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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이라서
by 뚱아 Nov 04. 2018

인턴 종료, 정규직이 되었습니다

- 사소한 것에도 전전긍긍하는 신입의 마음, 정규직이 된다고 달라질까?



  정말 숨막힌다고 생각할 정도로 힘들었다.


  일이 많았다. 일이 끝없이 있었고, 현재 디자인팀에서 두 사람이나 일을 그만둔 상태에서 디자이너는 4명인데 그들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네 명의 일을 기획팀에서는 나 혼자 해야 했다. 물론 통통씨와 함께 하기도 했지만 통통씨는 통통씨 나름대로의 벅찬 업무가 있었고 우리팀 과장님도 과장님 나름의 벅찬 업무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나대로 그걸 다 받아내면서 힘들었었다.


  실제로 교정보는 일은 나 혼자 했었기 때문에 야근을 해야하는 일도 많았고, 무엇보다 한 가지 일만 하는게 아니라 10개 정도 되는 일을 동시에 진행해야했어서 신입인 내가, 정신적으로 버티는 것부터가 힘들었다. 사실 지금도 일이 많다. 그런 와중에 통통씨와 새로운 사업의 제안서 작업과 기획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그야말로 '일복 터졌다'는 말이 맞다고 할 정도로 너무나도 일이 많았다.


  진짜 일이 많았고, 심지어는 점심시간에도 일을 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일을 해낼 수가 없었다. 주말에는 피곤했고, TV프로그램을 보거나 잠을 잤다. 업무 강도와 스트레스 떄문에 집에서도 평소에는 잘 넘기던 부분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고 서러웠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많은 일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데, 내가 과연 인턴으로서 이 회사에 계속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은 통통씨가 내 기획이 마음에 든다며 직원들이 모두 있는 앞에서 "뚱아, 얘 일 잘해. 너무 마음에 들어."라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믿지 않았다. 믿을 수 없었다. 두번째 회사에서 받은 상처가 너무나도 컸었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칭찬도 흘러가는 말 같았고, 나의 잘못이나 부족함으로 혼이 날때도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그저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 이번에는 기필코 2년은 버텨야 한다는 생각. 오직 그 생각 뿐이었다.  


  아무튼 이러한 이유와 일이 많은 것으로 회사에 좀 일찍가서 일을 한적도 많았다. 회사를 사랑해서 그런 게 아니라, 마감일을 맞춰야하는 회사사정을 이해하기 때문에 그랬다. 무엇보다 회사가 집에서 가까우니까 일찍 가는 것도 별 부담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대표님이 내 자리에 찾아와서 나에게 회사에 들어온 지 얼마나 되었냐고 물었다. 2개월쯤 되어간다고 하자, 그럼 인턴을 2개월만 하자고 했다. 처음에 나는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 멍하니 있다가. 번뜩 알아듣고 감사합니다, 라고 말했다. 하지만 거짓말 같아서, 그저 흘러가는 말 같아서 그렇게 들뜨지도 않았고, 기쁘지도 않았다. 힘이 빠져있고 너무 지쳐있던 상태였다. 더이상 신입으로서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나 호기심, 그리고 열정 같은 건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런데 이틀쯤 지났을까, 통통씨가 나를 회의실로 불렀다. 통통씨가 나를 회의실로 불러서 문을 닫고 이야기하는 일은 흔하지 않기에(아마도 면접 이후로 그런 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잔뜩 긴장해 있었다. 통통씨는 나에게 너무 수고했다며, 앞으로 이곳에서 많이 가르쳐줄테니, 나만의 경쟁력도 가져서 이쪽 업계에서 잘 해보자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사실 통통씨의 말을 백프로 다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통통씨가 잘 모르는 게 있는데, 나는 광고계의 어떤 전문 용어? 같은 건 잘 모른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인턴을 2개월로 종료하자고 했다. 이제 월급을 20% 더 받을텐데 "좋겠네." 라는 말도 덧붙였다. 나는 늘 그렇듯이, 적금을 하나 더 들까 고민중이라고 농담하는 것으로 대화를 종료했다.


  업무 다이어리에 인턴만료일을 당겨 적어놓고, 그날이 되기만을 기다렸고, 그날이 되었을 때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나 혼자 너무 의미있는 날처럼 여겨졌다. 그날따라 나른했고, 그냥 모든 무드가 다 좋았던 것 같다. 월급을 더 받고 안받고를 떠나서, 내가 일을 잘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그냥 지난 8개월동안 진짜 나는 평범한 20대, 평범한 사회초년생으로서 분투했었으니까. 고생 많이 했었으니까. 더 마음이 몽글몽글 해졌던 것 같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아직 사회 생활을 많이 해본 건 아니지만, 나에게 맞는 사람들이 있고,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직장에서 업무만 중요한 줄 알았는데, 직장 인간 관계 같은 것도 업무와 큰 관련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무사히 인턴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건, 타인의 문화나 생활을 존중하며 크게 간섭하지 않고 말도 별로 없는 회사 식구들 덕분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일이 많지 않을 때에는) 점심시간에 산책도 할 수 있고, 혼자 있는 시간을 존중해주는 것. 그리고 다른 면에서도 많이 배려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만 둔 언니를 포함해서 회사 사람들을 보면서 업무 외적으로도 사람됨됨이나 이런 면에서도 진짜 많이 배웠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좋은 쪽이든 아니든 배울점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8개월동안 짠맛과 쓴맛을 너무 많이 경험했지만 모두 나에게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밑거름은 너무 많이 쌓았는데, 좀 일이 잘 풀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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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신입사원이라서
소속 직업카피라이터
두번의 퇴사를 경험하고 세번째 신입사원이 되었습니다. 매주 토, 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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