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고등학교 수업이 어떻게 아이들의 생각을 자라게 하는지 설명해주는 비디오를 소개합니다. '프랑스 교육에서 배운다' 5개 시리즈 중에서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하고 싶은 비디오가 바로 '생각을 배우는 수업'입니다. '생각을 배우는 수업'에 이어서 프랑스 대학 입시인 바칼로레아 관련 비디오 2개와 예체능 교육에 관한 비디오도 참고로 링크를 걸었습니다. 입시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알고 싶으신 분들이나 음악과 체육 교육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시청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많은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장문의 글로 서술할 줄 알고, 그것을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훈련을 프랑스의 아이들은 아주 어려서부터 받지요.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프랑스의 아이들은 주제를 스스로 정해서 발표 준비를 하고 프리젠테이션을 하도록 교육받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아이들의 참여가 매우 자율적이라는 점입니다. 아이들 스스로 주제를 정하고, 방식에 어떠한 제약도 없이 스스로 발표 준비를 해서, 자신이 원할 때면 언제든지 반 친구들 앞에 나가서 프리젠테이션을 하지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이런 강도 높은 활동을 매우 어린 나이부터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일까요?
빠르면 초등학교 2학년부터 아이들은 프리젠테이션 형태의 발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방식을 가르치거나 규칙을 정해주지도, 주제에 제약을 주지도 않지요. 평가를 하거나, 잘한 점, 또는 개선해야 할 점 등의 코멘트로 일절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관심 있어하고, 좋아해서, 미리 준비하며 쓴 것을 읽지 않아도 말이 술술 나올 수 있는 것 중에서 무엇이든 주제 삼아 이야기하도록 격려 하지요.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인형을 가지고 와서 소개하기도 하고, 요즘 배우는 악기를 들고 와서 어설프지만 작은 콘서트를 열기도 하지요. 최근에 읽은 책을 소개하며 내용을 요약해 주는 아이들도 있어요. 한 달 두 달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은 스스로 발표하는 법을 터득합니다. 직접 보여줄 수 없는 것들을 프린트해서 나눠주기도 하고, 몇몇 아이들이 함께 모여서 한 주제를 정해서 발표를 하거나, 서로의 역할을 정해서 직접 짜고 연습한 연극을 보여주기도 하지요. 프랑스의 아이들은 다양한 악기를 배우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각자의 악기를 가지고 몇 날 며칠 합주 연습을 해도 들려주기도 해요.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의 발표는 이렇게 발표와 장기자랑 중간 어디쯤을 닮아 있지요. 선생님은 자리를 마련해 줄 뿐, 이 모든 것들이 아이들이 자율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라니 놀랍네요.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아이들의 발표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프리젠테이션의 모습을 조금 더 띈답니다. 선생님의 주문이 하나 둘 생기지만, 여전히 아이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도록 매우 자유롭게 놓아두는 편이지요. 역시 어떠한 평가나 코멘트도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주제를 정해서 선생님께 발표 예약을 하면 선생님은 아이가 편안하게 발표할 수 있도록 시간을 마련해 줍니다. 평가와 경쟁에서 자유로운 아이들은 발표라는 것을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한 해에 여러 번 하는 아이들도 있고, 한 번도 하지 않는 아이들도 있지만, 각각 아이들마다 다른 그들만의 템포와 성향을 선생님들은 기다려주고 인정해 줍니다.
비디오에서 수학 수업에 대한 예가 나오네요. 고등학교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풀이 과정을 말로 서술해야 한다고 말이지요. 서술을 하다 보면 노트 한 페이지를 가득 써 내려간 풀이 과정 중에는, 숫자보다 글씨가 더 많기도 하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교육에서도 마찬가지랍니다. 정답을 맞혀도 과정이 제대로 설명되어 있지 않으면 제대로 문제를 풀었다고 인정해 주지 않지요.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한 사고 과정을 매우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덧셈 하나를 배우는데도 다양한 방식을 사용하도록 하지요.
프랑스의 아이들은 초등학생이 되면서부터 많은 시를 외웁니다. 저도 한국에서 초등 시절에 시를 많이 외웠던 것 같은데, 요즘 아이들도 그런가요? 시를 외워 오면 모두가 합창하듯이 큰 소리로 동시에 시를 낭독했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프랑스 아이들도 시를 배우면서 새로운 어휘를 늘리고, 문장력을 키우지요. 그리고 그 시를 반 아이들 앞에서 한 명씩 낭독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빠짐없이 발표하도록 하지요. 한 반에 이십여 명 하는 아이들의 발표 모습이 모두 제각각일 것이라는 상상이 드네요. 반 아이들 모두가 같은 시를 발표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이들은 제각각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배울까요?이런 시간을 반복하면서 시 이외의 소중한 것들도 많이 배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선생님은 목소리가 작은 아이는 목소리를 키우도록 지도하고, 쏜살같이 빠르게 외워버리고 마는 아이에게는 감정을 실어 단어 하나하나 곱씹어 낭송하는 법을 가르치지요. 발음이 흐린 아이들은 또박또박 발음하는 연습을 할 테고요. 반 아이들은 이 모든 과정을 인내심을 가지고 관찰하겠지요.
프랑스의 방학은 한국과 매우 다릅니다. 9월에 1학기 개학을 하면 6주 수업, 2주 방학, 6주 수업, 2주 방학, 이렇게 반복되다가, 5, 6월 동안 8주 즉 2달간의 수업을 받습니다. 그리고 7, 8월에는 두 달간의 긴 여름방학을 맞이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비디오 속 강연자는 매우 긍정적인 견해를 나열하는데 저 또한 매우 공감하는 바입니다. 강연자 이지현 씨는 고등학교 시절에 6주간 수업을 하고 2주 동안 방학을 맞이 했을 때, 학기 중에 따라잡지 못한 부분이나 밀린 공부를 2주 방학 동안 해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고 말씀하네요. 덕분에 다음 6주 동안 차질 없이 수업에 따라갈 수 있었다고요. 언어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는 유학생의 입장에서 이러한 시스템이 분명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 같아요.
학교 생활이 한 달쯤 지나가면서 초등학교 아이들의 피곤이 조금씩 누적되는 걸 보면서 프랑스의 부모들은 곧 2주간의 방학이 다가오고 있음을 감지 하지요. 특히 1학년에 갓 입학한 아이들에게 6주는 꽤 긴 시간이지요. 2주 방학이 되면 아이들은 바캉스를 떠나거나 조부모님 댁을 방문하는 등, 쉬면서 재충전할 기회를 갖습니다. 학업과 휴식의 균형을 아이들의 생체 리듬에 잘 맞춘 매우 훌륭한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방학이 자주 오기 때문에, 방학마다 바캉스를 떠날 수 있는 사정이 아니거나, 부모가 맞벌이를 하는 경우에 놓인 아이들은 어떻게 하냐고요? 프랑스는 부모가 얼마든지 맞벌이를 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마련한 여러 장치가 구축되어 있답니다. 아이들이 갈 수 있는 기관이 도처에 다양하게 있기 때문에 전혀 문제 될 거리가 아니지요. 기관에서 아이들은 배움을 이어나가기도 하고, 학기 중에 못하는 다양한 활동을 해보기도 하고, 학업을 잊고 실컷 노는 시간을 갖기도 하지요. 또 중요한 사실은 프랑스의 부모들은 공공 교육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학기 중이건, 방학 동안이건, 아이들이 공공 교육 기관으로부터 받는 교육과 시스템에 대해서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프랑스 교육에서 알 수 있는 몇 가지 특징을 초등학교 교육 환경을 중점으로 해서 나열해 보았습니다. 다음의 '프랑스 교육에서 배운다. - 2강. 생각을 배우는 수업' 영상을 보시면 고등학교 수업에 관하여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