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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채작가〈엄마가 보고싶은 날엔 코티분 뚜껑을 열었다>

✧ 미야의 글빵 – 오늘의 브런치 vol.2 제16화

by 미야

✧ 미야의 글빵 – 오늘의 브런치 vol.2 제16화

운채 작가님
〈엄마가 보고싶은 날엔 코티분 뚜껑을 열었다〉


✧ 프롤로그

브런치에는 그냥 스쳐가기엔 아까운 글들이 참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오늘 소개할 이 수필은,
한 향기에서 시작해 삶과 죽음, 기억과 사랑이라는 깊은 주제를 담백하게 풀어낸 정통 수필의 정수를 조용히 보여주는 글입니다.


✧ 원문 소개

이 수필은 병상에 누운 엄마의 시큼한 향기 하나로부터 시작됩니다.

작가는 병원에서 엄마를 간병하던 시절의 고통과 다정함을 담담하게 풀어내며,“다음 생에는 네 딸로 태어날게”라는 엄마의 말로 절정의 감정선을 이끕니다.


과거 엄마가 병원에 입원해 계실때 작가는 엄마를 다시 집으로 데려가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엄마가 기억을 잃고 작가를 낯선 얼굴 보는 듯 하며 묻던 말, “새댁은 누구세요?”라는 장면. 삶의 끝자락에서 마주한 애달픔과 놓을 수 없는 정을 압축해 줍니다.


엄마는 돌아가시고 세월이 흘러 어느 날, 백화점 어느 매장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스친 냄새 하나가 작가를 엄마에게 데려다 줍니다. 익숙한 향기를 맡은 딸은 멈춰서고 그 냄새는 코티분 향, 분명히 엄마라고 느꼈습니다. 그 향은 단지 코티분이 아니라, 엄마의 체취이자 생애이며 사랑의 잔향이었습니다.


그 향은 시간을 뛰어넘어 기억을 문을 만들어 줍니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 냄새로 맡은 코티분이라는 오래된 화장품은 이제 더 이상 화장품이 아닌, 엄마가 살아온 생의 궤적, 부재 속에서도 계속 피어나는 체취의 은유로 기능합니다


엄마의 화장대 위에서 맡았던 바로 그 향.

그 향 속에서 엄마의 생애가 되살아나고,

아이의 운동장, 교복, 학부모 날,

그리고 엄마의 손길과 웃음이 피어납니다.


이 수필은 감각적 회상의 구조로 전개되며,
후각이라는 도구를 통해 정서적 파장을 확장시킵니다.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냄새라는 ‘감각’이 시간의 층위를 열어주는 기억의 통로로 기능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미야 제 개인적으로는 이 수필의 도입자체를 코티분 냄새를 맡으며 시작하는 구조도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만 이 수필 자체로도 깊이가 있기에 여러분께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운채 작가님이 이 글을 향후 한 번 더 퇴고하게 되실 경우 구조를 살짝 바꾸어 보는것도 재밌을 거라 생각합니다


✧ 오늘의 문장
“다음 생에는 내가 꼭 네 딸로 태어날게!!!”

이 문장은 사랑의 완성형입니다.
육신은 떠났지만, 사랑은 새로운 관계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강렬한 윤회적 약속이 담겨 있습니다.

✧ 미야의 감성 큐레이션 발췌
1. “ 매일 반복되는 병원 생활. 나는 오로지 엄마가 집으로 돌아가길 소원했다


2. "침대에 누워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엄마의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나. 붉어진 눈가로 안쓰럽게 나를 바라보는 엄마의 눈길이 전해져 나는 고개를 돌렸다.”

3. “엄마는 뇌출혈이었다. 뇌에서도 운동을 관장하는 소뇌 쪽에 출혈이 있었다고 했다.”

4. “수술 전 간호사가 어머니의 머리카락을 밀었고 나는 크게 소리내 울었다. 간호사가 왜 나가있으라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5. "나 꿈에 우리 할머니 만났어! 그런데 할머니가 함께 가자고 해서 내가 우리 딸한테 물어보고 온다고 했어!" 얼마 후 엄마는 그렇게 증조할머니를 따라갔다.


6."엄마가 돌아가신 후 밀려드는 상실감은 삶의 공허로 연결되어 어둠 속으로 나를 계속 유혹했다.

삶의 의미를 찾아야 했다."


7. "엄마의 '코티 분' 냄새. 그리운 엄마의 향기였다. 물밀 듯 밀려오는 그리움은 내가 어떻게 해볼 새도 없이 내 눈가를 축축이 적셨다."


8. “문득,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기억은 파나 양파 같은 양념 냄새가 아니라 코티분 향기에 담겨 있다.”


✧ 미야의 메모

이 수필은 향기의 시작에서 기억의 끝으로 흘러갑니다. 말이 아니라 체취, 풍경이 아니라 감각, 그리움조차 절제한 문장으로 엄마라는 존재를 향 속에 봉인해 놓은 글입니다. 글은 삶의 마지막 장면조차 ‘향기’로 미덕을 보여주어 제가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스타일의 글이 되었습니다


아프지만 따뜻하고, 조용한데도 강한 감정이 한 겹씩 쌓입니다. 무엇보다 ‘내가 딸로 태어날게’라는 말에 담긴 약속은 사랑의 가장 깊고 조용한 형식이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내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도

그 ‘코티분’ 하나쯤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수필로서의 미야 개인적인 평가
주제의식 ★★★★★
후각이라는 가장 본능적 감각을 통해 사랑과 생애를 풀어낸 점에서 우수합니다
문장력 ★★★★☆
감정의 흐름은 정직하며, 다소 설명적인 구간도 있으나 진심이 깊습니다
형식적 구성력 ★★★★☆
회상형 구조로 후반의 냄새 묘사까지 이어지는 곡선 서사 구조가 안정적입니다
정서의 밀도 ★★★★★
‘딸’과 ‘엄마’의 감정이 뒤섞이면서도 절절하고 차분하게 다가오는 여운
작품성 종합 ★★★★☆
정통 수필의 감성과 현실의 고통이 잘 엮인, 감각기억형 중수필 이라고 생각합니다

✧ 미야의 메모
후각은 가장 오래 남는 감각입니다.
그 냄새는 사랑의 증거이자, 이 세상에 누군가가 ‘살았었다’는 증표입니다.
이 수필은 향기로서 존재를 회고하는 문학적 방식을 보여줍니다.

‘엄마’라는 존재는 결국, 어느 날 문득 코끝을 치고 오는 향기처럼 돌아가신 후에도 살아 있는 자식들에게 잠시 다녀가는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 작가님께 드린 미야의 댓글
작가님,
이 글에는 ‘눈물’보다 더 오래가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눈물이 말라버린 뒤에도 남아, 어느 날 갑자기 기억을 데우는 향기 같은 문장이요.
어머니의 향기에 감정과 관계, 생애가 담겨 삶의 정서적 총화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수필은 사랑의 냄새로 오래도록 기억될 거예요.

✧ 이 글은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를 ‘감각의 기억’으로 품고 있는 독자

어머니를 회고하며 후각적 추억을 되새겨본 적 있는 분

'존재가 남긴 감각’에 대해 사유해보고 싶은 수필 애호가

돌아가신 부모님의 기억을 일상 속에서 계속 간직하고 싶은 분

감각 중심의 정통 수필 구조와 절제된 서정을 배우고 싶은 예비 작가


✧ 에필로그 – 《글을 굽는 마음으로》
오늘의 글빵은 향기를 닮은 이야기로 조심스럽게 구워보았습니다.


이 수필이 좋았다면, 작가의 원문으로 가시기 전에 라이킷과 댓글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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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원문 찾아가기

♧이 글은 어써클럽의 7명의 작가들과 함께 ‘시간이 쌓일수록 다시 말을 수 없는 것들이란 주제’로 진행했던 옴니버스 스타일의 에세이집에 실린 글이라고 합니다



미야의 평을 듣고 퇴고한 버전 ♡퍼펙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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