶지도 않고 갖고 있지도 않다.
왜 갑자기 샤넬이냐고?
내 나이 곧 마흔, 누군가의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내 인생을 올곧게 세울 수 있는지 생각하다가 문득 샤넬백을 추구하는 인생과는 반대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마흔은 참 신기한 나이이다. 관련 책도 많고 어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어른이라고 하기에는 덜 익은 나이 같기 때문이다. 어리광은 부릴 수 없지만 실패해도 스스로 힘을 내어 일어나야 하는 나이이다.
내 인생의 기준점은 내가 세우기로 했다.
힘 빠지는 모임을 하지 않는다
어른이 되면 더 힘 빠지는 모임들이 참 많다. 어쩔 수 없이 참석해야 하는 수많은 모임들... 그중에는 힘 빠지고 지치는 모임이 있다. 어렸을 때는 안 나가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았다. 근데 뭐 안 나가도 내 인생이 폭망 하진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냥 조금 소외감을 느낄 수 있지만 그 관계들이 뭐 평생 가는 것도 아니고 그 속에 있었으면 더 속 터져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그런 모임을 가게 되면 그냥 역할놀이를 하고 있다고 최대한 스스로에게 최면을 건다. 근데 그런 생각 자체가 나를 지치게 한다. 그래서 안 나가는 게 최선이다는 결론을 내렸다.
누가 싸움을 걸면 지는 편이 낫다.
'마흔의 기술'에서는 '질 준비'를 하라고 한다. 맞다. 상대가 쌍칼을 들었을 땐 그냥 '그래 네가 이겼다' '아이고 니가 이겼구나~'라고 굿을 해라. 그러면 절대 싸움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싸워서 득이 되는 건 별로 없다. 많이 해봐서 안다. 내가 화가 나고 그 화가 가라앉을 때까지 시간 낭비되고, 온갖 긴장과 정신적인 스트레스, 그리고 나의 평판도 나빠진다. 그냥 지기만 하고 슬슬 피하면 된다. 어쩌면 이게 내 내면의 평화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다.
인생에서 나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을 피하는 것, 그리고 내 내면의 평화를 지키는 것도 정말 중요한 기술이다. 싫은 사람과 약속 잡기는 쉽지만 약속을 거절하기는 훨씬 어렵다. 용기와 적당한 기술이 필요한데 이제는 그런 기술을 연마해야 할 때다.
만남은 '양'이 아닌 '질'이다.
생각해 보면 매일 만나는 사이여도 너무 싫으면 바로 등 돌리게 된다. 근데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마음속에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결이 비슷하거나 마음이 맞는 것, 이것이 바로 좋은 사이 아닐까 싶다. 사람은 누구나 사귈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내 주변에 많이 두는 거 그게 정말 인생을 풍성하게 사는 느낌이 아닐까 한다. 먼저 내가 좋은 사람이 되고, 서로의 생각, 가치관, 태도, 취향등을 공유하면서 더 친밀해지고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 나는 에너지가 적고 빠르게 소진되는 편이다. 그래서 정말 중요한 사람, 중요한 일을 하는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제명에 못 살 수 있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이 중요한 것이다.
미운 사람을 잘 관리해야 한다.
미운 사람은 내 인생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사람이 잘되게 하는 건 어렵지만 끌어내리는 건 쉽다. 쌓는 건 수십 년 걸려도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그래서 내가 맞지 않는 사람, 미운 사람에게 감정을 전달하지 않으면서 조용히 멀어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인간관계에 호불호가 강력한 내가 가장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불편한 사람이 있으면 '아 재는 저렇게 살다가 죽겠구나' 생각하며 말아야 한다. 싸울 필요도, 어떠한 감정을 내비칠 필요도 없다.
그래서 나는 샤넬백이 싫다. 너무 세고, 싸울 것 같고, 잘난척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물론 모든 사람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