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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EK Miyoung Jun 27. 2015

단편 <너무 소중했던, 당신> 작업기_#01

슬럼프 중 만난 캐릭터.  

 2010년 프랑스 유학 중.


 2학년 2학기를 마무리한 무더운 여름이었다. 방학을 이용해 짧은 기간 아일랜드에서 인턴쉽을 했다. 일을 하는 짬짬이 낙서를 끄적거리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영어를 잘 못해서 하릴없이 그림만 끄적댔다. 내 작업의 8할은 맘대로 안되던 외국어 덕이리라.. 크흡..ㅜㅜ) 

 그 와중에 탄생한 게 너.소.당의 메인 캐릭터인 토끼와 동자 캐릭터이다.

 

초기에는 토끼들이 조끼를 입고 있다는 설정이 있었다.


 스토리는 캐릭터가 만들어진 이후에 꽤나 시간이 지나서 구상하게 된다. 

 어떤 이야기적 틀이 전혀 없던 상태라 우선 손이 가는 대로 캐릭터들만 그려냈다. 내 그림 스타일이 동글동글하고 부드러운 느낌이었기에 캐릭터들도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뤄진 형태들이다. 이런 둥근것(?)들을 옹기종기 한데 모아보니 따뜻한 느낌이 배가되어 점점 작업에 대한 기대감이 가슴 속에 부풀었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그 설렘! 그리고 차츰 이들이 사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를 시작으로 조금씩 이야기들을 머릿속에서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차츰 이미지가 잡혀가면서 토끼가 입고있던 조끼는 없애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그들이 사는 집을 '나무'컨셉으로 가정하고 그린 초기 아트워크.
토끼와 더불어 '동자'캐릭터도 자리잡혀 갔다.
애니메이션엔 등장하지 않았지만, 한국적 색채가 짙게 뭍어있는 '사자탈'캐릭터가 존재했었다.

 

 2010년- 이 무렵의 나는 작업적으로 슬럼프에 빠져있었다. 2009년에 만들었던 단편 애니메이션 <고래>가 예기치 않게 여기 저기서 좋은 평가를 받은 후, 도무지 다른 작업을 진전시킬 베짱이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1년가량 끌어안고 있었던 이 작업이 끝난 후로 맥이 탁-하니 풀려버렸고, 그 후로도 내 심신의 상황을 미처 다듬지 못한 채로 꾸역꾸역 학교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꼭 과거 얘기하듯 글을 써 내려가고 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하나의 작업이 끝나면 오랜 기간에 걸쳐 심신을 앓는 후유증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의 변화를 모색하고자 참여한 이 인턴쉽은,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긍정적인 요소들을 많이 챙길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 우선 다른 이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내가 가진 능력들을 비교. 체험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조금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스스로를 평가할 수 있었는데, 이는 함께 공부하는 학교에서의 수업이나 개인 작업을 통해서는 얻기 힘든 과정이었다. 또 다른 이득은 안으로만 향해있던 내 시선을 바깥으로 돌려 내가 처해있던 상황의 쇄신이 가능해졌다는 점이었다. 사실 이 모든 게 그곳에서 만나 함께 일했던 이들이 좋은 사람들이었기에 가능했다. 운이 좋았다.(But 내 영어 실력. 그들에겐. 너무나 sorry)


아무 이미지를 안넣기에는 조금 섭섭해서.. 아일랜드에 간 첫날 바다에서 만난 물개 사진을 올려본다.


 남은 방학을 한국에서 보내고 계절이 바뀐 9월, 학교 3-1학기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스토리'제작에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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