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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ther May 24. 2024

마흔 되어도 다이빙, 11년 만에 정규앨범 낸 옥상달빛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 아티스트들의 인터뷰 아카이빙

지금까지 진행했던 인터뷰들을 아카이빙 해봅니다 :)  
사라진 매체도 있고, 찾아보기 어려운 매체도 많아서 브런치에 조금씩 아카이빙 합니다. 

인터뷰는 모두 제가 직접 섭외, 진행 했습니다 :) 



나이가 든다는 것에 문득 겁이 날 때가 있다. 책임질 것도 많고, 건강도 몸의 활동성도 예전만 하지 못한 것 같아 가끔 서글프기도 하다. 하지만 나이가 든다는 건 시간이 지날수록 단단하게 내면을 쌓아 올려 다가오는 낯선 세상에 좀 더 빨리 친근해질 수 있는 지혜와 노련함이 생긴다는 뜻이기도 하다. 많은 것을 배웠고 습득했고, 그만큼 소중한 것들도 많이 늘었으며,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슬퍼할 줄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을 힘도 있다.

아마 나이 듦을 체감하는 인생의 중간지점이라고 할 수 있는 구간이 하나 있다면 바로 ‘40’이 아닐까 싶다. 많은 아티스트는 자신의 나이 듦을 숨기려 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의 곁에서 늘 어깨들 토닥여주고 안아주고 눈물을 닦아주던, 우리의 삶 속에 그림처럼, 풍경처럼 함께했던 옥상달빛은 마흔이란 나이를 전면에 드러내고 우리도 당신들과 함께 나이를 먹었고 함께 손을 잡고 길을 걷고 있다고, 우리 이 시기를 함께 잘 보내보자고 자연스레 활짝 웃어 보인다. 그들의 위로는 이제 단순한 응원을 넘어 우리들의 생활에 짙게 녹아 함께 힘겨워하고 눈물을 흘리며, 나도 너희와 같이 힘들고 외로운 존재지만 우리가 함께라면 조금 더 나을 거란, 조금 더 괜찮을 거란 양팔 가득 벌린 다정한 포옹을 건넨다. 데뷔 14년을 맞이한 그들의 음악은 우리네 삶의 희로애락에 깊게 공감하고 그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인생의 친구가 됐다.

김윤주(왼쪽), 박세진(오른쪽)


Q 어느새 시간이 흘러 옥상달빛이 40살이 됐어요. 40살이 된 소감이 어떤가요?

윤주 사실 그냥 서른아홉이었다가 마흔이 됐다. 그 정도로만 생각해요. 뭔가 갑자기 특별히 뭔가 바뀌었다던가, 진짜 어디가 아프다거나 그런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무릎이 조금 안 좋은가 이런 생각을 하긴 했는데. (웃음) 이게 진짜 그냥 40살이 됐기 때문이겠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직은 사실 마흔이 된 지 세 달밖에 안 돼서 정확하게 어떤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아직까지는 크게 별다른 느낌은 없는 것 같아요. 내가 마흔이 됐어. 흑… 이런 생각은 아직 안 들어요. (웃음)

세진 진짜로 마흔이 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냥 지금 느끼는 노화 같은 건 30대 후반부터 이미 겪고 있었던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특별히 다른 느낌은 없고요. 앨범 제목이 <40>인 건 그냥 저희는 항상 지금 현재의 이야기를 다루는 팀이기 때문에 그게 가장 담백하다고 생각했어요. 또 여성 뮤지션으로서 ‘40’이라는 제목으로 정규를 낼 수 있는 팀도 그다지 썩 많지는 않은 것 같은데 ‘우리는 할 수 있는 거다!’ 이런 어떤 근자감으로 앨범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Q 맞아요. 전에 <28>(2011)로 앨범을 냈고 이번에 <40>으로 앨범을 냈는데, 사실 많은 여성 뮤지션이 언제부터인가 나이 언급을 잘 안 하잖아요. 하지만 옥상달빛은 우리 삶과 항상 함께있는 뮤지션이란 느낌이 있고, 생활 속에 음악이 있는 인상을 주다 보니 나이를 앞세워서 이야기했을 때도 자연스레 듣는 사람도 옥상달빛도 같은 세월이 흘렀다고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세진 댓글에도 그렇게 써져 있더라고요. “<28>을 들은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40>으로 앨범이 나온 것 자체가 뜻깊다.” “옥상달빛이 계속 음악 활동하고 있는 게 참 되게 좋고 고맙다.” 이런 얘기가 많이 써져 있었어요. 


Q 보통 40세는 불혹이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인생의 무게를 많이 이야기하는데요. 이번에 어떤 무게나 고민을 얻었다든가 혹은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얻게 되었든가 하는 게 있나요?

윤주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세진이가 자주 얘기하곤 해요. 우리가 이제 일희일비는 하지 않는 것 같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그럴 수 있지. 그러려니. 또 지나가겠지. 이런 생각을 전보다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당연히 그 순간에 오는 감정들은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자기 전에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어쨌든 시간은 또 지나니까라고 생각을 하게 되는 나이가 된 것 같기는 해요.

세진 확실히 책임감 같은 게 늘어난 것 같아요. 저는 결혼을 하거나 아이가 있는 건 아니지만 책임감이란 게 느껴지는 나이는 40대가 분명한 것 같고요. 저는 결혼을 안 했는데도 책임감을 느끼는데 가정을 꾸린 사람들은 어떻겠어요? 가정을 꾸리지 않더라도 자기가 돌봐야 할 가족이 있기도 하고요. 부모님도 나이가 들어가시고… 옛날처럼 막 너무 재밌게만 지낼 수는 없는 것 같고, 한편에 조금 무거운 마음이 늘 있는 나이대가 40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드네요.

<40>


Q 10년 만에 정규를 내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그전에도 EP나 싱글을 계속 내긴 했지만 정규를 낼 기회도 있었을 것 같은데 이번에 정규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을지 궁금해요.

세진 전략적으로 싱글이나 EP로 발매를 하면 수록된 모든 곡이 주목을 받거든요. 정규를 내면, 수록곡 중 외면 받는 곡이 생기니까요. 그걸 줄이자는 느낌으로 정규보다는 싱글이나 EP를 낸 것 같아요. 회사에서도 그렇게 하길 원했고요. ‘그게 효율적인 방법이라면 그렇게 하는 것도 좋지.’ 하면서 시간이 흐르다 보니까 10년 동안 저희가 정규를 안 내게 된 거예요. 특별히 정규를 내기에는 지금 뭐가 부족하다, 이런 평가를 했던 게 아니라 나름 전략적으로 저희가 싱글, EP 활동을 한 거였거든요. 그런데 작년에 막상 일을 쉬고 보니까 저희가 10년 10개월 동안 정규를 안 냈더라고요. 거의 11년 동안 안 낸 건데 ‘이거는 좀 너무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어요. 회사에선 이번 정규도 EP로 내던가 아니면 쪼개서 싱글로 내자라는 의견도 있긴 했는데, 저희는 정규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작년에 쉰 걸 좀 보답하는 의미에서 우리가 정규를 들고 왔으니 조금 예쁘게 봐주시라는 느낌도 있고 팬들에게 선물처럼 드리고 싶어서 만든 것도 있습니다. 


Q 정규를 기획하고 만들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렸나요? 정규를 위해 새로 쓴 곡이 많은지, 기존에 차곡차곡 쌓아오던 곡들이 모여 정규가 된 것인지 궁금해요.

윤주 거의 대부분이 신곡이고요. 그리고 작년에 제가 먼저 라디오를 그만뒀는데 그때 그만 둔 이후론 저는 정규를 생각 하면서 지냈어요. 세진이는 라디오를 하다 보니까 좀 더 집중을 못 했는데 이번에 그만두면서부터 둘 다 집중을 해서 확실하게 정규작업에 들어갔던 것 같고요. 물론 있었던 곡들도 있긴 한데 대부분이 신곡인 것 같아요.

세진 가사 같은 경우 써놓은 모티프가 한 30~40%정도 있긴 했는데요. 나머지는 다 새로 쓴 곡이에요. 


Q 작년 라디오가 11월 늦가을에 끝났는데 그 뒤라면 엄청 빨리 작업한 거네요?

윤주 그랬던 것 같아요. 집중을 확 해서 만들었던 것 같아요. 마감이란 게 참 무섭죠? (웃음) 


Q 많은 사람이 이번 앨범에도 위로와 힐링을 기대했을 거예요. 매번 우리가 사람들에게 힘을 줘야 한다는 그런 캠페인까진 아니더라도 힐링에 대한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 같은 건 없었나요? 사실 앨범이란 게 듣는 사람을 위한 것도 있지만 나를 위한 것일 수도 있는데, 기대에 충족해야 한다는 부담은 없었나요?

세진 너무 있었죠? 너무 무섭고… 그런데 지금은 그걸 조금 벗어난 단계인 것 같아요. 우리 자신을 받아들인 단계라고 할까요? 2집 정규앨범 <Where>(2013)을 냈을 때가 그걸 좀 벗어나려고 애를 썼던 시기인 것 같아요. ‘괜찮습니다’의 가사가 “힘내요. 잘 될 거예요. 그런 말 이제 지겨워”라는 말로 시작하거든요. 얼마나 ‘힐링’, ‘위로’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러웠으면 저희가 이렇게까지 얘기를 할까 싶죠. 그런데 재밌는 건 그 노래가 꽤 오랫동안 박카스의 CF에 쓰였거든요. 그 뒤에 그런 말 이제 지겨워 부분은 안 쓰고 딱 “힘내요. 잘 될 거예요.”만 쓰는 걸 봐서 사람들이 우리한테 기대하는 게 이런 거구나란 생각을 다시 한번 했어요. 물론 기대대로 갈 필요는 없는데 이러나 저러나 윤주랑 저랑 곡을 쓰게 되면 마지막에는 항상 나를 위로하든 사람들을 위로하든 위로로 끝나게 되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순간은 좀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그런 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아요.


Q 옥상달빛의 노래는 듣는 사람을 위한 위로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를 위한 위로일 수도 있겠네요?

세진 맞아요. 그게 가장 큰 것 같아요. 


Q 이번 앨범에서 가장 강조한 메시지는 어떤 것일까요? “지극히 개인적이며 인간적인 희비가 담겨있다.”라는 앨범 소개 글이 눈에 띄었어요.

윤주 마흔을 맞이한, 그리고 마흔을 바라보고 있던 우리의 일상 이야기들인 것 같아요. 그래서 특별하게 뭔가 특이한 내용이 있는건 아니고요. 뭐랄까. 그냥 우리가 30대에서 40대로 넘어오는 하루하루의 일상에 평범한 가사들을 넣었다고 생각해요. 세진이는 세진이가 느낀 그런 느낌을 넣고,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 넣고, 각자의 이야기를 더 많이 한 앨범 같아요. 그래서 30대에는 조금 더 시선이 바깥으로 돌아가 있었다면 이번 앨범은 스스로 자기 자신한테 더 많이 집중이 된 앨범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사실 밝은 곡도 있고 어두운 곡도 있고 여러 가지 곡이 있었는데 그동안 그런 것에 대해 굳이 얘기를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전에는 그냥 조금 더 사람들이 이런 노래를 듣고 조금 더 위로 받았으면 좋겠다. 아니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들었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으로 곡을 썼다면 이번에는 스스로 좀 더 해소를 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컸어요. 그래서 정말 솔직한 가사들을 좀 많이 쓰지 않았나 싶어요.

세진 나름의 용기를 낸 거죠. 어떻게 보면 나를 다 들춰서 그걸 오픈해야 되는 거니까요. 


Q 저도 이번 옥상달빛의 앨범을 들으면서 자기 자신에게 하는 고백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렇게 스스로를 고백하기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구나라는 생각도 들고요. 전에도 본인들의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완전히 본인들의 속내를 꺼내서 다 보여주기까지 그만큼 시간이 걸린 거잖아요.

윤주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가 에세이를 쓰면서 조금 훈련이 된 것 같기도 해요. 내 얘기를 한다는 게 전에는 그렇게 자연스럽지는 않았었는데 에세이를 쓰면서 이게 어디까지 솔직해야 되는지, 어디까지 이야기를 써야 되는지 생각을 하면서 연습을 좀 했던 것 같아요.

세진 그걸 일부러 안 꺼낸 것 같지는 않고 윤주 말처럼 방법을 잘 몰랐거나, 잊어버렸던가 한 것 같아요. 데뷔 초반에는 오히려 좀 적나라하게 쓴 곡이 있거든요. 그런데 중반부에는 약간 그런 걸 좀 지양하는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너무 적나라하게 이걸 다 보여줘야 되나 생각하면서 정제되고 예쁜 표현을 쓰려고 노력했던 것 같거든요. 이번에는 앨범을 만들면서 나 자신에 대해 좀 받아들이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방법이 늘었다고 할까요? 그래서 마음이 편했던 게 한 80% 정도예요. 20%는 걱정. 그래도 너무 오픈한 거 아닌가? 약간 이런 생각이 조금 있긴 해요

세진


Q 세진 님이 정규 앨범을 내기 전 나의 작은 죽음, 두려움은 정규 앨범인데 두려워하지 않으려 한다는 글을 올렸어요. 정규를 만들면서 두려웠던 점이 있었나요?

세진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두려운 거죠. 이게 뭔가를 계속 기대하게 되니까. 우리는 좋은 앨범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사람들이 못 알아줬을 때의 두려움 같은 거요? 예를 들면 저희 노래가 많이 노출되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게 있어요. 요즘 같은 때는 그렇잖아요. 홍보할 곳도 많지 않고. 저희는 그래도 14년이나 살아남은 그룹인데 다른 사람들은 더 힘들겠죠. 그런데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두려움이죠. 잘 안 될까 봐. 그리고 우리의 정규앨범이 나왔다는 것을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 엄청 대단한 사람이 무슨 앨범 냈는데도 사람들이 모르는 경우도 너무 많으니까요. 


Q 그럼 지금은 그 두려움이 조금은 사라진 상태인가요?

세진 글쎄요. 사라지지는 않은 것 같고, 이걸 어떻게 하면 잘 알릴 수 있을까? 생각은 해요.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지금 콘서트 잘 준비하고 예정된 스케줄들을 잘 소화해서 우리를 모르는 사람들이 우리 음악에 관심 갖게끔 하는 게 베스트인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합니다. 


Q 세월의 흐름은 어떨 때 가장 체감이 되나요? 10년 만의 정규도 숫자로는 엄청 긴 시간이지만 어떻게 보면 또 눈 깜짝할 사이일 수도 있잖아요. 어떤 것은 수없이 바뀌는 세월이지만 한 그루의 나무에는 변함없이 한자리를 지키는 시간일 수 있으니까요.

세진 저희 데뷔할 때는 아이폰이 없었어요. (웃음)

윤주 예를 들어 라디오 할 때 사연을 받았을 때, “저 초등학교 때 처음 옥상달빛 음악을 들었는데 이제 대학생이 됐어요!”라던가, “(당시) 연애를 했는데 애기가 지금 유치원에 다녀요.” 이런 얘기를 들으면 시간의 흐름을 느껴요. 어딘가에서 그들의 시간도 우리의 시간도 같이 가고 있고, 같이 시간을 보냈구나란 생각이 들면 되게 뭉클한 것 같아요. 무척 고마운 마음도 있고요. 그분들도 우리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얘기하는 게 서로서로 감동인 것 같아요.

세진 맞아. 팬들이 콘서트에서 “저 중학교 때부터 좋아했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이제 막 20대 중반이거나 이런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럴 때 확 느껴지죠. 그리고 이제 어딘가 가면 저희가 제일 선배예요. 이번에 <이효리의 레드카펫>에 나갔는데 저희가 게스트 중에 나이가 제일 많더라고요. 그래서 제일 안쪽에 있는 방을 주셨어요. 무대랑 가까운. 예전에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나갔을 때는 저희가 꼬꼬마들이었거든요. 그런 걸 생각하면 우리도 나이 많이 먹었다. 활동 오래했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Q 두 사람은 옥상달빛으로도 많은 활동을 했지만, 최근에 세진 님은 윤석철 님과 <The Breakfast Club : 조찬 클럽>(2023)을 발표했고, 이 앨범으로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팝 부문 후보에 올랐어요. 윤주 님은 ‘와우산 레코드’의 대표로서 재즈 아티스트, 그리고 싱어송라이터 장들레 님의 든든한 지붕이 되어주고 있어요.

세진 <The Breakfast Club : 조찬 클럽>은 너무 즐거웠어요. 다음에 좋은 곡 있으면 찾아뵙겠습니다!! (웃음)

윤주 다들 열심히 하고 있어요. (웃음) 


Q 두 분 다 인스타그램에 앨범을 낸 소감으로, 함께해준 회사 분들이나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요.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특히 고마운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해주세요.

윤주 진짜 회사 A&R 친구들이 너무 열심히 해줘서 저희가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되나 고민이 될 정도예요. 저희가 이번에 앨범을 발매하며 ‘나이가 들어가는게 어떤 것인지, 40대는 어떤 어른인지’에 대한 길거리 인터뷰 릴스를 많이 만들었어요. 그 인터뷰가 주변에서 칭찬을 많이 받았어요. 많은 분들이 공감도 하시고요. 그런데 그거 찍으려고 저희 회사분들이 막 하루에 5만 보를 걷고 다녔대요. 그런데 회사 친구들이 또 엄청 착하게 생겼는데도 가까이 가면 다 ‘도를 아십니까?’인 줄 알고 피했다네요.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인터뷰를 했다는 것 자체가 너무 기특하고 고마운 거예요. 회사 친구들이 너무 고생했고 그 결과물이 나오고 반응이 좋으니 자기들이 우리보다 더 기뻐했어요. 이런 것들을 차근차근 계획하고 이런 것들에 대해서 너무 꼼꼼하게 잘해줘서 그 친구들 덕분에 저희는 진짜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었어요. 너무 잘 서포트를 해준 거죠. 그것만으로 너무너무 고마워요. 진짜 고마워요.

세진 우리 회사가 정말 아주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저희가 음악 외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게 해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잘해주고 있다는 거죠. 너무 고마워요. 그분들이 또 저희 곡을 콘텐츠로 재탄생시켜준 부분 때문에 또 좋은 평가를 얻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너무 감사하죠. 저희는 되게 복받았어요.

Q 올해 초 나온 싱글 ‘Happy Ending’은 데뷔 14주년을 맞이해 커버에 <옥탑라됴>(2010) 속 공룡이 다시 등장했어요. 그런데 이번 앨범 커버에는 농구장에 세진과 윤주과 있고, ‘40’이라고 적힌 유니폼을 입은 조카분이 농구공을 들고 도움닫기를 하려는 것 같아요. 어떤 의미인가요?

윤주 커버와 관련해 여러 레퍼런스가 있었는데 그중 한 아이와 노부부가 있는 사진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콘셉트가 너무 좋았던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과 이런저런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콘셉트로 찍어보자고 정하게 됐어요. 마흔이라는 나이가 예전에는 아이도 있고 엄마가 될 그런 나이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것에 있어서 진짜 아이가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고요. 거기에 저희가 되게 편안하게 있는 그 모습 자체를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되게 편안한 느낌이 든 사진이 있었고 앨범커버로 하면 좋겠다고 의견이 모아졌죠. 그 외로 다른 여러 가지 컨셉도 찍었는데, 꾸며진 콘셉트이기보다 자연스럽게 그냥 우리가 있고 재엽이(조카)도 그냥 쑥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그 그림이 너무 좋았던 것 같아서 이 앨범커버를 선택하게 됐어요.

세진 약간 몰래 찍은 사진 같죠. (웃음)


Q 이번 앨범은 오랜만에 ‘옥탑라됴’(‘옥탑라됴6’)로 시작합니다. 옥상달빛은 옛날부터 라디오란 매체에 애착이 좀 많으셨고 작년에 종료한 <푸른 밤>도 5년이나 했어요. 라디오 게스트도 많이 했잖아요. 라디오 DJ로서 시간을 보내면서 옥상달빛에게는 라디오가 더 소중해졌을 것 같아요. 이제 옥상달빛에게 ‘옥탑라됴’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는 그런 시그니처 같은 거겠죠?

세진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윤주 여전히 라디오를 좋아하고 라디오를 하고 나서 더 라디오가 좋아졌어요. 그리고 저희의 강점은 둘이 속닥속닥 이야기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또 팬분들이 그런 모습을 좋아해 주시니까 그냥 시덥지 않은 이야기가 앨범에 들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뭔가 앨범을 마음먹고 듣기 직전에 몸 푸는 느낌으로 이렇게 옥탑라됴가 들어가 있는 것 같아서 저는 좋더라고요. 그래서 일부러 저희가 이제 1번에 넣기도 했고요. 앞으로도 1번에 들어갈지 마지막에 들어갈지는 모르겠지만 ‘옥탑라됴’는 계속 들어갈 것 같아요. 


Q 얘기 나왔지만 2018년부터 23년까지 5년 동안 진행했던 <푸른 밤>이 작년 늦가을 종료됐어요. 저도 정말 열심히 들었던 라디오라 아쉬움이 커요. 라디오를 진행하며 냈던 에세이 <언젠가 이 밤도 노래가 되겠지>에는 라디오 방송에서 느낀 수많은 감정과 청취자들과의 대화, 그들의 이야기, 일상을 담았었는데요.

세진 이번 앨범에도 라디오를 통해 느낀 게 담긴 노래도 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말이죠. ’드웨인 존슨’ 같은 경우 라디오가 끝나면서 생각했던 것들이 모티프가 돼서 만들어지게 된 곡이고요. 윤주가 쓴 것 중에는 ‘광고’라는 곡이 모든 DJ도 다 그렇겠지만 라디오 중간에 “광고 듣고 오겠습니다.” 이런 멘트를 많이 하잖아요? 라디오에서 “광고 듣고 오겠습니다.” 이런 멘트가 나온 뒤 광고가 안 나가고 우리 노래가 나오면 되게 신기하겠다면서 윤주가 재밌게 제목을 만든 것 같아요.

윤주 기본적으론 음악에 다 녹아 있는 것 같아요. 라디오를 5년정도 진행하면서 사람들의 삶 속의 재밌는 이야기, 슬픈 이야기, 이런 것들을 공감하고 느낀 마음이 음악까지 흘러 들어온 게 아닌가 싶어요. 


Q 그러게요. ‘광고’라는 노래가 라디오에서 나오면 너무 재밌을 것 같아요. ‘광고’ 듣고 오겠습니다.

이번 앨범의 본격적인 첫 곡이라 할 수 있는 ‘자기소개’에서 40살이 된 나의 하루를 솔직하게 표현했는데, 마지막 곡으로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란 제목으로 끝나는 게 희망을 주는 것 같고 기분이 좋았어요. 정말로 즐겁게 다같이 나이를 먹고 마흔이란 게 늦거나 그런 게 아니라 다시 한번 더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 시작과 끝이 너무 좋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세진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어요. 몇 번씩 배치를 바꾸기도 했고요. 그런데 변하지 않는 건 ‘옥탑라됴6’가 끝나고 나서 ‘자기소개’가 나오면 너무 좋겠다는 것은 하나의 틀 같은 것이었어요. 그래서 그건 아예 박아놓고 시작했어요.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은 노래를 다 만들고 나니까 이 곡이 마지막에 들어가 있으면 진짜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곡은 마지막이다. 꼭 배치를 그렇게 하자. 정했죠. 그 외에 나머지는 전체 흐름에 맞게 배치한 것 같아요. 


Q 타이틀곡 ‘다이빙’의 가사를 들으며 너무 내 이야기 같았어요. 저도 30대 후반이라 항상 불안하고 스스로에게 져 버리고 있는 게 아닐까? 나의 가장 큰 적은 나인데. 자책을 자주 반복하거든요. 매일 밤 무거운 걱정을 하는 제게 너무 와 닿았어요. 제목이 ‘다이빙’인 이유도 궁금해요.

윤주 다이빙. 우선 작년 내내 제가 가라앉은 한 해였어요. 그래서 한 해 동안 느꼈던 매일매일의 감정을 담은 것 같아요. 작년의 제 마음을 그냥 뭔가 솔직하게 다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작년에 느낀, 그냥 제가 일상을 적었던 것들을 가사로 쓴 것 같아요. 그때 사람들이 자꾸 밖으로 나와서 햇빛도 보고 사람도 만나라 이런 얘기를 많이 해줬는데, 진짜 옷도 다 입고 나갈 준비 다 했는데 현관문 앞에서 머뭇거리며 못 나가는 상황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내일 나가지, 모레 나가지. 이렇게 하루이틀 계속 미루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다이빙’이라는 제목을 짓기 전 ‘you the living’이라는, 그냥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제목을 가제로 정했거든요. 그런데 제목으론 무겁다는 느낌도 들었고 확 와닿지 않았던 것도 있어서 다른 제목은 어떤 게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다이빙’이라는 제목이 떠올랐고요. ‘다이빙’은 내가 떨어지고 또 바닥에 닿아도 다시 올라올 수 있잖아요. 그래서 사람은 가라앉을 순 있지만 분명히 바닥은 있고 그 바닥을 치고 다시 올라올 수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조금 동적인 제목을 짓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렇게 마지막엔 잠수라는 제목도 후보로 나왔었는데 잠수라는 제목은 좋긴 하지만 너무 정적이었어요. 잠수는 정말 계속 가라앉을 것만 같잖아요? 그래도 다이빙은 다시 숨을 쉬기 위에 올라가야 하는 거니까 이게 더 낫지 않을까 해서 다이빙으로 지었죠. 


Q ‘다이빙’의 뮤직비디오가 너무 사랑스러웠어요. 김소진 배우가 찰랑이는 노란 드레스를 입고 달려가는 모습에서 즐거움과 행복 그리고 위로와 감동이 느껴졌어요. 뮤직비디오에서 계속해서 앞으로 달려가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그리고 그는 어디까지 달려가는 것일까요? 다이빙의 끝은 어디일지 궁금해졌어요.

세진 여기가 양화진 그 쪽 터널이었는데.

윤주 합정까지 달리긴 했는데. (웃음)

세진 합정에서 상수까지 달리신 것 같다고. (웃음)

윤주 그는 어느 정도 달리다가 멈출 거라고 생각해요. 다시 또 일상을 살려면 걷기도 해야 되니까요. 그러다가 또다시 천천히 걷고, 뒤로 가기도 하고, 또 달리기도 하고. 그럴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다음엔 이제 천천히 멈추고 뒤로 갔다가 다시 가라앉았다가도 나왔다가 그렇게 반복하지 않을까 싶어요.


Q 노래 ‘드웨인존슨’도 제목이 무척 재밌어요.

세진 노래를 들어보면 하나의 상징적인 모티프예요. 뭔가 살면서 내가 강해지고 싶은 순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때 제가 첫 번째로 든 생각은 아니 도대체 강한 건 뭐지? 강하다는 건 이렇게 힘센 사람인가? 이런 질문을 했어요. 그러면서 뿅 생각났던 얼굴이 드웨인 존슨(Dwayne Johnson)이었고요. 근육질에 힘이 센 사람이 강한 건가?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그것만으로 사람을 강하다고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그러면 대체 진짜 강하다는 건 뭘까? 그 질문으로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갔죠. 노래에서 강한 것에 대해 집착하지 않는, 그런 자유로움이 진짜 강함이라는 결론으로 노래가 끝 맺게 되는데요. 노래를 제가 만들었는데 만들고 나서 좀 속이 시원하더라고요. 진짜 강한 사람은 그 강하다는 것에 그다지 얽매이지 않는구나. 막 그런 거 있잖아요. 예전에 <동방불패>(1992)나 <황비홍>(1991) 같은 무술영화를 보면 태극권이 되게 부드러운 무술이잖아요? 계속 연마를 해야 하는 그런 무술인데 그 부드러움 속에서 강함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진짜 강한 거다. 그런 생각이 지금 문득 드네요. 아무튼 강한 거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이 강한 사람이다. 곧 자유로운 사람이다라는 생각으로 곡을 쓰게 되었습니다. 


Q ‘드웨인존슨’의 “제일 강한 사람은 너”라는 응원의 메시지가 초창기 옥상달빛의 앨범을 떠올리게 했어요. 한편으로 이번에 옥상달빛의 노래를 데뷔 EP부터 다시 들어보는데 목소리가 정말 변함이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오히려 현재가 좀 더 가볍고 나른해졌다는 인상도 있고요. 예전엔 곡을 꼭꼭 씹어먹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유동식을 먹는 느낌이랄까요? 지난 14년 동안 옥상달빛의 목소리와 음악 스타일에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세진 그땐 발음을 잘하려고 노력했어요. 지금은 그런 것들에서 조금 자유로워진 것 같긴 해요. 그것도 짬바가 생겼나봐요. (웃음) 세월이 지나면서 목소리 톤이 좀 달라진 게 개인적으로는 조금 슬프기도 한데요. 근데 어떻게 보면 이게 또 자연스러운 현상이니까. 막 목소리 톤이 허스키해지는 거, 음이 점점 낮아진 기분이 들 때 조금 이상해요. 그래도 윤주 목소리는 괜찮지 않나요?

윤주 근데 저도 좀 그래요. 옛날에는 ‘수고했어 오늘도’ 첫소절인 “세상에서” 이 가사 부분이 저음으로 안 내려갔거든요. 그래서 이펙터를 걸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거보다 더 낮은 저음까지도 내려가요. 전반적으로 제 목소리도 음이 많이 낮아졌고 세진이 말대로 그게 약간 슬프기도 한데 하지만 또 저음에서 주는 편안함이 있잖아요. 그리고 세진이처럼 저음을 갖고 있는 사람이 이쪽 신에 잘 없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되게 귀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저는 좀 위에 고음을 쳐줘야 되는데 이걸 이제 좀 못 쳐주고 있는 것 같아서 약간 슬프기는 하네요.

세진 그래도 이번에 진성 냈잖아? (웃음)

윤주 어거지로 내긴 했는데… (웃음) 어쨌든 이렇게 목소리 톤 같은 것들이 확실히 달라지긴 했지만 예전의 좀 AI같고 딱딱한 느낌에서 좀 더 사람같이 변한 것 같고 이번 앨범에서 특히 잘 느껴지는 것 같아서 저는 기분이 좋아요.


Q ‘약속할게 난 죽지 않아’ ‘서른’ ‘스페셜 이디엇’ 이런 곡들을 듣고 있으면 무엇보다 가장 소중한 것은 나임을 잊히지 않고자 다짐하는 것 같아요. 스스로를 탓하지 말고 걱정하지 말라는 그런 마음이 너무 필요한 요즘이기도 하고요. 지금 옥상달빛이 가장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요?

세진 지키고 싶은 건 옥상달빛이에요. 우리 각자 말고 저한테 옥상달빛은 하나의 어떤 유기체 같거든요. 또 하나의 생명 같은 그런 느낌. 걔가 변함없이 꾸준히 있으면 좋겠어요. 그걸 지키고 싶고,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우리가 계속 곡을 쓸 수 있는 감성, 그것도 지키고 싶네요. 옥상달빛이라는 존재는 소중한 거고 지키고 싶은 건 우리 감성. 저는 그렇습니다.

윤주 저도 너무 감성을 지키고 싶어요. 그리고 지키고 싶은 게 또 하나 있는데, 제가 운영하는 '와우산 레코드'에 소속돼 있는 아티스트들의 감성을 지키고 싶어요. 그들의 감성이 다치지 않고 즐겁게 잘 걸어갈 수 있게끔 도움이 되고 싶어요.

세진 니가 강해져야 돼. 네가 태극권 배워야 돼. (웃음) 


Q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옥상달빛만의 감성이 영원했으면 좋겠네요. 온라인에 유명한 할머님들 불타는 생일 짤처럼, 옥상달빛이 할머니가 돼서도 감성을 유지하고 영원했으면 좋겠어요. 디너쇼도 하고. 다같이 신나게 칼질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면서. (웃음)

세진 환갑에는 디너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땐 돈 많을 거 아니에요. (웃음)

윤주 스테이크나 찌개보다는 신선로 같은 거 놓고 하면 재밌겠어요. (웃음) 


Q 수록곡 ‘서른’의 제목은 왜 ‘서른’인가요?

세진 원래는 그 제목이 아니었는데요. 문득 30대 여자 회사원의 삶이 생각나는 가사를 쓰게 됐어요. 회사원이 아니더라도 서른이라는 나이를 놓고 보면 어른이지만 사실은 일도 사랑도 내 꿈도 내 마음대로 되는 거 하나도 없는 나이가 서른쯤인 것 같거든요. 그래서 그 감상을 담아서 곡을 썼습니다. 저희 서른 때도 좀 쉽지 않았거든요. 저는 되게 힘들었어요. 생각해 보면 그걸 좀 떠올리면서 쓴 노래가 아닌가 싶어요. 지금은 그때보다는 좀 안정적인 마음이 되었으니까, 그때를 생각하면 좀 안타까운 마음이 있어요. 


Q 수록곡 ‘광고’에서는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솔직한 날것의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어’에서는 우리가 품고 있던 애틋하고 숨기고 싶은 마음에 대해 이야기해요. 결국 옥상달빛의 이번 앨범에는 우리의 진짜 슬픔과 아픈 속마음을 꺼내고 이야기하고 보듬어주고 혹은 다독여주고 있는 것 같아요. 힐링과 위로의 아이콘이었던 옥상달빛이 14년째 우리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 같아서 괜스레 뭉클해졌어요. 이 두 곡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그리고 옥상달빛이 지금 이 노래들을 들려주고 싶은 사람 혹은 가장 눈물을 닦아주고 싶은 존재는 누구인지도 궁금해요.

세진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어’는 너무 ‘윤주’ 같은 노래에요. 그래서 저는 그걸 들으면 좀 마음이 아파요. 그리고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은 사람…. 저희 팬 중에 옥상달빛을 너무너무 좋아하는 팬이 있는데 며칠 전에 그분한테 편지 받았어요. 그걸 집에서 읽는데 좀 뭉클해졌어요. 왜냐면 본인이 요즘 너무 힘들어서 예전에 우리 노래를 들었을 때랑은 좀 뭐랄까 덜 와닿는 자기자신을 발견했다는 거예요. 노래가 자기랑 너무 동떨어져 있는 느낌을 받았대요. 그래서 그것 때문에 한동안 우리 노래를 못 들었다는 거예요. 우리 완전 골수 팬인데! 그래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정도로 힘들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좀 뭉클하고 슬펐어요. 그런데 너무 좋은 건 이번 정규앨범을 들으면서 다시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이번에 우리가 앨범에서 되게 솔직하게 말했던 것들이 그 친구한테 다 닿았구나. 생각이 들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친구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습니다.

윤주 저는 제 주변에, 아티스트 중에 지금 많이 가라앉아 있는 애들이 좀 있거든요. 심적으로 든 음악적으로든… 그런 친구들을 좀 일으켜주고 싶은 생각은 있어요. 그냥 내가 그런 힘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저희 노래에 그런 힘이 있으면 더 좋겠고 그래서 우연히 저희 노래를 듣다가 ‘그래. 나도 다시 작업해야지.’ 이런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변 아티스트들을 힘듦을 보듬고 눈물을 좀 닦아주고 싶어요.

세진 Fatboy Slim 아시죠? 그분은 지금 60세가 넘었고 머리도 하얗고, 지금 대충 봤을 때도 한 70세는 돼 보이거든요. 그런데 아직까지 계속 DJ 하고 페스티벌 나가고 앨범 내고 콜라보하고 그러시잖아요. 많은 아티스트가 나이와 성공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데 전혀 그렇게 생각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Fatboy Slim을 보면 너무 트렌디한 할아버지예요. 그래서 전 그분을 보면서 너무 다행이고 고맙고 저희가 같은 장르도 아니지만 저런 사람 있어줘서 너무 좋다. 우리도 오래 해야겠다. 생각하거든요. 힘든 아티스트 친구들에게 이 아티스트를 추천하고 싶어요. 


Q 이번 앨범을 쭉 듣다 보면 제일 튀는 노래가 하나 있어요. ‘혼잣말’.

세진 맞아요. 저희도 튄다는 생각을 하긴 했어요.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해야 되나 고민하다가 그냥 넣었는데 혼잣말 좋아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저는 좋습니다.


Q 저는 ‘혼잣말’의 가사가 너무 슬프다고 생각했어요. 미련조차 욕심을 내면 안 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래서인지 이번 앨범에서 주제나 가사가 가장 튀는 노래이기도 했고요. 전반적으로 모든 곡이 희망과 위로에 가까웠다면 이 곡은 좀 더 담담한 단념에 관한 노래 같은데 이 곡이 이번 앨범에 들어가게 된 이유가 있나요?

윤주 사실 마지막에 저희 프로듀서 오빠는 이 곡을 빼라고 얘기했어요. 그리고 나중에 싱글로 넣는 게 훨씬 더 나을 것 같다는 얘기도 했어서 저희도 고민을 안 한 건 아니에요. 왜냐하면 저희도 이제 트랙리스트를 적으면서 얘를 도대체 어디다 갖다 놔야 될지 모르겠는 거예요. 얘 참 아끼는 노랜데 얘를 어디다 갖다 놔야 되지? 빼는 게 차라리 나을 수도 있겠는 생각이 저도 조금 있긴 했는데 그냥 11곡 넣자. 해보자. 에이, 모르겠다. 이러고 앨범에 수록해서 낸 것 같아요. 솔직한 마음으로는 혹여 외면당하면 외면당하는 거고 앞으로 이런 노래 또 쓰면 되는 거니까라는 생각으로 넣었어요. 왜냐면 저도 전체 앨범으로 봤을 때 이 곡의 주제 자체가 너무 달라서 고민했거든요. 그런데 저희 노래 중에 주제가 사랑, 이별 이런 얘기가 사실 많이 없었잖아요. 그런데 앨범 제목을 ’40’으로 하고 나서 보니까 사랑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게 말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우리가 느끼는 이별의 감정, 예전이더라도 그때 느꼈던 감정들을 쓰는 게 이제 이상하지 않겠구나 생각이 들었죠. 우리라고 계속 인생과 삶에 대해서만 얘기해야 되는 건 아니니까. 그래서 그냥 그 제목을 정하고 나서 용기를 냈던 것 같고요. 실제로 주변에서는 빼라는 의견이 많이 있었습니다.

세진 저희의 강경책으로 들어간 노래들이 몇 개 있어요. 그래도 저는 들어간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정규라서 가능한 것 같고요. 이걸 또 따로 빼면 어떤 스토리를 또 어떻게 만들어야 될지 그게 더 고민되기도 하고요. 뭔가 이거 외에도 대단한 이야깃거리가 있으면 또 모르겠는데 말이죠. 이 곡이 수록곡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또 말이 되는 것도 있고. 앨범에 이런 사운드도 없고요. 저희에게 많이 없는 사운드라서 좀더 앨범이 다채로워진 것 같기도 하고요. 따로 냈다면 물론 곡은 더 주목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냥 여기 안에 들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옥상달빛의 음악은 결국 늘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사람을 이해하고, 그들의 감정과 삶을 이야기하고, 그 전에 우정, 청춘, 사랑이 주제였다면 지금은 좀 더 성숙해진 사람의 마음, 성장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옥상달빛은 어떠한 감정이나 존재보다 ‘사람’ 자체가 뮤즈 같은데 사람들을 평소에도 많이 관찰하는 편인가요?

윤주 사람을 관찰하는 걸 무척 좋아해요. 그래서 예전에는 카페에 가면 창가 있는 곳에 꼭 앉아서 밖에 사람 구경했어요. 몇 시간씩… 그러면서 저 사람은 이런 생각하고 있을까 상상도 해보고요. 아니면 둘이 대화하는 걸 보면서 그냥 혼자 그냥 이런 대화하고 있는 것 같아 유추해보기도 하고. 저 사람은 어떤 옷을 입었네, 저 사람은 어떻네, 저렇네. 이런 생각을 되게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걸 되게 좋아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그렇게 밖에 나가지 않다 보니 그런 관찰을 많이 못했는데 그게 좀 아쉽다는 생각이 요즘에 들더라고요. 제가 원래 한강 앞에서 살았었는데 그땐 맨날 한강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을 많이 했거든요. 산책하는 것도 되게 좋아해서 거기서 막 메모장에 떠오르는 것들을 많이 적고 그랬어요. 그런데 연희동으로 이사 간 다음에는 동네 걸어 다니는 사람이 잘 없어서 구경을 못하니까 거기서 뭔가 쓸 말이나 영감 같은 게 사라진 느낌이 들긴 해요. 그래서 확실히 다시 사람들을 관찰하는 시간을 가져야지. 생각하긴 해요.

세진 윤주는 원래 사람을 좀 많이 좋아하는 타입인 것 같고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만 관찰하기도 바쁜 그런 사람이에요. 그래서 제 주변 사람 중에 어떤 일이 있다거나 아니면 그 사람의 힘듦이나 기쁨이나 그런 것에 좀 많이 집중을 하는 편인 것 같아요. 예전 노래 중에 ‘그대로도 아름다운 너에게’(2019)라는 곡이 있는데요, 이건 아끼는 동생에게 힘을 주고 싶어서 만든 노래에요. 동생이 어디서 말로 상처를 받고 온 거예요. 그래서 그 친구를 위해 만들었죠. 그 친구가 장들레예요. 장들레가 모티브가 됐던 노래예요. 저는 모든 사람한테 관심을 갖는 것 같지는 않고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만 관심을 갖는 편인 것 같아요.


Q 이렇게 사람들에게 관심을 쏟다 보면 감정적으로 힘들거나 동요될 때는 없나요?

세진 그래서 선택적으로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윤주 저는 관찰만 하는 거니까, 그 사람들이랑 가까워지는 게 아니라 그냥 진짜 말 그대로 관찰이기 때문에 그런 건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서는 좀 예전에 비해서는 에너지를 많이 쓰는 것 같긴 한데… 그래도 그냥 관찰만 하는 건 너무 재밌어요. 아직도 재밌어요. 


Q 그래도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어’처럼 사람들의 무거운 마음을 발견할 때도 많을 텐데요. 그리고 본인의 숨기고 싶은 마음을 발견했을 때 어떻게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편인가요?

세진 곡 쓰면서 조금 해소가 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스페셜 이디엇’ 같은 경우 제가 되게 싫어하는 저의 모습을 그린 내용이거든요. 근데 꼭 그게 제 얘기만 같지는 않아요 저 말고도 또 비슷한 저녁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전 오히려 이렇게 속마음을 약간 드러내고 하는 게 어떻게 보면 더 건강한 해소라고 생각해요. 


Q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어’ 같은 경우 진짜 약간 마음이 무거워지더라고요.

윤주 저는 그냥 아무 말 안 하는 것 같아요. 라디오를 하면서 그런 사연들을 받았을 때는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저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우리는 어쨌건 그런 사연에 대해서 코멘트를 해야 되는 상황이니까 오히려 그런 식의 코멘트는 늘었던 것 같아요.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면 조금 더 좋지 않을까? 다음에 이런 비슷한 상황이 오면 이것과 저것을 해보면 어떨까요? 막 이렇게 이야기를 했죠. 하지만 그게 막상 내 일로 다가왔을 때는 그게 하나도 도움이 안 되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그냥 그런 순간이 왔을 때는 허둥지둥하는 것 같아요. 진짜 허둥지둥하고 가만히 있는 것 같아요. 뭘 어떻게 그거를 벗어나려 애를 쓰지도 않고, 그냥 저는 그냥 그대로 가만히 가라앉아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가 언젠가는 올라올 때가 있고요. 작년은 그냥 무작정 가라앉았던 것 같고 올해는 좀 올라오려고 애를 쓰고 있는 중이예요.

윤주


Q 윤주 님이 진짜 다이빙을 하고 계시네요.

세진 앨범 발매 초반이라 앨범에 달린 댓글들을 지금 다 찾아보고 있거든요? 그런데 거기 ‘다이빙’에 달린 댓글에 보면 일주일에 한 번 병원에서 약 탈 때 외에는 밖에 나가지 않는 분이 있는데 이 노래를 듣고 많은 위안을 받았다. 그런 얘기가 써져 있더라고요. 이렇게 저희 곡을 통해 위안을 받는다는 분들이 계셔서 너무 다행입니다. 그리고 진짜 윤주가 그만큼 깊게 내려 침전했던 시절이 없었다면 그런 가사를 못 썼겠죠. 어떻게 보면 다행이에요. 


Q 40. 이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옥상달빛이겠죠? 봄이 시작되고 있어요. 2024년 옥상달빛의 계획을 알려주세요.

세진 계획할 거 너무 많죠. 작년에 쉬었기 때문에 올해는 웬만한 거 다 한다고 했어요. 그렇게 하고 싶기도 하고요. 우선 콘서트 이틀, <뷰티풀 민트 라이프>를 잘 해야겠고 있고 여름에는 전국 투어가 있어요. ‘정말 고마워서 갑니다.’라는 공연이에요.

윤주 인스타 라이브로 팬들과 좀 더 많이 소통하려고 하는데 그때 팬분들이 저희랑 제일 하고 싶은 걸로 운동회를 하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세진 가을 운동회 한번 해보자. 팬들이랑 하면 너무 재밌을 것 같아요.

윤주 학교 운동장을 대관해서 한번 해볼까 생각 중이에요. 그리고 ‘수고했어, 올해도’도 해야겠어요. 다 하게 되면 너무너무 재밌을 것 같아요. 


Q 듣기만 해도 팬들이 올해는 진짜 체력도 열심히 키워야 되고 즐겁게 할 일이 너무 많네요. 마지막으로 이번 앨범을 통해 꼭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나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윤주 <40>이라는 앨범을 내면서 그냥 나이 드는 것에 대해서 너무 두려워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사실 제일 하고 싶었어요. 왜냐면 두려웠을 수도 있고 별 생각이 없었을 수도 있고 저희 둘 다 그랬던 거 같은데요. 저희보다 미리 40대 50대가 된 언니 오빠들, 멋지게 음악 활동하는 분들이 주변에 많이 있거든요. 주변에 그분들을 보면서 우리도 이렇게 나이가 들 수 있겠구나. 용기를 얻었거든요. 그런데 이제 저희가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마흔이라는 나이가 돼도 우리처럼 여전히 세상을 잘 모르고 이렇게 그냥 소녀처럼 뛰어다닐 수도 있고, 진지하기도 하지만 너무 무겁지 않게 그렇게 살 수 있어.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어요.

세진 팬분들한테는 저희를 좋아하는 그 마음 변치 말라고 얘기해 주고 싶고요. 그리고 그냥 저는 사람들이 이 앨범을 많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밖에 없어요. 근데 어떻게 해야 될지 홍보팀에 그래서 우리 윤주가 <전지적 참견 시점> 나왔으면 좋겠다고 농담을 한 적도 있고. (웃음) 많이 알아주시고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Q 직접 다이빙도 도전해보고, 드웨인 존스 만나러 가면 재밌을 것 같아요. 곡도 알리고. (웃음)

세진 네 이 앨범을 만든 우리 자신한테도 고맙고요. 그리고 들어주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계속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거니까 그 마음 변치 말라고 얘기하고 싶고, 다른 사람들에게 꼭 이 앨범을 알리기 이런 캠페인도 해주세요. (웃음)

세진, 윤주 감사합니다.


인터뷰 조혜림 

옥상달빛 인스타그램       

Writer


조혜림(Heather Jo)



음악 콘텐츠 기획자, 하루키스트, Psychedelic rock. <중경삼림>의 영원한 팬. 읽고 듣고 보고 쓰는 것들을 좋아한다.
조혜림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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