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사진과 함께하는 나의 성장 이야기
퇴근을 하고 집에 도착하니 반가운 선물이 문 앞에 놓여 있었다. 며칠 전 주문한 필름이었다. 얼른 집으로 들고 와 풀어봤다. 오랜만에 만져보는 필름이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당장이라도 카메라를 들고나가서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름 사진에는 디지털카메라 사진과 다른 감성이 있다.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으로 필름 사진 느낌을 흉내 낼 수 있지만 똑같은 느낌이 나오지는 않는다.
필름은 사진을 찍고 인화하기까지 짧게는 며칠부터 길게는 몇 달까지 걸린다. 어떤 사진이 나오게 될지 모르는 기대감이 있다. 그렇기에 한 장 한 장 정성을 들이게 된다. 구도가 좋은지, 노출과 포커스는 잘 맞는지,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수십 번 생각하고 확인한다. 디지털 사진처럼 바로바로 확인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우고 다시 찍을 수가 없다. 후보정이라는 작업도 할 수 없기에 사진 한 장 찍기가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필름 한통을 다 쓰고 현상을 해보면 내가 얼마나 정성 들여 찍었는지 티가 난다. 대부분 정성이 많이 들어간 사진이 마음에 들게 나온다.
필름은 저마다 특색이 있다. 다 같은 필름처럼 보여도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색감이 다르다. 어떤 필름은 초록색, 어떤 필름은 파란색의 느낌이 강하다. 우리가 사람이라는 같은 범주 안에 있지만 개성이 다 다른 것처럼 필름도 나름의 개성이 있다. 그렇기에 사진을 찍기 전, 찍게 되는 피사체를 가장 잘 표현해줄 수 있는 필름을 선택해야 한다. 풍경사진인지 인물사진인지에 따라 사용되는 필름이 다 다를 수 있다. 같은 필름으로 찍어도 되지만, 숲을 찍는다면 초록색을 잘 살려주는 필름을, 하늘을 찍는다면 파랑을 잘 살려주는 필름을 사용하는 게 좋은 사진을 만들 수 있다.
사진을 찍는 피사체에 맞는 필름을 고르는 것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나와 맞는 사람들을 잘 찾아야 한다. 나를 가장 잘 이해해주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여행을 다닐 때면 항상 필름 카메라와 디지털카메라를 같이 챙긴다. 필름도 넉넉하게 챙겨간다.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다시 필름 카메라로 똑같은 사진을 찍는다. 여행을 끝내고 돌아와서 필름 사진을 현상해서 확인해보면 느낌이 전혀 다른 사진이 나온다.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필름 느낌으로 보정해도 같은 느낌을 담아낼 수 없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도 사진과 비슷하다 느꼈다. 흉내 낼 수 있지만 똑같을 수 없고, 같은 것을 찍어도 결과물이 다른 사진처럼 흘러가는 시간은 비슷하지만 저마다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의 인생과 닮았다.
필름이 도착한 오늘,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카메라를 꺼내 필름을 끼웠다. 셔터를 3번 정도 눌러 필름이 잘 감기는지 확인하고 사진 찍을 준비를 마쳤다.
필름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초점 맞추는 연습부터 사진의 밝기를 맞춰주는 연습 등 많은 필름을 사용해보며 익숙해져야 한다.
필름 1 롤에 담을 수 있는 사진은 36장이다. 내 인생의 필름에는 어떠한 순간들이 36장으로 채워질지, 어떤 느낌으로 담기게 될지 너무나도 기대된다.
좋은 순간을 많이 담아내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처음에는 서툴렀던 순간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고 능숙해지는 순간들로 남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성장해간다.
우리의 기록은 이제 시작이다.