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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은미 Apr 10. 2022

맨드라미를 찾아서

내 안의 창조성, 맨드라미

     점방에는 라면땅, 캐러멜, 사탕, 막대 하드 등 달콤하고 맛난 게 정말 많다. 

나는 라면땅이 먹고 싶다. 하지만 돈이 없다. 언니도, 오빠도 학교에 갔다. 

너무 심심하다. 엄마는 돈을 줄 줄을 모른다. 사줄 줄도 모른다.

     “이리와 나랑 놀자” 

     융단 같은 맨드라미가 손짓하며 나를 부른다. 

나는 놀 거리를 찾아 골목길을 지나가는 중이었다. 맨드라미를 들여다본다. 

꼬불꼬불, 보들보들, 복슬복슬. 덮으면 따뜻하겠다. 

드레스처럼 입으면 동화책에 나오는 공주님이 될 것 같다. 나는 맨드라미에 묻는다.

     “넌, 어디서 왔니? 재미없는 이곳이랑은 어울리지 않는걸.”

선명한 자줏빛은 주위의 무채색을 조금씩 물들인다. 내 몸도 조금씩 물들인다.

     맨드라미가 대답한다.

     “사실은 말이야...”

  멀뚱한 표정의 어른이 골목을 지나간다.

     “쉿!”

     나도 모르게 숨을 멈추고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댄다. 우리는 아무도 몰래 비밀을 공유한다.     



     울산시 중구 산전 347번지! 동네 앞 2차선 좁은 도로에는 차들이 드문드문 먼지를 날리며 지나간다. 도로 양쪽에는 1층짜리 비슷비슷한 낡은 한옥이 삐뚤빼뚤 무심하게 늘어서 있다. 집들 뒤에는 작은 산이 봉긋 솟아 있다. 여섯 살 내가 내년에 병영국민학교에 입학하면 지겹도록 오르내릴 산이다.     

     우리 집은 특이했다. 대로변 허름한 상점과 집들은 담벼락으로 자신의 울타리를 만든다. 그사이에 자연스럽게 생긴 좁은 골목길을 따라가면 초록으로 덥힌 넓은 오르막이 나타난다. 초록 언덕 군데군데에는 소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고 언덕 중간쯤에 구불구불한 황톳길이 얇은 가르마처럼 새겨져 있다. 오르막 정상에 올라서면 한눈에 담을 수 없이 긴 동천강이 펼쳐진다. 우리 집은 좁은 골목길과 오르막 사이에 덜컥 나타났다. 사람들은 우리 집 마당을 지나쳐 다녔다. 대문도 없이 덩그러니 자리 잡은 1층짜리 양옥집은 주인집도 방 한 칸, 그 옆 세 들어 사는 우리 집도 방 한 칸이었다. 참으로 소박한 집이다. 한마디로 우리 집 마당은 동천강 둑으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이었다. 열린 골목, 누구나 오가는 곳. 그 담벼락 좁은 길가에 서너 송이의 맨드라미가 철마다 피었다. 나는 그 맨드라미를 좋아했다.     


    유년 시절을 거치면서 어떤 감정인지 정확히 모른 채 때때로 불안감과 외로움을 느꼈는데 맨드라미는 예쁜 옷도, 긴 머리도 자신의 방도 가질 수 없는 여자아이를 판타지 세계로 데려다주었다. 지금도 나는 길을 가다 우연히 맨드라미를 보면 걸음이 멈추며 순식간에 좁은 골목에서 맨드라미를 보며 놀았던 6살 아이로 돌아간다.   

        

6살 나는 집 어귀에 핀 맨드라미에게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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