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자들의 도시 뉴욕을 그리다
출간하자마자 베스트셀러 빨간딱지가 붙었다. 꿈인지 생시인지 믿어지지 않지만 현실이다. 책 쓰느라 5년 정도 고군분투했기에 더욱 그렇다.
2017년 초봄, 브런치에서 출판 프로젝트를 발견했다. 마감일이 20일 남은 때였다. 더구나 마감일 즈음에 해외여행도 계획되어 있어서 17일 안에 글 15개를 써서 브런치북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보는 순간 심장이 뛰고 손이 떨렸다. 책 쓰기에 도전하려고 컨셉만 정해놓고 시작도 못하고 있는 상태였는데 출간할 기회를 잡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날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아 목차를 써보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뉴욕의 명소와 인물을 결합해 여행을 인문학적으로 풀어내는... 분야가 모두 다른 인물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하는데, 이것 저것 준비해놓은 자료로 아침 9시부터 새벽 3시까지 썼다. 일어서면 어질어질하고 급기야는 발과 다리가 따끔거리며 저렸다. 그래도 17일 안에 15 꼭지를 써야 했기에 쉬지 않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렸다.
사람이 급하면 초인적인 힘이 발휘된다고 하더니 잠도 오지 않았고 배도 고프지 않았다. 마감을 2일 앞두고 여행 가기 전날 15개의 글을 완성해 프로젝트에 지원하고 여행을 떠났다.
복권을 사면 부자가 되는 상상을 하듯이 지원하자마자 프로젝트에 선정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행하는 내내 마음이 붕 떠있었다. 특히 뉴욕 명소와 인물을 연결해서 책을 쓰는 중이라고 하니 주변에서 컨셉이 너무 좋다고들 말해주고... 이전에 그런 책이 없기에 더 기대를 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 자신이 너무 어이가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작가가 되는 순간부터 주변에 베테랑 작가들이 많고 출간을 자주 하길래 책 내기가 쉬운 줄 알았다. 괜찮은 컨셉만 정하면 출판사에서 '그래 계약하자'라고 할 줄 알았다. 브런치에서도 선정해 줄거라 은근히 기대했었다.
여행 다녀와서 죽도록 아팠다. 17일 동안 밤낮없이 글을 쓰며 무리한 게 여행 후에 몸살감기로 나타났다.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의 결과는 당연히 주르륵 미끄러졌다.
공모전에 글을 내서 떨어지고 나면 기대를 했든, 기대를 안 했든 후유증이 크다. 자신감이 500m 지하로 뚝 떨어져서 추스르고 다시 글을 쓰려면 마음에 많은 영양제를 투여해야 한다.
시작이 반이라고... 15개의 글을 써서 브런치북을 만들어 놓은 덕분에 공부하며 계속 글을 고치고, 책 한 권 분량이 되도록 글을 추가해나갔다. 2018년에 다시 출판 프로젝트에 지원했다. 이제 마음이 좀 단단해져서 별 기대는 하지 않고 글이 좀 다듬어지고 글의 개수가 많아진 점에 만족을 했다.
발표를 하고 선정에 떨어지니 단단해졌다고 생각했던 마음은 어느새 흐믈흐믈해지고 자신감은 1000m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글을 다시 쓰기 위해 마음에 강력한 영양제가 필요했다. 다시 벌떡 일어서기 위해 뉴욕 여행을 계획했다. 보충 취재도 필요했고 남편도 퇴직을 해서 과감히 떠났다. 뉴욕은 2년 여 동안 뉴욕 글을 쓰며 공부하고 마음속으로 수도 없이 누빈 곳이라라서 그런지 어릴 적 살았던 고향처럼 익숙하고 정겹고 좋았다. 전에 가보지 못한 곳도 가고, 글 속의 인물들을 만나 인터뷰도 했다.
글을 다듬고 다듬어 브런치 프로젝트를 기다릴 수 없어서 출판사에 투고해보았다. 큰 출판사부터 작은 출판사까지... 긴 피드백을 보내준 곳도 있고, 출판하기 어렵다는 곳도 있고 아무 답도 없는 곳도 있었다. 아무튼 내 책을 출간해주겠다는 곳은 없었다. 주변에서는 자비로 빨리 출판을 하라고 조언해주었지만 뉴욕에 몇 번씩 다녀오고, 고생해서 쓴 글이라 자비출판은 내키지 않았다. 몇 년 전만 해도 자비 출판하면 인정도 안 해주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요즘은 독립출판도 있고, POD 출판도 있어서 많이 달라진 상황이지만...
글을 고치고 고치다 보니 글이 이상해져 갔다. 기름기는 쏙 빠지고 푸석푸석 건조했다. 그러는 와중에 코로나가 전 세계를 덮치고 해외여행은 말도 못 꺼내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니 해외여행책이 웬 말인가???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집콕하는 동안 책을 읽다가 뉴욕 사진들을 그려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 드로잉에 관심이 있어서 배운 것을 토대로 줄 긋기부터 시작해 손도 그리고 인체도 그리며 굳은 손을 풀었다. 구겐하임 미술관부터 그리기 시작해서 SNS에 내놓으니 반응이 괜찮았다. 2020년 여름과 가을에 미친 듯이 뉴욕을 그렸다. 글은 처음에 썼던 글을 다시 소환해 건조한 글 사이에 말랑 말랑한 기름기를 집어넣었다.
2021년, 드디어 반기획(1쇄는 자비, 2쇄부터는 출판사가 해주는...)으로 한 출판사와 계약을 했다. 더 시간을 끌다가는 글들이 컴퓨터 속에 깊숙이 사장되고 나는 폐인이 될 것 같았다.
계약 후 출간을 기다리는 중에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 출판 프로젝트를 알게 되었고 혼자 기획하고 보완에 보완을 거쳐 승인받고 펀딩에 성공했다.
'꿈꾸는 자들의 도시, 뉴욕을 그리다'가 출간 일자는 2월 25일이지만 2월 16일쯤에 온, 오프 라인 서점에 등장했다. 출간되자 마자 네이버에 베스트셀러가 빨간딱지가 붙어 아직도 살아있다.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 덕분에 책 쓰기를 시작했다. 3번 도전했지만 떨어져서 깨끗이 포기하고 출판사를 통해 출간했다. 도전을 할 때 가장 힘든 순간이 자신감이 떨어질 때이다.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이루어진다는 말을 되새기면 5년을 견디고 드디어 출간을 했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가 되고... 가게는 열면 팔린다더니... 출간을 하고 나니 꿈도 이뤄졌고, 베스트셀러 딱지도 붙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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