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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지 말기

by 덕후 미우

나 혼자 몰래 읽는 일기장에 글을 쓰는 게 아니라 블로그와 누구나 볼 수 있는 SNS에 글을 꾸준히 쓰다 보면 댓글이 달리기 시작한다. 처음에 달리는 댓글들은 정말 내 글에 관심이 있어서 누군가 직접 손으로 적은 댓글이 아니라 요즘 유행하는 AI 봇이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적는 댓글이다.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내 글에 그런 AI 봇이 적은 댓글이라도 달리면 내심 미소가 지어진다. 내가 블로그에 적은 글에 댓글이 달렸다는 것은 내 글이 노출이 점차 되기 시작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만약 블로그 운영을 잘하기 시작하면서 소위 말하는 블로그 지수가 높아지고, 방문자 수가 1~2천 명을 넘기 시작한다면 AI 봇이 열심히 돌아다니는 평범한 댓글만 아니라 수상한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한다. 블로그 임대부터 시작해서 1~2만 원 원고료를 줄 테니 우리가 주는 글을 이미지와 함께 그냥 올려주기만 하면 된다고 말하는 알바를 제안하는 댓글이다. 이런 댓글에 혹해서 고작 1~2만 원의 원고료를 받고 남이 주는 글과 사진을 그대로 올리기 시작하면 블로그는 그때부터 나락이다.

그러니 그런 댓글은 절대 반응도 하지 말고 호기심을 가지도 말고 욕심도 부리지 말자. 비공개로 달린 댓글이라고 해도 그런 댓글은 스팸 차단을 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다. 아무리 댓글 하나 없는 포스팅이라고 해도 스팸 댓글이 달리는 것보다 낫다. 이런 댓글이 위험한 이유는 나만 아니라 다른 사람마저 잘 키운 블로그를 나락으로 보낼 수 있다는 점이다.

블로그에 글을 쓰다 보면 그렇게 AI 봇이 단 것으로 보이는 댓글부터 시작해서 스팸 댓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 블로그가 어느 정도 주목을 받게 된다면 내 사적인 이야기와 견해에 시비를 거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한다. 소위 말하는 악성 댓글이다. 이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지나가다 무심코 한두 개씩 던지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반응을 하지 않는 게 좋다.

만약 특정 악성 댓글에 감정이 울컥해서 반박 댓글이나 "너나 잘하세요." 같은 댓글을 남기는 순간 내 감정은 생각지 못한 싸움에 피폐해지게 된다. 나는 과거 블로그에 정치적 견해를 나타낸 글을 꾸준히 쓴 적이 있다 보니 그런 댓글이 많이 달렸다. 되도록 싸움을 하지 않고자 했지만 어쩌다 보니 댓글에 반박 댓글을 달면서 심리적으로 참 힘든 시절을 겪은 적이 있다. 이런 댓글에 반응하지 않는 게 가장 최선이지만 사람이라는 게 마음이 힘들 때 무심코 그런 댓글을 보면 한바탕 감정을 쏟아내고 싶어질 때가 있다.

나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악성 댓글에 반응하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웠으면서도 유튜브에서 똑같은 실수를 한 적이 있다. 유튜브는 블로그보다 훨~씬 더 그런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한번 잘못 반응해 버리면 질릴 때가 된 것 같아도 계속 그런 댓글을 단다. 스팸 차단과 사용자 가리기 기능을 이용해도 아이디를 바꿔서 찾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이때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 머리가 빠지기도 했고 마음도 크게 상처를 받았다.

악성 댓글에 적힌 날 선 말이 상처가 된 것이 아니라 그 말에 일일이 대응하다 나 스스로 내 마음에 상처를 준 것이다. 세상에는 뭘 해도 싫어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너무 악성 댓글에 얽매이지 말자. 악성 댓글이 달렸다면 조용히 삭제를 하고 차단을 하면 된다. 그들은 그저 자신의 쓰레기 같은 감정을 받아줄 쓰레기통을 찾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그런 쓰레기통이 될 필요는 없다.

그들과 댓글로 싸움을 하기 시작하는 순간 상처를 받는 건 나 자신이다. 그러니 내가 글을 쓸 시간을 낭비해서 일부러 상처를 받을 필요가 없다. 상처받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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