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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Jul 08. 2018

웹툰 연애고자 모하나, 극사실주의를 주의하세요

현타 오는 웹툰 

한밤중에도 27도를 웃도는 오늘은 7월의 시작점. 한 해를 반토막내고 기어코 여름이 머리를 들이민다.

혼자 사는 스물 아홉 비혼 여성은 보금자리에 돌아와 바지를 벗는다. 더워. 암막 커튼을 친다. 내가 사는 빌라는 연극무대 같다. 맞은편 빌라에서 빨래 걷는 모습이 훤히 보인다. 상대방도 내 5평짜리 정사각형 방을 정사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하루의 장막을 치고 바지를 벗는다. 바디샤워로 발을 씻고 냉장고 안 맥주를 까고 선풍기를 켠다. 이 세 동작은 호신술 동작처럼 한 세트로, 신속한 연쇄동작이다. 발에서 아기 냄새가 난다. 내 발냄새가 좋다. 

스물 아홉? 연애에 데이고도 덜 데여서 습관처럼 외로울 나이. 내 나이 때 여자들이 연애에 질려있거나, 질려놓고 또 기어이 멍청한 연애를 반복한다는 사실을 나는 늦게 알았다. 이 코스에 진입한 여성들에겐 다른 종류의 로맨스물이 필요하다. 로맨스를 꿈꾸고, 또 무참히 깨버리는 극사실주의 웹툰 '연애고자 모하나'가 얼마 전 완결이 났다. 웹툰 '연애고자 모하나'에는 '쟤 뭐하나..' 싶은 주인공 모하나가 나온다. 모하나가 연애를 시작하면 보는 독자 마음이 다 애가 탄다. 이 유료 웹툰은 매번 이런 심정으로 결제했다.

'모하나...이 화상아.... 이번엔 또 어떤 새끼를 만나려고 그래...... '

연애고자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도 모하나는 여러 남자를 만나고 섹스도 많이 한다. 얘라도 사귀어 볼까 싶어 사귄 감흥 없던 첫 경험 상대, 짝사랑했던 미술학원 선생님, 블로그 친구로 만난 생각 없고 고추 큰 연하남, 모하나에게 섹스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하고 강간하는 실좆남까지. 모하나 보는 재미는 '현타오는 순간'을 두고 공감하는 거다. 등신 같은 자신의 성욕+집착을 두고 현타 오는 순간도 그렇고, 등신 같은 애인들 두고 현타오는 순간도 그렇다. 

현타의 연속이다. 첫 화는 이렇게 시작한다. 스물 다섯까지 마법사인 모하나를 두고 주변에서 소개를 해주네 마네, 눈을 낮추라네 마네 고나리질의 연속이다. 모하나는 커뮤니티의 조언 대로 맛집 커뮤니티에 갔다가 인싸들의 콩나물 무침 같은 결속력을 느끼고 후퇴하고, 소개팅앱에 접속했다가 5초 만에 날아온 고추 사진을 보고 후퇴. 그리고 멀쩡한 데이팅앱에서 한 남자랑 밤새 채팅을 하게 된다.

고양이를 안은 얼굴 없는 사진, 게임 프로그래머. 환상 품고 강남에서 약속을 잡았다가, 얼굴 보고 모하나는 현타가 온다. '멀리서 보니 나쁘지 않아...'라며 본인의 시력을 부정한다. '친구로는 괜찮아....'라며 갑자기 새로운 인간관계론을 자신에게 설득한다. 두번째 만남 장소인 떡볶이집에서 남자의 고백으로 모하나는 첫 연애를 하게 된다. 이 새끼가 모하나의 첫 섹스 상대다. 첫 섹스 이후 자기 방 이불에 묻은 피를 두고 '엄마가 이불 빨 때 뭐라고 하면 코피 났다고 해야겠다!'고 외치는 남자. 모하나는 이 남자에게 차인다. 

'그냥 뭐랄까...? 이제 널 봐도 설레임? 이런 게 없어서 그래'
'넌 꿈이 별로 없는 애 같고.. 자기 관리도 안 하고...'
'브라도 할매 브라 같은 거.... 아 아니다'
'난 요리 잘하고 애교 많은 여자가 좋은데 넌 전혀..'

엉망인 인간들이 70여화에 이르는 연재 동안 잔뜩 나온다. 그런데 엉망이 엉망을 만나 치유받고 성장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이 좋다. 사람들이 원하는 스토리는 '이보다 더 좋을순 없다'의 남주처럼 '너는 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어'라고 하는, 엉망인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 연애를 하고, 그게 성장의 모멘텀이 되는 것이겠지? 하지만 그런 기대에조차 부응하지 않고 작가는 우리에게 현타를 준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잖아. 짜디 짠 현실인데 가끔 좀 로맨스 같을 때도 있고 그렇지만 그게 나의 일상을 뒤엎어 반전시킬 수 없다는 걸 잘 알려주는 극사실주의 웹툰 '연애고자 모하나'  

원수처럼 헤어진 남자를 섹스파트너로 다시 만나기도 하고, 세상에 이런 좋은 남자가 있나 싶었던 사람이 배신자가 되기도 하고. 스스로 한심해보일까봐 초조해하고 쿨하지도 못하고 후회하고 집착하고 선을 넘고 질투하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속이 빤히 보여버리는 인간들의 관찰기가 흥미롭다. 결말이 궁금했지만 '둘'이기 때문에 행복한 해피엔딩은 기대하지 않았다. 그 기대를 작가가 저버리지 않았다. 결국 우머나이저를 사더라도 혼자서도 완전하게 살아가려고 하는 모하나에게 동지감을 느낀다. 

SUMMER 소속닷페이스 직업출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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