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가 아니라 미래로 고개를 돌리며
과거의 찬란함은 값지지만
고개를 들고 햇살이 반짝이고 있는 곳을 향해 시선을 옮긴다.
매년 a의 생일이 되면 빠짐없이 생일축하한다고 문자를 보내었지만
그가 내 생일을 축하해 준 적은 5년 전 단 한 번을 제외하고는 없다.
반면 b는 나를 잊지 않았다.
작년 여름, 모임에서 보고 인스타를 교환한 이후 계속 dm을 했고,
그가 여자친구가 생기면서 약속 파투가 났지만
결국 헤어지고 1년 조금 안되어 이번 여름에 또 연락이 왔다.
서로를 알아갈 기회, 서로에게 흥미가 있다는 부분에서의 동의.
호기심이 있고, 서로의 인스타를 그것이 자신의 진짜 모습이든, 바라는 모습이든, 연출된 모습이든.
어쨌든 편집된 공간에서의 서로를 알 뿐이지만
이 축축했던 여름을
빛나게 해 줄
먼 곳에서 보면 분명 반짝일 그런 순간이 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
*
oooo라는 모임 안에서 하는 친목모임을 갔다 왔는데 새벽 3시까지 놀고, 내가 사는 경기도 자취방으로 카풀을 해서 택시를 타고 왔다. 거기 있는 사람들과 대규모로 인스타교환을 하고, 영상 부업으로 찍고 단편영화 작업하는 분한테 적극 어필을 해서(대학교 때 이렇게 못살고 눈치만 봤던 거에서 확실하게 깨달았다.) 작가 해보고 싶다고 해서 지금 그 인력풀에 들어가 있다(오픈채팅). 그리고 그 모임 안에서 하는 영화동아리도 오늘 가입했다.
혼자서 과거를 회상하는 소설을 쓰기보다는
이제 밖을 향해 손을 내밀고 햇살이 눈부시게 들어오는 그런 소설을 쓰고 싶다.
*
마음이 따뜻해지는 에세이, 또는 소설.
그런 걸 쓰고 싶다.
마음이 아픈 것이 아니라, 삶의 희망을 보게 되는 그런 영화.
따뜻한 퀴어 영화나 스즈메의 문단속, 이런 것도 보고 싶다.
오늘 한강 작가의 희랍어 시간을 한 장 읽었는데
따스한 책일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 미뤄왔던 바닥 머리카락 정리, 속옷 빨래, 싱크대 찌든 때 정리, 화장실 락스칠을 다 하고 나니 산뜻하다. 이번 여름 처음으로 제모도 하고, 딥클렌징, 각질제거젤, 냉장고에서 꺼내 히알루론산 팩을 했다.
앞으로 할 건
속눈썹펌
패디큐어
브라질리언왁싱
해외여행.
이번 여름은 그리움이 아니라 설렘과 온기로 물들면 좋겠다.
온 여름 내내 그려진 한 폭의 수채화가 마음 안에 오래도록 스며들면 좋겠다.
니키리와 임지은이 나이차를 뛰어넘어 친구가 된 것처럼
니키리와 유태오가 나이차를 뛰어넘은 것처럼
홍상수와 김민희... 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나이차는 편견에 불과하다
나이가 맞아도 내가 감동받은 소설의 등장인물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거나
나를 하루 만에 판단하고 무례하게 대하는 사람도 있었기에.
연애고 뭐고 영혼을 공유할 친구를 찾는 것 자체가
그런 기회가 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