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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Jun 18. 2018

즉시 응답하거나 바로 사라지게 하거나

오늘의 일기 0618 

일잘러를 위한 이메일 가이드를 읽었다. '읽었다'고 표현하긴 어색한 것이, 매뉴얼 뒤지듯 필요한 정보만 수집했기 때문이다. 그러라고 만든 책이고 그러라고 만든 목차였다. 


일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고 이런 책을 읽는 사람들을 보면 일잘하고 싶은 욕구가 얼마나 강렬한지도 잘 알겠다. 억지로 찾아보는 것이 아니라 갈급해서 찾아보는 책이다. 10단계 잘나고 싶은 것보다는 오늘보다 1단계 더 낫게 일하고 싶고 - 그래야 덜 / 잘 일할 수 있다! - 그러려면 배워서 일 잘해야지. 


내가 못했던 일 알아챈 것 + 더 잘 챙길 것 

- 참조에 새로운 사람을 추가할 때 왜 추가했는지 알리기 

- 이메일 최소한으로 보내고 최소한으로 받기 [ 빠진 정보 확인하기 ] 

- 자동 답장 활성화 잘 쓰기 

- 회사 대표 계정 이메일 자동 전달 설정 해두기 

- 대용량 첨부파일 공공기관 보낼 때 네이버 메일 쓰기 

- 서식 없이 복사하긔 

- 인사말 - 본문 - [상대방이 취해야할 행동]  - 맺음말

- 회의 정리 메일 회의 끝나고 바로 보내기 

- '같습니다' 쓰지 않기. 

- 보관함 활용 


전화 받느라 쉴 새 없다고 지치지 말고 메일을 잘 활용하자. 


이메일 가이드의 원칙. '즉시 응답하거나 사라지게 하거나'.

일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서 쓴다. 그 날 응답하지 않으면 사라지고, 세세하지 않으면 소용 없다. 자기도 풀어내지 못한 감정 덩어리를 눈덩이처럼 굴리면서 살지 말아야지 싶다. 그건 형벌이다. 무섭고 외로운 일이다. 

쓰지 않으면 나의 손해이니 내킬 때마다 써야지. 


휴일에 신생아처럼 2시간마다 자고, 먹었다. 연이은 주말,휴일 근무에 입병 나고 사랑니 나고(?) 힘든 때에 타격감 짙은 생리통도 왔다. 빨간 버스 안에서 2시간을 끼무룩 잠들어 있다가 파주 본가에 도착했다. 네모난 아파트와 십자 모양 길, 사람과 개 밖에 없는 공간이었다. 내가 사는 홍은동, 정돈되지 않은 재활용, 음식물 쓰레기와 빌라 단지 어지러운 길과 비교되는 수학적인 공간. 나는 안심하고 자고 깨고 먹고 자고 깼다. 


생리통이 심할 때는 개를 배 위에 올려두면 좋다. 나는 여러 근심을 못 뱉고 다 자궁으로 보낸다. 그래서 일기를 쓸 때 여러 근심과 분노에 대한 이야기는 건너 뛰고 생리통 이야기를 한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나를 잘 먹이고 키우는 일이라는 걸 상기하기 위해서다. 잘 쉬었고, 집에 돌아왔다. 수영을 못 가서 아쉽다. 선생님이 놀리겠지. 왜 안 왔냐고. 


'히트 리프레시'와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를 읽고 있다. 전혀 다른 결의 두 이야기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세상의 복잡 다단함을 단단한 태도로 맞선다는 것이다. 인생은 얼핏 드라마 같지만, 사실 모호함을 견디는 일이 가장 어렵다. 그걸 뚫고, 질문하고, 마침표를 찍고, 나아가며 그래도 '살아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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