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차를 맺는 일요일. 8주는 결국 지나갔고, 3주도 금방 휙 지나간다. 넓은 곳에서 쓴다.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기 위해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반납했다. ‘프’랑 ‘가’를 띄어서 쓰면 빨간 줄이 쳐지고 붙였더니 사라진다. 스타벅스 보온병은 안을 닦기 어려운 구조임에도 곰팡이가 필 일 없었다. 오렌지색 포장지의 던킨 커피와 함께 마셨다. 한강 작가님의 추천으로. 역자는 고등학교 때 읽었고, 또한 서울대 추천도서이기도 하지만.
지나고 보니 1권이 제일 재밌었다. 복무 중에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읽었는데, 그때도 느꼈던 역한 것을 대하는 자세가 돋보였다. 서문이 떠오르는데 작가는 영감을 나름의 성자라고 여겼더랬다. 해설까지 읽고 나니 감동을 준 마지막 엔딩에 대해 느낌이 조금 달라졌다. 일류샤의 첫 등장은 ‘뭔가’ 문학적인 신비주의의 냄새를 가져왔지만 그가 얽혀든 카르마의 구조는 죄와 벌에 관한 서사를 결국 꿰뚫었다고 생각한다.
넓은 곳이 어색하다. 등 뒤에서 크고 작은 소움들. 나도 안다, 하지만 왠지 ‘소움’ 같은 소음이다.
취업을 택하게 될 경우 사실 대비는 이것뿐이지 않나 싶다. 자격증을 하나 준비 중이다. 우대해주는 곳이 대부분 은행이며 나쁘지 않게 공부 중이다. 오전에 2시간은 이걸 공부하는데 더디긴 하지만 성취감을 준다. 바이올린이 그려진 입문서를 반납했다. 생각이 바뀌어서 12학점에서 6학점을 더 듣게 되었다.
‘서리와 불꽃’. 검색해서 제목을 찾는다. 〈태양의 황금 사과〉에 있던 단편이다. 8주간 나는 이렇게 살아갈 거라면 닳아 없어지는 느낌이 들 것 같았다. 시간과 거리를 봉합하던 음악. 여러 배움을 삼켰다. 아직 그 연장선상에 기꺼이 매달려 있다. 매일 새로운 음악을 듣는다.
팽창과 수축은 여전히 반복된다. 열정은 얼마나 분열된 감정인 걸까? 내일부터 조금 더 바빠진다. 몇 개 더 일이 생긴다. 하지만 즐거울 수 있다.
‘빛, 많은’이라고 해석을 했었다. 하지만 ‘가볍고, 수많은’이었다. 방백의 ‘동네’로 뮤직을 설정했던 건 생각해보면 너무 무거운 처사였다.
쥬치카(Zhuchka)가 페레즈본(Perezvon)이 된 것이 나는 머리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