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썸이야?
우리의 다음 만남은 한달이나 뒤에 성사됐다.
한달동안 모든 연락은 크게 다르진 않았다. 매일 아침이나 저녁에 몰아서, 조금 길게 오는 연락. 그리고 자기 전 30분(우리는 늘 11시에 잠들었다.) 어색하지만, 이전보다는 친밀한 대화를 나누다 잠들었다. 가끔은 통화가 너무 즐거워 자는 시간을 놓치는 바람에 허둥지둥 이불 속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눈물이 맺힐만큼 웃었다, 뭐가 그렇게 재미 있었는지. 가끔은 조금 오그라드는 소중한 메세지를 보내기도 했다.(지금 봐도 마음이 녹는다 귀여워.)
한달만에 만난 우리는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흐흐흐 어색하게 혹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터덜터덜 다가가서 자연스럽게 손을 마주 잡았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얼굴이 크게 달라지지 않아 느낀 안정감이나, 가까워진 사이가 멀어지지 않았기에 든 안심. 햇빛은 따스하고 바람은 선선한 봄의 한가운데를 걸었다.
호텔 1층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사실 식사의 맛은 별로 생각 나지 않았고, 한달을 보지 못했던 우리는 모든 시간이 아쉬워 자꾸 킥킥 웃으며 서로의 얼굴 사진을 엄청나게 찍었다. 서로 왜 찍냐고 웃으며 엄청나게 찍었다. 백장은 찍었던 것 같다. 틈만 나면 같이 얼굴을 붙이고 사진을 찍었다.
동네의 작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때 역시 서로의 얼굴을 한참을 쳐다보기도 하고, 한참을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찍기도 했다.
"사진 아냐 동영상이야."
"왜?"
"보고싶을 때 돌려 볼려고!"
무슨 벌써 사귀는 장거리 커플마냥. 낯간지러운 말을 참 아무렇지 않게 했다. 정작 별 것 아닌 말은 덜덜 떨면서 못하면서. 손을 잡고 한참을 걸었다. 동네를 두바퀴고 세바퀴고 걸었고, 작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나는 커피를 참 많이 마시고 좋아하는데, 너는 써서 잘 못 먹는다는 걸 처음 알았다. 우유를 넣은 라떼는 부드러워서 잘 마실 수 있다며 라떼를 골랐다. 원두가 맛있는 집으로 데려간 거 였는데, 앞으로 네가 좋아하는 것과 못하는 것들을 잘 알아봐야겠다 생각했다. 너를 많이 좋아하게 된 마음에 비해 너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너와 정식적으로 사귀기 위해선 일단 그걸 먼저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너는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해? 좋아하는 음식 싫어하는 음식 알려줘."
우리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밥 해먹기 전 장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물어봤다. 너는 고기를 좋아했고, 오므라이스, 야끼소바를 좋아했다. 쓴 맛이 나는 것, 너무 단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나중에 안 거지만 날생선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생선은 구워먹는 걸 좋아한다.(이 말을 일주일에 한 번 초밥 먹으러 다닐 때 했다. 그걸 왜 이제야 말해?) 그 날 우리는 오므라이스 스테이크를 먹었다. 너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혼자 먹을 땐 이렇게 맛있는 걸 먹을 수가 없다며 집에 가기 싫다고 침대에 한참을 밍기적 거렸다.
또 오면 또 해 줄건데 바보.
"또 와. 아니면 내가 너희 집에 가도 되고."
"아, 우리집 당분간은 안돼."
"왜? 혼자 산다며."
"주변에 개발한다고 공사해서 위험해. 그리고 엄청 시끄러워."
"아 산속에 공사면 위험하지. 끝나면 놀러갈게! 그동안은 힘들어도 네가 와."
"너 보러 오는데 뭐가 힘들어."
진짜 별 것 아닌 말에도 왜그렇게 설레던지. 난 네 말을 곧이 곧대로 믿고 너를 만나는 내내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너랑 있음 무슨 일이든 헤쳐갈 수 있다고 믿었다.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