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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은미 Apr 14. 2022

나를 드러내는 글쓰기를 시작해보자!

무엇이든 꿰어야 보배다

      2019년 8월에 아이들과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하고 왔다. 너도, 나도 가는 제주도, 나도 한 번 가보자 싶어서 큰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1년 만에 <알밤 꿀밤이네 제주 한 달 살기> 책을 출간했다. 누가 책 내자고 하지도 않았는데 주섬주섬 알아보고 혼자서 표지, 편집까지 다 해서 자가 출판을 했다. 만화를 그릴 때도 나는 글을 잘 못 쓴다는 위축된 마음이 있었는데 어떻게 책을 낼 생각을 했을까. 어디에서 용기가 났을까.


     생각해보니 그 작은 씨앗은 책 리뷰를 위해 시작한 소소한 블로그였다. 책을 읽다 보니 책을 더 깊이 읽고 오래 기억하고 싶었는데 리뷰쓰기가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글쓰기를 하려면 강제시스템이 필요했다. 바로 타인의 눈이다. 블로그는 오픈된 공간이다. 비공개로 글을 쓰는 경우도 있지만 나를 드러내는 공간임이 분명하다. 


     오픈된 공간에 글을 쓰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했다. <나는 사슴이다> 작품을 할 때 사인회 요청이 왔는데 혼자 지방에 가서 낯선 사람을 상대할 자신이 없어서 거절했다. 친언니가 홈페이지를 멋지게 만들어줘서 독자들이 모여들어도 정작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글을 많이 쓰지 않았다. 날 드러내는 게 불편했다.


     때마침 <매일 아침 써 봤니?/김민식> 책이 동기부여가 되었다. 매일 아침 7년 동안 글을 한 편씩 쓰면서, 수동태에서 능동태의 삶을 살게 된 이야기였다. 어떻게 쓸까? 어쨌든 쓴다. 어떻게? 아침에 한 편씩. 아하! 그동안 글을 안 쓴 것은, 아니 못 쓴 것은 글 쓰는 시간을 만들지 않아서였구나. 뭐든지 꾸준히 반복해야 실력이 쌓이는 것이 진리임을 알면서 말이다. 책 읽기처럼 글쓰기도 루틴이 관건이다.  

   막상 블로그를 시작하니 은근히 재미가 붙었다. 리뷰하면서 책의 지식과 지혜를 내 그릇만큼 받아들이는 과정이 자연스레 일어났다. 그릇 크기가 조금씩 커지리란  바람을 가지고 열심히 글을 썼다. 애정이 생기자 블로그 공간을 나답게 꾸미고 싶어서  세상을 탐색하는 캐릭터를 만들기로 했다. 내가 되고 싶은 캐릭터를 구상했다. 읽고, 쓰고, 그리고 탐색하는 아이, 바 마플샵, 미야 굿즈샵인 미야아트박스(MIYAARTBOX)에 출시한 성장티콘 ‘파니걸’다. 나는 책을 읽었을 때는 책 읽는 파니, 글을 쓸 때는 글 쓰는 파니를 도장 찍듯, 인증하듯 글 마지막에 삽입해서 올렸다. 누가 안 봐도 좋았다. 내 색깔을 부여하고 글을 쓰니 재미가 났다. 글 양이 쌓이면서 자연스레 블로그 이웃이 늘기 시작했다.        


      독서모임에서 읽은 책들 중 오프라 윈프리의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제니스 캐플런의 <감사하면 달라지는 것들>등  많은 책에서 감사를 하면 삶의 행복도가 커진다고 했다. 돈 드는 게 아니니 해 보기로 했다. 나는 그날 눈에 들어온 것을 사진으로 찍고 명언이나 명문장을 써서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다. 책을 쓴 저자들 말처럼 신기하게도 감사를 시작하니 감사할 게 점점 늘어났다. 급히 지나갈 풍경도 잠시 멈춰 사진을 찍으며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렇게 블로그 글쓰기를 꾸준히 하다 보니 나를 드러내는 게 점점 편해졌다. 속 깊은 얘기도 전체 공개로 썼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내 글을 볼까 싶기도 하고, 어차피 글을 쓰고자 마음먹은 다음에야 보면 또 어쩔 것인가. 글을 쓴다는 것은 어차피 나를 드러내는 행위이다. 


      책 리뷰, 감사일기, 파니걸의 하루 등 소소하게 이어진 내 글쓰기는 제주도 한 달 살이를  계획하면서 여행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확장되었다. 나라고 여행 작가 되지 말란 법 있어? 여행 글 써서 책 내면 되지 뭐. 오케이! 제대로 글을 한 번 써보자! 목표를 세우고 제주도에 가니 평소 귀찮아하던 기록을 열심히 하게 되고 사진도 부지런히 찍어 매일매일 밴드에 올려 정리를 할 수 있었다. 메모와 기록이 없었다면 제주도에서 돌아와서 느낌만 남은 순간을 떠올려 글을 쓰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최선을 다했지만 부족함 많은 내 책을 들여다본다. 책 프로필에 ‘여행 작가’라고 적혀있다. 볼 때마다 낯간지럽고 부끄럽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이 책은 내 여행 작가로서 처녀작이 될 것임을. 벌써 계획도 세웠다. 알밤 꿀밤이네 유럽 한 달 살기. 알밤 꿀밤이네 치앙마이 한 달 살기. 시리즈 제목으로 괜찮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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