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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은미 Apr 21. 2022

일요일 오전 7시는 미라클북데이

     

    오늘도 나는 식구들이 깰까 봐 최대한 조용히 준비하고 현관문을 열고 나온다. 아침 공기를 들이마신다. 새벽 공기는 묘한 매력이 있다. 세상은 아직 잠에 취해 있다. 나는 낮게 가라앉은 기운을 헤치며 힘껏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목적지는 동네에 있는 스타벅스다. 일요일 거리를 달리다 보면 잠자고 있던 영감이 몽실몽실 떠오른다.

 

   새벽 기상의 고비는 주말이다. 주말이 되면 일주일 내내 쪼여진 정신력이 망아지 고삐처럼 풀린다. 일요일 하루 푹 자면서 충전을 하는 건 좋은데 문제는 그 달콤함을 맛보면 월요일 새벽기상이 흔들린다는 것이다. 2년 동안 새벽 기상의 고비는 항상 주말을 기점으로 찾아왔다. 그런데 일요일 일찍 일어나야 하는 이유가 생겼으니 바로 <미라클북데이> 독서 모임이다. 2019년 4월에 장하늘 님과 둘이서 시작한 모임이 2020년 7월 지나면서 16명이 되었다. 16개의 찬란한 색이 모여 무지개를 이루었다.     

 

    오전 7시에 독서 모임을 한다고 하면 주위에서 놀란 눈길로 쳐다본다. 나는 일도 해야 하고 아이들도 챙겨야 하고 가장 중요한 새벽 기상을 지키기 위해서 저녁 외출을 최대한 삼가고 있기에 장하늘님과 상의해서 새벽 7시로 정했다. 내심으로는 과연 이른 시간에 누가 올까? 반신반의하면서 회원모집 글을 올렸는데 참여하고자 하는 분들이 많은 것을 보며 여성들이 자기 성장에 목말라하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원하고 있음을 느꼈다. 사실 새벽 7시는 정말 할 사람만 와라! 대충 발만 걸치려는 사람은 거르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열정적이고 보물 같은 사람들이 착착 붙고 참석률도 높다. 그러고 보면 오히려 새벽 7시라는 시간이 우리 모임의 수준을 높여주는 멋진 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여기저기 모임을 오래 하다보면 좋든 싫든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한다. 그동안 나는 대표직, 회장직은 스스로 깜냥이 안 된다고 절, 절대로 안 한다고 고사했기에  내가 속한 여러 모임에서 나는 만년 부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얼떨결에 미라클북모임 리더가 되어버렸다. 멤버들이 리더 자리를 안겨주었다. 


    “전 나서는 거 진짜 못 하는데요?”

    “이름만 갖고 있어요. 나머지는 우리가 나눠서 할게요.”

    나눠서 한다더니 나설 일이 너무 많다. 완전히 속았다. 근데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모임대표로 ZOOM 회의에 참석하고, 서류 쓰는 거 잘 못하고 후기 쓰는 거 엄청 귀찮아하는데 해낸다.  

   

     나에게 미라클북데이는 마음 수양소다. 파이팅을 과하게 외쳐도, 다짐과 기합은 점점 흐트러지는데 딱 풀어질 만할 때 모임에 나가서 마음 근육을 조인다. 책 한 권에 다양한 관점이 쏟아진다. 생각도, 하는 일도 다르지만, 책을 좋아하고 성장 욕구가 큰 그들에게 배우는 게 정말 많다. 사람이 보물이고 사람이 재산이다.     


    “훌륭한 선수가 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훌륭한 팀에 들어가는 거예요.”

    “특정 방식으로 행동하는 사람들 속에 둘러싸여 있으면 나도 그들을 따라 하게 돼요.”


     훌륭한 팀이 훌륭한 선수를 만든다. 강한 투지를 원한다면 투지가 넘치는 문화를 찾아서 합류하라. 우리가 사는 환경이자 동일시 대상인 ‘문화’는 우리 존재의 거의 전부를 형성하는 강력한 힘이다. <그릿/엔젤라 더크워스> 


    내가 사는 환경이자 동일시 대상인 ‘문화’를 형성하는 게 강력한 힘이라고 했다. 일요일 루틴인 미라클북데이 독서 모임은 스펀지처럼 내 일상에 스며들어 어느새 나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문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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