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250717목

by 연하

카페를 자주 가지만 아주 카페를 좋아하진 않는다.

커스터마이징이 되어있지 않달까


실컷 비싼 걸 시켰는데

짧은 반바지와 반오프숄더 반팔티를 입은 나에겐

냉동창고에 갇힌 거나 다름없는 것이다.


노래도 너무 시끄럽다

멜론 top 100은 최악이다

무난한 노래를 틀려다가 모두의 취향을 조금씩 빗나간다.

최애카페는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래도 너무 더운 날 습식 사우나 같은 자취방에 들어가서 선풍기로 등줄기와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이 식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는 바로 카페로 들어가고 싶을 때가 있다.

무더위가 한바탕 기승을 부린 후,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오늘 집에서 제일 가까운 카페에 들어갔다.

그런데 점원이 내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인사를 안 해주기도 했고 음악소리가 너무 커서 다시 나왔다.


그리고 와플을 시켜 먹었다.

티라미수와플은 생크림이 너무 느끼해서 광대에 소름이 돋았다.

광대에 미세하게 울리는 진동 같은 것

그래서 더 이상 헬스장을 미루면 제대로 못 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기혐오의 고리를 끊은 지 꽤 됐지만, 그 전조증상을 아는 그 감각을 안다. 그리고 경계한다.


자해의 일종으로 카페에서 돈을 쓰는 것 같기도 하다.

카페에 가면 돈이 술술 나오니까

내가 열심히 번 돈을 그렇게 대충 날려버리는 데서 오는 정신적 자해랄까


나는 조금 극단적인 성향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신기하다

나도 2년 전쯤에는 열심히 했지만

요즘은 별로 열심히 하지 않는다.


그래도 비키니는 샀다.

운동은 항상 하고 나면 기분이 좋다.

하기 전에는 굳이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지만.


보디빌딩 하는 하는 사람 릴스를 봤는데 몸을 만들고 싶어졌다.

그런데 오늘은 와플을 너무 먹고 싶었다.

그렇다면 별 수 없는 것이다.


이런 chill 한 모습. 꽤 멋지다고 생각하는데

너무 세뇌를 당해서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조금


오늘 숨김친구 목록에 전 남자 친구를 검색해서 오랜만에 카톡 프로필 사진을 봤다.

어쩌면 나한테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함부로 사람을 평가하고 판단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카페를 한동안 자제해야겠다.

가더라도 아메리카노나 콜드브루를 시키고, 간식을 먹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근손실을 막는다는 핑계로 탄수화물과 지방을 과다 섭취하는 듯하다.



그리고 제이팝을 들으면 가사를 못 알아듣기 때문에 글 쓸 때 틀어놓으면 좋은 것 같다.


학교 업무가 많은데, 학기말이기도 하고, 강사채용, 도서관 이용수칙 만들기 같은 것들.

그래도 잡생각을 없애줘서 평소보다 좀 더 행복한 것 같다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소모임도 밴드, 독립출판, 연극, 이런 거 기웃기웃 거리면서 사람들과의 연결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 하고 있다.


큰 통유리 창에 수 놓인 빗방울들이 꼭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 같다. 그 앞에 놓인 빈 맥주캔 여섯 개는 길거리에 꿋꿋이 서있는 가로수 같다. 맥주캔 바로 옆에 놓인 담배는 방황하는 청춘 같다. 통유리창 아래 열린 작은 창문 아래에 있는 스킨답서스 잎사귀는 비를 막아주는 정자 같다. 어렸을 때 네 개의 기둥이 있는 정자에서 매미놀이를 했던게 참 재미있었는데 말이죠. 요즘은 뭐가 재미있게요.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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