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나'는 어디쯤 있을까

'손님'처럼 개와 함께 살게 됐다.

by BAEK Mi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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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인스타툰 개큰개파이 시즌1, 43화 (2020년 8월 7일 업로드)


개의 나이가 만 6살이 가까워오는 무렵, 견생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바로 나와 함께 살게 된 것이다. 길지 않은 개의 생에서, 삶의 절반 가까이 지나온 시점에 찾아온 변화는 갑작스러웠을 게 분명하다. 개는 태어난 이후로 줄곳 한 남자와 오롯이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생사고락을 함께 해왔다. 단순한 삶이었겠지만 개에게는 그것 만으로 충분했으리라. 한 여자가 그들 사이에 끼기 전까지, 개는 자신의 삶에 일어날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남자의 개’는 결혼과 함께 ‘우리개’가 되었다.

개에 대한 여자의 인식은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예쁘고, 귀엽고, 주인을 좋아하며, 때때로 집 안에서 사고를 치는 것으로 알려진 가장 흔한 동물'

개를 집 안에서 키워본 경험은 전무했다. 언제나 개를 좋아해 왔지만 대부분 다른 이의 개였으며, 개를 부양한다는 것은 약간의 부담이었기에 그저 바라보는 것 만으로 만족했다. 그런 여자에게 이미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데다, 무게는 30킬로가 넘는 큰 개를 덜컥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함께 살면 당연히 개는 ‘개’가 되고 여자는 또 다른 ‘주인’이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개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동물이 아니었다. 개는 꽤나 오랜 기간 뜸을 들여 여자를 관찰했다. 그리고 여자를 어떤 시선으로 마주할지 나름의 고찰을 시작하기로 한다. 물론 일련의 과정을 여자 역시 동물적 감으로 느낄 뿐, 개와 적절한 언어로 대화를 나눠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여자는 개의 마음을 가늠하는 감각을 꽤나 예리하게 다듬을 수 있었다. 개만 홀로 여자를 관찰한 것은 아니었다.

개는 여자의 예상보다 훨씬 정교하게 생활 여기저기를 살폈다. 여자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 함께 하는 물리적인 시간, 여자와 남자의 관계, 집 안과 밖에서의 습관 등, 나름의 관찰을 통해 개는 결론을 내린다. 여자를 [친한 친구]이자 [동료]로 대하기로. 여자가 처음 이 사실을 깨달았을 때, 이해할 수 없는 억울함에 몇 번의 반항과 거친 주장을 펼치기도 했지만, 결국 개의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견고하게 다져진 관계에 중간에 투입이 된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을의 입장이 될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그것이 설령 동물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