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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에 집착하지 말기

by 덕후 미우

비록 오랜 시간 동안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다고 해도 블로그로 많은 돈을 벌지 못하다 보니 나는 사람들이 말하는 블로그로 큰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의 무료 강의를 들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방식은 모두 한결 같이 똑같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질문하는 것도 똑같았다. 대표적으로 많은 사람일 하는 질문은 "한 가지 주제로만 글을 써야 하나요? 잡블로그는 안 되나요?"라는 질문이다.

처음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할 때 오직 나는 한 가지 주제로만 글을 적겠다고 마음을 먹어도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블로그를 나의 개인 브랜드로 만들어서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활용하거나 혹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한 목표가 있다면 한 가지 주제를 고집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대체로 일반적으로 블로그에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해 블로그를 취미 활동의 영역으로 넣어두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주제로만 글을 쓸 필요가 없다.

앞에서 나는 블로그는 우리의 일기장 같은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우리가 일기장에 적을 때 꼭 하나의 주제와 관련된 일만 적는 건 아니다.

어느 날에는 맛있게 먹은 음식에 대해서, 어느 날에는 맛있게 마신 음료수에 대해서, 어느 날에는 길에서 우연히 본 우스꽝스러운 사건에 대해서, 어느 날에는 내가 구매한 복권에 대해서, 어느 날에는 내가 만난 사람에 대해서, 어느 날에는 내가 찍은 사진 한 장에 대해서.

그런 일들을 일기장에 적는 것처럼 블로그에 적으면 된다. 나처럼 휴일에도 바깥에 나가지 않는 사람들은 새로운 만남이 거의 없다 보니 소위 말하는 썰을 풀 수 있는 사건을 겪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럴 때는 평소 내가 즐겨보는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적거나 혹은 내가 듣는 음악을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 왜 내가 이 책을 읽고 있는지를 블로그에 글로 쓰면 된다. 소위 말하는 블로그 지수라는 것은 한 가지 주제로 적었을 때 높아지는 게 아니라 내가 쓴 좋은 글을 꾸준히 업로드했을 때 올라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C랭크라고 말하는 전문 지수는 한 가지 주제를 했을 때 유리하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나는 지금까지 모든 블로그에서 책부터 시작해서 맛집, 방송, 정치 및 시사, IT 제품, 서브 컬처 등 다양한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지금은 2~3개의 블로그에 주제를 일부 나누었다고 해도 당일 해당 주제로 글을 쓸 여력이 없을 때는 눈에 보이는 것이나 생각나는 것을 소재로 글을 쓸 때가 많았다.

만약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운영할 경우 '블로그 씨'의 질문을 받아서 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1일 1회 있다. 오늘 내가 블로그에 쓰고 싶은 이야기가 없을 때는 특정 주제에 집착하지 말고 블로그 씨 질문에 답하는 글을 사진 1~3장을 첨부한 이후 짧게 글을 써도 된다. 운이 좋으면 네이버에서 내가 쓴 글을 선택해서 네이버 블로그 카테고리 첫 화면에 띄워주기도 한다.

여기에는 사진이 꼭 10장 이상 글이 1,200자 이상 적은 글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살면서 한 가지 일만 하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 것 같아도 조금씩 변화하는 일상 속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음식을 먹고, 책을 읽고, 방송을 보고, 운동을 한다. 그 모든 과정에서 우리가 만나는 것이 글의 소재이자 주제다. 잡블로거를 하면 안 된다는 규칙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블로그를 취미활동으로 시작하고 블로그에 점점 더 글을 쓰는 재미를 붙이려고 한다면 일단 아무거나 한번 써보자.

오늘 출근길에 있었던 작은 해프닝이나 내가 본 풍경을 사진 한 장을 찍어서 글을 덧붙여도 아주 좋은 글이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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